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일상 /사람들..

어느 한국 언니의 죽음

동경 미짱 2020. 11.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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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친한 언니는 아니었다 

고작 얼굴 두어번 본게 전부다 

고향이 나랑 같고 나 처럼 일본으로 시집왔고 

꽤 부유한 시댁이었고  잘 먹고 잘  살았던 언니다 

그렇다고 생각을 했다 

아들 넷을 낳고 그 중 셋을  한국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언니가 먼 길을 떠났다고 한다 

아직 50대  젊고 젊은 나이인데 ....



무슨이유인지 우울증을 앓았었다고 한다 

집 근처에 한국 김밥을 파는 가게가 있다고 한다 

남편에게 그 김밥이 먹고 싶으니 사 달라고 했다고 한다 

남편이 사 온 김밥을 먹고 잠깐 바람 쐬고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 밤 집에  돌아 오지 않았다고 한다 

밤새 걱정을 하던 남편이 경찰서에 신고를 하니 

인상 착의가 비숫한 사람이 있다고 ..

동경 23구 중심가에  살던 언니가 그 밤에 

왜 요코하마까지 갔는지 .

왜 요코하마의 바다에서 발견이 되었는지 ...

밤에 바다에서 찾기가 어려웠을텐데 

그나마 다행인게 어떤 대학생에 의해 발견이 되었다

그렇게 언니는 남편의 품으로 돌아왔다 


장례식 ...

나야 얼굴 한두번 본 언니였지만 그 언니와 

굉장히 친했던 언니 (내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땅부자집 며느리인  한국 언니다

아마 내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 ! 그 언니 ! 라고 

아실거다) 와 함께 다녀왔다 

땅부자집 며느리  그 언니는 시어머니랑 함께 살고 있다 

장례식을 간다고 하니 

"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가족장으로 한다는데 

사람들 안 부른다고 하던데 ,....."

가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지만 가지 말라는 압력 ! 

평소같으면 시어머니 말을 너무나 잘 듣는 착한 며느리인데 

타국에서 먼 길  떠나는 언니의 마지막 배웅을 

꼭 해야겠어서 시어머니 말을 못 들은척 무시하고 나왔다고 한다 

장례식에 가지 말라는 시어머니에게 차마 사실대로 말을 못하고 

지병으로 먼 길을 떠났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왔다고 한다 

 

아들 셋은 한국에 있고 

친정 식구들 또한 한국에 있고 

코로나 때문에 너무나 쓸쓸한 길이 될 것 같아서 

안 갈수가 없어서 ....


역시나 한국에서는 아무도 오지 아니 못 왔다 

아들 셋도 친정 식구들도 참석하지 않은 언니의 마지막 가는길 ...

세 아들들은 영상으로 엄마의 장례식을 지켜 보았다

남편은 많이 울었다 

아내를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코멘트를 하면서 ...


잘 사는 줄 알았다 

든든한 아들 넷에 돈 많은 시댁에 

아들 셋이나 한국으로 유학까지 보내고 

부러운 삶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뭐가 그 언니를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


며느리도 보고  손자 손녀들 재롱도 보고 

앞으로 재미난 일들이 많고 많을텐데 

50대 후반 ... 

먼 길을 떠나기엔 너무 젊은데 왜 그리 서둘렀을까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우울증을 앓는 한국 언니들이 많은 것 같다 

표면적으로 남 부러울것 없어 보이지만 

타인이 알지 못하는 고민 거리가 있는걸까

아님 내 가족 내 나라를 떠나 

타국 생활하는게 너무 힘들었을까 ?


타국에서 먼 길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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