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미짱 2022. 3.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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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집 자기야의 외사촌 동생이 동경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촌 오빠가 동경 살고 있는거 뻔히 알면서 연락이라도 좀 하지 ….
몰랐으면 모를까 알았으니 집으로 초대를 했다
그녀는 우리의 초대를 흔쾌히 받아 주었다
사촌 시누이인 아끼꼬를 처음 만난건 그녀가 중학생 때였다
그렇게 어렸던 사촌 시누이가 어느새 30대
중반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점심 초대였기에 그녀에게 뭘 좋아하냐고 물으니 다행히 한국 요리는 다 좋아한다기에
그냥 이것 저것 만들었다
우리 시댁은 시부모님은 그래도 가까운 나고야(가깝다지만 230킬로 ) 사시지만 시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규슈 출신이라 친척들은 전부 규슈 쿠마모토에 계신다
구마모토에 시부모님이 계신다면 모를까 친척을 만나겠다고 가기엔 너무나 먼 1200킬로의 거리!
사촌 동생인 아끼꼬는 처음 만난 중학생때였고 그런 거리상의 이유로 지금껏 5번 정도 만났나 보다
오늘은 거의 7년 만에 만나는것 같다

다행히 한국 음식 좋아한다니
내 맘대로 메뉴를 정했다
한국 음식 좋아 한다고 하지만 취향을 모르니 내 나름 다양하게 준비를 했다
이것저것 만들면 그중 하나는 입에 맞는 게 있겠지 싶어서

 

우리집 자기야가 사전이 연락을 해서 얻은 정보!
부침개를 좋아한다기에 김치전이랑 팽이버섯전 그리고 새송이 전

만만한 게 잡채다
내가 만난 일본인 중이 잡채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부침개 좋아한다고 했으니 파 전도 부치고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는 했지만 어느정도로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 예의상 좋아 한다고 했을지도 모르니까 …) 냄새가 나는 김치는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아서
콩나물 무침이랑 시금치나물 그리고 오이도 무쳤다
김치 못 먹는 일본 사람도 나물은 좋아하니까..

메뉴가 부침개고 잡채니까 흰 밥보다는 김밥이 좋을 것 같아 김밥도 말았다
나는 밥을 할 때 압력밥솥을 쓰는데 압력밥솥 밥은 김밥을 만들기엔 너무 찰지니까 봉인해 두었던 전기밥솥까지 꺼내서 밥을 했다
친척들이 다 들 멀리 살아서
우리 집에 친척이 오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지라
신경 좀 쓰느라고 ㅎㅎㅎ


매콤 달콤한 닭강정도 만들고

떡볶이 떡 넣고 닭봉 간장 조림도 만들었다

코 시국인지라 집에 사람을 부르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초대받은 사람 또한 조심스러운 것 마찬가지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손부터 씻겠다는 아끼꼬 …
그래서 손 소독제를 내어 주며 손도 씻고 손 소독도 했으니 맘 편히 하라고 코로나 걸렸던 과거를 얘기하니 그제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름 코로나 때문에 신경 쓰였다면서..

한참 어린 외사촌 시누이
요즘 세상에 누사 외사촌 시누이까지 챙기겠냐 마는
나의 경우 시누이가 없고 그나마 한 명 있는 시 동생은 1년이 한번 볼까 말까이니 게다가 친척들이 다들 1200킬로나 떨어진 머나먼 곳에서 사니 사촌이 아닌 육촌이라도 아니 어쩌면 사돈의 팔촌까지 반가울 지경이다
한참 어린 시누이라 히로와는 15살의 나이 차이였지만 요즘 젊은 세대답게 히로와도 이야기가 잘 통했다

 

30대 중반인 시누이..
대학 졸업 후 은행에 취업해 ( 전공과 전혀 무관한) 잘 다니다 은행이랑 나랑은 안 맞아라는 결론을 내린 후
( 은행 동료가 맘이 아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계기였다고 ) 은행을 그만두고 워킹 홀리데이로 오스트리아에 다녀왔고
아프리카에 봉사도 다녀오고 필리핀도 다녀 오고 말레이시아에도 갔었단다 
그렇게 해외를 다니다 보니 어느 나라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렇게 일본에 돌아온 후 대학원에 진학해 마음 아픈 사람들의 심리 카운슬링을 공부라며 현재 그 일도 하고 있다
대학 전공이 그 쪽이었지만 그때는 맘 아픈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어 라며  아무 생각 없이  전공과 상과없는 은행에 취업을 했는데
결국 돌고 돌아서 아! 세상엔 마음 아픈 사람들이 참  많구나.. 이게 중요한 일이고 꼭 필요한 일이구나 …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시누이인 아끼꼬는 히로에게 외국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고 히로도 많은 관심을 보였었다

아끼꼬는 오늘 초대해 줘서 너무 고마웠고 아무래도 코시국이라 초대에 응해야 할지 어떨지 고민도 했었는데 오길 잘했다고 말해 주어서 나도 기뻤다
날이 따뜻해지면 바비큐 하러 오라고 했더니 너무 좋아했다
“ 나 일본 사람 아니야. 맘이 없는 말 못 해.
히로도 형제도 없고 사촌도 없고 달랑 혼자인데 아끼꼬상도 동경에 혼자인데 자주 만나면 좋잖아
언제든지 오고 뭔 일 있으면 연락하고 …”
내 말에 아끼고는 너무 기뻐했고 따사로운 봄날 우리 집 마당에서의 바비큐에 꼭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마디 더 붙였다
“ 바베큐 할 땐 자고 가도 돼. 자고 가면 한 잔 해도 되잖아 “

사실 그녀는 구마모토 출신이지만 동경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동경에 지인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친구는 친구고 친척은 또 다르니까 …
사실 내가 더 좋았다
친척이 이무도 없었던 동경에서 나이 차이 한참 나는 어린 시누이지만 어쨌든 시누이가 있어서 좋다..


그리고 마지막 우리집 자기야의 한마디 !
“자기야 오늘 고마웠어 “
뭘 이 정도 가지고 쑥스럽게시리 ….
별것 아닌것 같지만 고마웠어 ! 라는 이 한마디가 가진 힘은 실로 엄청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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