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일상 /일본에서 일하기

비둘기 한마리 때문에 500만원 날린 거짓말 같은 실화

동경 미짱 2021. 4.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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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이라 했던가...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라고?

난 오늘부터 비둘기를 싫어하기러 했다 

오늘 비둘기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다 

오늘 아침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조리실 안으로 난데없이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조리실 문은  위생상 항상 닫아 두고 사람들이 출입을 할 때만 연다 

게다가 조리실 안으로 들어오려면 매장 문을 통과해서 제일 안쪽에 있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갑자기 조리실 안으로 날아들었다 

순간 모두들 작업을 멈추고 비둘기 쫒아 내기 

 

넓은 작업장이지만 들어오는 출입구는 일반 아파트 현관문 두 짝 정도의 크기이다 

비둘기가 날아들긴 날아들었는데 나가는 문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쫒아 내려고 하면 할수록 도망만 다니는 비둘기 한 마리 

아무리 사람들이 많다한들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이길 재간은 없다 

비둘기가 놀라지 않도록 직원들은 다 조리실 밖으로 나가고 

조리실 불을 다 끄고 캄캄하게 만들었다 

어찌어찌해서 10여분의 시간이 걸린 후 비둘기는 무사히 조리실 밖으로 내 보낼 수가 있었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매니저를 비롯 윗사람들 다 모여서 긴급회의 

회의 결과 

비둘기가 날아들었을 때 조리실에 있던 갓 구워낸 빵을 비롯 

포장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빵과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던 반죽 재료... 기타 등등

조리실에 있던 모든 빵과 케이크를 다 폐기 처분 하라고 ... 

헐.....

그 많은 빵과 케이크를 다...

비둘기가 좀 날아다니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직원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어쨌든 조리실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될 비둘기가 들어왔으니 위생상 전량 폐기하라는 결론이었다 

"아니 잠시 잠깐 비둘기가 10분 정도 다녀 가셨다고  갓 구워낸 이 빵들을 다 버려??"

"응 버려 "

 

뭐 위에서 버리라는데 버릴 수밖에..

그래도 그렇지 진짜 전량 다 버리라는 결론이 날줄은 몰랐다 

 

 

 

이른 아침부터 5시간 동안 20여 명의 직원들이 만들어 낸 빵과 케이크는 

비둘기 한 마리 때문에 전량 폐기를 해야만 하는 거짓말 같은 일이 진짜 일어났다  

그 금액은 자그마치 50만 엔 (500만 원)이 넘는다 

그리고 매니저는 위에서 엄청 깨졌다고 한다 

왜 문을 열어 뒀냐고?

열어 둔 게 아니라고   작업 중 수시로 조리실과 매장을 직원들이 왔다 갔다 출입을 하는데 

어떻게 문을 안 열 수가 있냐고?

하지만 위에선 문을 열어 뒀으니 비둘기가 들어간 거 아니냐는  건데 

그럼 매장 안에 비둘기가 들어온게 먼저가 아닌가?

조리실은 매장 제일 안쪽에 있는데 매장을 통해 들어 온 비둘기가 

타이밍 좋게 조리실 문이 열리자 빵 굽는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날아든 걸 어쩌라고?

(음... 근데 비둘기가 구수한 빵 냄새를 맡을 수 있나??? )

 

비둘기 한 마리가  여러 사람 잡은 날이었다 

비둘기의 10분간의 비행에 

500만 원어치 빵을 전량 폐기하고  500만원 빵을 전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데도

몇 시간이 걸렸다 

매장 오픈 전이었고 이 소동을 손님들은  모르는데 그냥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냥 판매해도 될 텐데  위생상 양심상 판매할 수 없다며 전량 폐기한다는 결론이 어찌 보면 당연한 거긴 하지만 

아직 이 세상에는 먹을 게 없어 못 먹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멀쩡한 빵을 내 손으로 직접 쓰레기통에 넣으려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먹는 걸 버린다는 게  죄를 짓는듯한 그런 기분이랄까...

 

비둘기...

난 오늘부터 비둘기를 엄청 무지 싫어하기로 했다 

전 세계 곳곳에선 식량부족을 겪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500만 원어치의 식량을  비둘기 너 한 마리 때문에  죄다 갖다 버렸으니 

내가 널 무지 막지 싫어해도 뭐라 하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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