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일상 /사람들..

일본인 동료의 조금 난해한 질문

동경 미짱 2021. 8.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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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나와 직접적으로 같이 일을 하는 케이크부는 아니지만
빵을 굽거나 케이크를 만들면서 나오는 설거지 거리나 청소를 담당하는 팀에
히로시라는 독신인 50대 후반의 남자 직원이 있다
사람은 천성이 순박한편이다
(음... 좋게 보면 좋은데 나쁘게 보면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 )
게다가 나이가 어린것도 아니고 50대 후반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긴 고집이란게 있어서
꽤 까타로운 편이라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은 몇 없는 편이다
나 와는 꽤 사이가 좋은 편이라서 잘 지내는 편이다
여기서 사이가 좋다는 건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니 그가 나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같은 시간대에 휴게시간을 가질 때는 내 옆 자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말을 많이 걸어 오는 편이다 (남자 직원 중에선 꽤 수다스레 말이 많은 편이다)
직원들 중에서는 그를 무시하며 말 상대를 해 주지 않는 직원들도 있다 보니
자기의 말을 들어 주거나 상대를 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휴게시간 1시간 동안 줄기차게 말을 걸어온다
근데 그 대화라는게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인 해 오기 때문에
대화라기보다는 그냥 들어준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히로시상 이야기

https://michan1027.tistory.com/604

세뇌 작전 ! 반은 넘어 온듯...

 3년간 아침근무만 하다가 다다음주부터 오후 근무를 하게 되었다 아침근무에 익숙해져버려 3년만의 오후근무가 반갑지만은 않다 아침 근무와 오후 근무자는 한두시간 정도 시간이 겹친다 오

michan1027.tistory.com

스마트 폰에서 어디서 찾았는지 별 의미도 없는 사진 (그에게는 재미있는 사진일지도 모르겠다)
을 보여 주며 그 사진에 대해 설명을 해 주는 그런 식의 대화이다
며칠전에는 영화 포스터 같은데 얼굴은 상어고 몸은 인간인 상어 인간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를 했다
: 상어 인간? 그런 영화도 있어? 난 처음 들어 보는데 ..
히로시 : 삼류 영화니까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야
: 일본 영화야?
히로시 : 아니 미국 영화인데 상어 인간이 어쩌고 저쩌고
이 감독이 얼마나 웃기는 사람리냐하면 어쩌고 저쩌고

그가 나에게 보여준 사진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이미지이다

그러면서 들어도 뭔 말인지도 모르는 게다가 아무 흥미도 없는
영화 이야기를 사진까지 보여 줘 가며 한참을
이야기를 하고 나는 한참을 들어야만 했다
그는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니 신이 나서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 이야기가 계속되고
일을 하다 쉬는 귀중한 1시간의 휴게시간을 그리 보낼 수가 없어서
한참을 듣다가 피곤해서 잠이 온다고 하며 내가 엎드려 잠시 눈을 부침으로써
그의 상어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대충 히로시 상의 대화 내용이 상대방이 관심이 있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하고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니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를 피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그런 그가 어제는 나에게
히로시 : 근데 김상 질문이 있는데..
: 뭔데?
히로시 :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김 씨잖아
: 김 씨, 이 씨, 박 씨가 많긴 하지
히로시 : 대부분 김 씨던데..
(내 말이 필요 없다 워낙 고집이 있고 자기주장이 강해서 그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렇다 )
그래 한국인은 대부분이 김씨라고 그렇다 치고
: 김 씨가 많긴한데 김씨라고 다 같은 김씨가 아니야
한국에는 본관이라고 있어서 예를 들어서 동경 김 씨, 교토 김 씨 등 본관에 따라...
(내 설명을 들을 맘이 전혀 없는 그다)
히로시 : 아 어쨌든 김 씨가 대부분인데 그런 반면 김씨는 유명한 사람이 거의 없는것 같아
: 유명한 사람이 없긴 왜 없어
히로시 : 박찬호, 박세리, 이승엽.. 김씨가 하나도 없잖아

언제 적 박찬호, 박세리, 이승엽인 건지 말입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50대 히로시상에겐 박찬호, 박세리, 이승엽이 전부인가 보다 ...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에게 그 유명한 김연아를 모르냐고 한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줄줄줄 김 씨 성을 가진 유명인을 나열하고 싶었지만
: 그러네..
이 한마디만 하고 이야기를 끊어 버렸다

그는 나에게 질문이라고 했지만 그의 성격상 그건 질문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을 뿐일 테니까..
내가 김 씨 성을 가진 유명인을 나열해 봐야
그는 한국인은 김 씨 성이 대부분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소수의 다른 성에 비해
김 씨 성을 가진 유명인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의 성격을 잘 알기에 내가 거기에 대한 답을 하게 되면
적어도 몇십 분은 김씨성 유명인에 대한 쓰잘데 없는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내가 굳이 에너지 소비를 해 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질문이라고 했지만 절대 질문이 아닌 내가 김씨란걸 알면서 하는 참으로 무례한 질문이다
김 씨 성의 유명인이 있건 없건 그게 뭐가 중하다고...

그런데 한편 히로시상이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니다
그는 아무말이건 뭐건 자기 얘기를 들어 줄 상대가 필요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화란건 일방적인 자기 얘기가 아닌 주고 받음인데 히로시상은 그게 좀 부족하다



오늘도 2만 명이 넘었다
8월 한 달 동안 동경에서만 확진자가 1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페럴 올림픽이 시작이 되었다
페럴올림픽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관계자 등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아무쪼록 선수들 건강하게 무사히 페럴 올림픽을 마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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