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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사람들..

선물을 들고 이혼 인사를 하러 온 일본인 이웃

by 동경 미짱 2018.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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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예전에 이웃에 살던 마군 엄마를 보았다 

내가 만났다기 보다 보았다고 표현을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4년전 한골목에 살았었는데 그냥 오가다 만나면 형식적인 

곤니찌와(안녕하세요) 라며 인사만 건네던 사이인데다가 굳이 달려가 

반갑다고 인사를 할 그런 사이가 아니라서다 

마군 엄마는 나를 못 본것 같고 해서 그냥 멀찍히서 보고 스쳐 지나갔다 



벌써 4년전 일이다 

우리집에서 네집 건너 안쪽집에 사는 마군의 집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마군 세식구가 살았었다 

마군은 히로 보다 한살 많은 형이었다

마근의 엄마는 워킹맘이라 낮에는 집에 없는 바쁜 엄마이다

마군도  형제가 없이 혼자고 히로도 형제가 없다 보니 

또 낮에 마군 엄마는 직장에 가서 집에 없으니 항상 혼자 노는 마군인지라 

초등학교때 아이들끼리 가끔씩 노는 사이.

아이들 끼리는 나름 친한 사이인데 

마군의 엄마와 나는 그냥 오다 가다 만나면 다른 말 없이 

그냥 고개를 까닥하며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를 하고 지나치는 그런 사이다

개인적인  얘기 나누어 본적도 없는 ...

 

어느날 초인종이 울려 나가보니 마군의 엄마였다.

우리집에 찾아 올 일이 없는데 무슨 일일까?

혹 히로가 마군이랑 다투기라도 했나...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제가 이혼을 하게 되서 집에서 나가게 되었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건 변변치 않지만 이사 선물이에요 

 





그러면서  작은 선물을 내민다


 아! 네....

 

얼떨결에 선물을 받아들고...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난 무슨말을 해야할지 아무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축하 할 일이면 같이 기뻐 해 주면 되는데 

이혼을 한다는데 그것도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고 

내가 그녀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로 위로의 말을 건넬수도 없고...

 

 

 마군은 내가 데리고 가는데  학교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로 했어요

아빠는 여기 그대로 사니까 마군은 가끔 놀러 올지도 모르겠네요 


진짜 이럴땐 난 무슨 말을 해야 하는거지 ???

 겨우 떠오른 말이

 

         마군이  그동안 히로랑 잘 놀아 주어서 감사했습니다

                       학교 근처로 가시면  언제 또 만날수 있겠네요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웃는 얼굴로 돌아서는 그녀

 

 

친하지도 않는 이웃에게 이혼 인사 하러 온다는 말은 들어 본적이 없는지라

아니지 아무리 친해도 굳이 이혼 한다며 선물을 사 들고 인사를 올 필요는 없을것 같은데 

너무 당황해서 할말을 잊었다.

그녀가 돌아간 뒤 선물을 손에 들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다른 일본인들도 이혼 할때 인사를 하러 오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선물까지 들고...

일본인이라서...

아님 직장인으로 너무 당당해서..

아님 그냥 그녀의 성격??

그 당시 나에게는 하나의 문화 충격이었던 사건이다 


 

그 후 마군은 가끔 아빠가 있는 집으로 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잠깐씩 살짜기 다녀 가는지라 그 이후로 히로랑 노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한 1년쯤 지났나 보다 

남자 혼자서 단독 주택에 살기 불편해서인지 

혼자서  살기 넓은 집에 꼬박 꼬박 대출금 갚아 나갈 필요성을 못 느낀것인지 

1년쯤 지난후  집을 팔고 마군 아빠도 이사를 가 버렸었다 


그러다 우연히 오늘 마군 엄마를 스쳐 가듯 보았다 

여전히 당당했고 건강해 보였으며 한마디로 좋아 보였다


사실 근처에 이혼을 한 집이 한 집 더 있다 

어느날부터인가 부인이 안 보인다 싶었다 

 초등학생 딸과 중학생 딸과 남편은 있는데 부인만 갑자기  사라졌다 


그 후 여기저기서 " 아마도  기무라상네  이혼한것 같아"

" 설마... 저 집 부부 사이 너무 좋았잖아 "


 " 부인을 바람을 핀것 같아 

안 그럼 딸 둘을 두고 부인이 혼자 집을 나갈리가 없잖아

보통은 엄마가 애들을 데려갈텐데 ..."


그렇게 소문만 무성했다 

가끔 부인이 딸들을 만나러 낮에 살짜기 다녀 가는걸 볼수가 있었다 

기무라상의 이혼 소문은 확실하지 않았기에 한참동안

 저 집 부부에게 무슨 일 있나하는 소문만 무성했다 


두 집의 차이라면 

마군 엄마는 이혼 선물을 사 들고 인사를 다니며 

자기입으로 이혼한다고 알려서인지 마군네 소문은 일절 없었고 


어느날 갑자기 집을 나간 기무라상네의 소문은 한참 떠돌았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마군 엄마처럼 웃으며 나 이혼 해서 집 나가요 하며 이웃들에게 인사를 갈까?

아님 기무라상처럼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사라질까?

처음엔 너무나 황당하고 할 말을 잃었었지만 

마군 엄마의 당당함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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