나는 알고 있다 누구인지 ..

돌이켜 보면 몇년 안 된것 같은데 

어느덧 결혼한지 19년째이다 

결혼후 오늘 까지 19년간 

난 화장실이랑 목욕탕 청소를 지금까지 

한번도 한적이 없다 

결혼후 신혼때 자기야에게 

 여자가 어떻게 화장실 청소를 해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화장실 청소를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데...

사실 이건 거짓말이다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생활한게 7년인데 

혼자 살면서 화장실 청소를 한번도 해 보지 않았다는게 

말이 안되지...

하지만 나의 이 거짓말에 자기야는 진짜인줄 알고 

19년간 화장실과 목욕탕 청소는 자기야가 하고 있다 

한번 하기 시작하니 당연히 자기가 해야 하는 일 인줄 안다 

그렇게 자연스레 가사 분담이 되어 버렸다 

나는 정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워킹맘인지라 

자기야도 히로도 가사분담의 일환으로 

아무 불평불만 없이 화장실 청소를 해 주고 있다

고맙게시리 ..

 

자기가 깜빡하고  화장실 청소를 안 했을땐 

 화장실 청소 해야 할 것 같은데

좀 더럽네 ....

이 한마디만 하면  그 날로 화장실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진다 

히로가 초등 3학년이 되자 자기야는 히로에게 

화장실과 욕실 청소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히로가 아빠가  가르쳐 준 대로 열심히 청소를 하고 나면 

자기야는 감독관처럼 한번 쓱 둘러 보고 

합격 시키거나 잘되지 않은곳은   

지적후 다시  한번 청소 ! 

 

주말이면  자기야와 히로 누가 화장실 청소 하고

 누가 설것이를 할지 가위 바위 보로 정하곤 한다 

나는 주말에도 출근을 할 때가 많이 있다 

주말에 출근후 돌아와서 화장실을 가 보면 

한번 척 보면 누가 화장실 청소를 했는지 알수 있다 

어떻게 알수 있냐고...

자기야가 화장실 청소하면 이렇다 

히로가  화장실 청소를 하면 이렇다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히로는 

화장지를 이렇게  삼각으로 이쁘게 접어 둔다 

왜 이렇게 하냐고 물으면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

말은 그렇게 하는데  히로는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화장실 청소후엔  한결 같이 이렇게 접어 둔다 

그렇다고 히로가 성격이 꼼꼼 하거나 그런 아이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덜렁대고 털털한 

깜빡 깜빡 잊어 버리기도 잘 하는 상남자다  

솔직히 난 히로 방에 들어가기가 싫다 

얼마나 지저분한지 ..

 히로야 제발 방 정리 좀 해 

책은 책장에 옷은 옷장에  

쓰레기도 좀 버리고 

이게 요즘 나의 입버릇 중 하나다 

자기 방은 엄마를 짜증나게 할 정도로 

엉망 진창으로 해 놓으면서

화장실 청소할땐 저렇게 화장지를  삼각으로 접어 둔다 

 

아마도 평소에 레스토랑이나 슈퍼 

공공 장소의 화장실에서 보고 배운 것일것이다 

일본은 공원의 화장실에도   그 어떤 화장실에 가도 

화장지가 반드시 비치 되어 있고 

저렇게 삼각으로 이쁘게 접어 둔다 

아마도 그걸 보고 배운것이리라 

성격은 성격이다 

아무리 히로가 저렇게 접어 두어도 

자기야는 근성 근성 저게 눈에 안 들어 오나 보다 

내가 히로는 항상 저렇게 삼각으로 접어 둔다고 하니 

그러냐고  자기는 몰랐단다 

어쩧게 저걸 모를수가 있지????

오늘의  산의 날 (山の日) 이라고 일본의 공휴일이다 

공휴일이지만 난 출근

일하고 퇴근해 오니 화장실 청소가 되어 있다  

물어 보지 않아도 척 보면 안다 

히로다 

  히로! 화장실 청소 했네

깨끗하네.... 고마워..

한마디 해주니 히로 씩 웃는다 

열심히 칭찬을 해 줘야 

또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할테니...

앞으로도 난 화장실 청소 할 맘은 눈꼽 만큼도 없다 

우리집에선 화장실 청소는  남정네들이 하는일이다 

히로에게 시집 올  미래의 나의 며느리에게 

한마디 하자면 

"히로랑 결혼 하면 평생 화장실 청소 안 하고 살꺼야 "

근데 히로야 니 방 청소는 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