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미짱 2020. 7.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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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 직장동료 M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M은 일본 생활 3년차 필리핀인이자 나의 십오년차 직장동료이다  


 미짱 내일 출근이야?


 아니 . 나 화요일까지 쉬어 


 어쩌지 ... 휴게실 오른쪽 냉장고에 오이랑 피망 넣어 뒀는데 .


  웬거야? M 집 텃밭 없잖아 


 응 ..시댁에서 ..

 그럼 쉬는 날이라도 내일이라도 가지러 가지 뭐 

 그럴래? 내가 괜히 미짱 귀찮게 한거 아닌가 모르겠네 

미짱 이름 써 놓았으니까 찾기 쉬울꺼야 

오른쪽 냉장고 아랫쪽 



 M 집은 딱 우리집 만한 크기에 딱 우리집 만한 마당이  있는집이라 

게다가 그녀는 식물 키우는 재주가 없어서 마당에 

아무것도 심지 않고 달랑 미니 토마토 두 그루만 심고 

 삭막하게 비워 두었기에 

내가  몇년전부터 우리집  마당의 카라랑 제라늄, 크리스마스 로즈 기타 등등 

식물들을 많이도 날라다 준 집이다 

그런 그녀가 오이랑 피망을 직접 키웠을리는 없고 해서 

물어보았더니 시댁에서 건너온 것들이라고 한다 

M은 나랑 같은 파트 업무가 아닌지라 내가 

오일간 쉰다는걸 몰랐나보다

쉬는 날 절대로 회사에 가고 싶지 않은 나지만 

M이 나에게 나눔을 하기 위해 일부러 챙겨 준건데 

게다가 채소면 아무리 냉장고에 넣어 두어도 

더 이상 둘수가 없어서 쉬는 날이지만 오이랑 피망을 가지러 

회사에 갔다 왔다






굉장히 깔끔하고 부지런한 그녀의 성격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물에 적신 키친페퍼에  오이 하나 하나를 잘 감싸서 

싱싱함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해 두었다 

물론 피망도 잊지 않고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도 ..,



키친 페퍼에 하나 하나 정성스레 싸 둔 그녀의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 지는듯하다 

오이랑 피망이 아주 싱싱하다 


나는 딴 건 몰라도 인복 하나만큼은  타고난것 같다 

일본에 와서도 주변에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한국인 (외국인)으로써 나를 대하는게 아니라 

국적 상관없이

회사 동료로써 이웃 사촌으로써, 친구로써 

온전히 나로써 대해주니 외국살이 외로움을 느낄새가 없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물론 일본에 20년을 살면서 싫은 사람도 만나봤지만 

대체적으로 아주 평탄하게 외국 살이를 하고 있는것 같다 

간혹 일본에서 만나는 한국 언니들이 굉장히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는 말을 들을때가 있다 

생각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국 언니들이 많은것도 사실이다


세상에 많고 많은 복중에 

외국 살이에서 제일 중요한건 인복인것 같은데  

그 인복만큼은 넘치도록 타고 난것 같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이고 

행복인지 모르겠다 

오이몇개에 피망 몇개에 되게 거창하게 해석 한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크고 많은 것을 받으면야 더더욱 좋겠지만 

난 오이 몇개 피망 몇개라도 

이렇게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 맘이 

더 고맙고 좋다 

내가 일본에 20년을 살면서 맺은 좋은 인연들 

계속 잘 지켜 나갈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 저녁 메뉴는 오이무침에 

시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피망 사라다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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