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3년만에 하는 시집살이가 즐겁다

동경 미짱 2022. 5.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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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을 안 뵌 지 3년이다
물론 일주일에 한번씩은 반드시 영상 통화를 하고 있지만..
같은 일본에 살면서 220키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4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뭔 사연이 깊어서 3년이나 만나지 않았는지 …
고부간의 사이가 나빠서도 아니고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코로나다
아무리 코시국이었다지만 외국에 사는 것도 아니고 3년이나 시댁에 가지 않다니 너무 한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그런 이유가 있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 되었을때  세상은  미지의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할 때 솔직히 난 “ 설마 우리가 걸리겠어? 우린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가 발생한 첫 번째 여름 휴가때 평소와 마찬가지로 시댁에 갈 예정이었고 시댁에 전화해서 다음 주에 간다 고 연락을 드렸고 어머님도 그래 조심해서 오너라 하셨는데 다음날 어머니가 전화를 하셔서는 “ 무리하지 말고 이번에 꼭 안 와도 된다”라고..
어제까지만 해도 어서 오너라 하셨는데 왜 하루 만에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웃의 시선 때문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시댁이 있는 나고야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두어 명 있을까 말까였었다
그에 반해 동경은 몇십 명 확진자가 매일 쏟아져 나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에게 겨우 몇십 명??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몇십 명 나오는 동경은 일본에서는  위험 지역이라며 오는것도 가는것도 꺼릴때였다
아들 가족이 온다니 어서 오너라 하고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동경 차량 번호판을 달고 집 앞에 떡 하니 주차를 할 걸 생각하니 주변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이 걱정이 되어서 오지 말라고 하신 거였다
그래서 갑자기 시댁 나들이는 취소가 되었고
그 후 코로나는 점점 심해져만 갔고 그렇게 맞이한 연말연시!
연말연시는 항상 시부모님이 동경 우리 집으로 오셔서 새해를 맞이 했었는데 시어머니가 “ 올 해는 그냥 아버지랑 조용히 보내련다” 시며 동경 아들네 오시는걸 거부 하셨다
아무래도 시부모님이 연세가 있으시니 우린 별 걱정이 없는데 당신들이 조심 또 조심을 하시며 우리가 가는 것도 시부모님이 오시는 것도 싫다고 하셨다
그러다 코로나가 좀 진정되는가 싶어서 오시라 했더니
“ 그래 이젠 가도 되겠지 우리가 갈게 “라고 하시자 마자 이번엔 또 오미크론이 ㅠㅠㅠ
그렇게 또다시 어머님이 우리 집으로 오시는 걸 단념했었다

지난 5 월 어머니날에 용돈을 보내 드리며 통화를 했는데 그때 내가 “ 어머님 우리 집엔 언제든지 오셔도 괜찮으니 오시고 싶을떄 오시라 “ 했더니 그래 생각 좀 해 보자 하셨다

그리고 지난주 “ 다음 주에 너네 집에 가도 되겠니?”라고 …

그렇게 내일 시어머니가 3년 만에 우리 집에 오신다

그래서 월요일 대체 휴일로 쉬는 날이었지만 난 엄청 바빴다
어머님 묵으실 방 청소도 해야 했고 이불이랑 베개도 꺼내 햇볕에 말리고 할 일이 태산이었다
날은 왜 이리 더운지 청소한다고 움직였더니 땀이 송글 송글..


더울 땐 만만한 게 소바다
소바만 삶아내면 끝인 정말 초 간단한 점심 한 끼!
재택근무중인 우리 집 자기야는 워낙 소바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 점심 소바로 할래? “라는 나의 말에 단번이 오케이 다 

사실 오케이 안 하면 어쩔 거야?
울 엄마도 아니고 당신 엄마 오신다고 쉬는 날 내가 이 난리 법석을 떠는데 말이지..

일본 소바는 반찬이 필요 없다
그냥 쯔유가 찍어 먹으면 되는데 한국 사람인 난 씹히는 게 있어야지 면만 먹는다는 게 아직 까지도 익숙치가 않다
아니 익숙치 않은 게 아니라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소바만 뭔 맛으로 먹냐고..

우리 집 자기야는 파와 와사비(고추냉이 )만 있으면 되지만 난 콩나물 무침이란 무생채를 챙겼다
다시 말하지만 소바만 뭔 맛으로 먹냐고요 ㅎㅎ

더운 여름날엔 얼음 동동 띄운 츠유에 찍어 먹는 소바 만한 게 없다

점심을 먹고도 난 할 일은 태산!
방 청소는 시작에 불과했다
제일 중요한 냉장고를 비롯한 부엌 정리다
울 시어머니는 食를 최고로 생각하신다
좋은 것 골고루 먹어야 하니까 시어머니가 오시면 냉장고와 부엌은 내가 제일 신경 쓰는 편이다
혹 유통 기한 지난 건 없는지 몸에 안 좋은 것들은 없는지 있다면 시어머니 오시기전 싹 다 갖다 버려야 하고

좋게 생각하면 어머님 오시는 덕분에 미뤄왔던 부엌 대청소를 했다
냉장고에 든 거 다 꺼내고 닦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보기 좋게 정리하고 뭐가 그리 많이 들었는지 빈틈없이 꽉 찬 냉동실 물건도 다 꺼내고 쓸고 닦고 …
하루 종일 쓸고 닦고로 하루를 보냈다
평소에 해 두면 시어머니 오신다고 이렇게 난리 치지 않아도 될 텐데 불량 주부인지라 …

일단은 시어머님 맞을 준비 끝!
내일 마트에 가서 채소들로 냉장고를 꽉 채워 두면 된다
3년 만의 시집살이

시어머니를 만족시켜 드릴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시집살이라 썼지만 난 시집살이가 싫지가 않다 

시어머니랑 말도 잘 통화고 또 내가 할 말 안 하고 참는 성격도 아니고 내가 숨김 없이 말 하면 

시어머니는 잘 들어 주시는 편이다 

속으로야 며느리가 맘에 안드실지도 모르겠지만 내색을 안 하시니 그냥 편하게 생각을 한다 

울 시어머니는 식사만 제대로 챙겨드리면 만사오케이신데 

생선 굽고 채소 많이 많이면 된다 . 뭐 그 정도야 껌이지 ㅋㅋㅋ

3년만에 만나는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즐겁게 기다려진다 

3년간 못 해 드린만큼 이번에 잘 해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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