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며느리 친구와도 잘 노는 시어머니

동경 미짱 2022. 6. 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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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우리 집에서 런치 파티를 하기로 2주 전부터 예정이 되어 있었다
평일날 근무 없는 날을 맞추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에 벼르고 별러서 겨우 수요일 런치 파티!라고 정하고 모두들 기대를 하며 기다렸는데 갑자기   코로나 때문에 3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어머니로부터 우리 집으로 와도 되냐는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3년 만에 겨우 만나러 오시겠다는데 친구들과의 약속이 잡혀 있지만 잠시의 고민도 없이 오시라 했다  
친구들과의 약속 전날 어머님이 오셨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갑자기 시어머니가 오시기로 했는데  울 시어머니는 엄청 편하신 분인데 신경 쓰이면 밖에서 만나고 너네들이 괜찮다면 예정대로 우리 집에서 런치 파티하고 어떻게 할까”라고 물었더니 한 명도 아니고 세명이 하나같이 어머니가 불편하지 않으면 우리 집으로 오겠다고 해서 예정대로 수요일 런치 모임을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다

울 시어머니 연세에 비해서 깨어 계신분이다
코로나 전까지 종합 병원 관리 영양사 였던 경력을 살려 약국에서 지병을 가진 환자들 영양 상담을 하고 계신다 ( 특히 신장병 환자들을 많이 상대하시는 듯..)
그런 어머니이신지라 사람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하시는데 어제저녁 식사를 하면서

 

3년만에 하는 시집살이가 즐겁다

시부모님을 안 뵌 지 3년이다 물론 일주일에 한번씩은 반드시 영상 통화를 하고 있지만.. 같은 일본에 살면서 220키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4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뭔 사연이 깊어서 3년이나 만나

michan1027.tistory.com

: 사실은 내일 친구들이 우리집에 와서 점심 먹는 걸 오래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어머니 :  당연히 괜찮지
난 2층 방에서 책이라도 읽고 있을 테니 신경 쓰지 마
: 아뇨 2층에 계실 필요 없어요
그냥 같으식사 해요
어머니 : 그래도 되겠어?친구들이 불편해하지 않겠어?
: 다들 어머니 계신 거 아는데 2층에 계시면 그게 더 불편하죠  

그렇게 친구들도 어머니도 서로가 괜찮다는 결론을 내리고 즐겁게 친구들 맞이 할 준비를 했다

 

일본인 친구가 나물을 먹고 싶다고 해서 메뉴는 비빔밥으로 정했다
콩나물( 고춧가루 넣은 빨간 콩나물이랑 고춧가루 안 넣은 하얀 콩나물 두 가지 다 무쳤다)
오이 부추 무침, 고사리 볶음
당근 나물과 무생채
시금치와 버섯볶음
그리고 사진에 없지만 비빔밥에 들어갈 고기도 볶아 두었다
양이 조금씩인 건 비빔밥용 나물은 따로 덜어 두었고
나물이 먹고 싶다는 친구에게 나물 본연의 맛을 보라고 반찬용으로 조금씩 담아 둔 거라서 양이 적다

오늘 참가자중  한국인 동생이 만들어 온 음식 이름이 …. 음 몰라 ㅋㅋ
치즈랑 토마토랑 올리브랑 ….
그리고 디저트용으로 브라우니를 구워 왔다

 

또 한 친구는 감자 샐러드와 하루사메 ( 녹두로 만든 잡채 비슷한 면) 샐러드와 디저트로 홍차 푸딩을 만들어 왔다

친구 딸이 엄마가 친구집에 놀라 간다니까 같이 먹으라며 홍차 푸딩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여기 딸이 최고여 ㅠㅠ 딸 가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 지는 순간이다 

또 한 친구는 규스지 ( 소고기 힘줄) 조림을 만들어 왔다
비프스튜 같은 맛인데 전날부터 준비해서 5 시간 정도 푹 고와야 해서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그녀가 만들어 온 규스지는 비프스튜 같은 느낌이라 빵을 찍어 먹었다

김치 등갈비찜은 신김치가 있어서 만들어 봤는데 이게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맵다고 하면서도 싹 비웠다

그래도 일본인들이라 비빔밥을 하나만 이렇게 만들어 보이고는
: 근데 사실은 이렇게 먹는 거 보다 양푼이에 다 같이 비벼서 나눠 먹는게 제일 맛 있어
미치꼬 : 드라마에서 그렇게 먹는거 봤어


양푼이에 따로 덜어 둔 나물들 다 때려 넣고 참기름이란 고추장 아낌없이 팍팍!
“ 윤정아 비벼 "한국인 후배에게 비빌 것을 명령!

 


일본인 친구 두 명랑 한국인 후배 한 명이랑 울 시어머니랑 나랑 다섯 명이서 머리 맞대고 폭풍 먹방

여자 다섯이 모였는데 수다가 빠지면 안 되는 거 다들 알지? ㅎㅎ
입은 하나인데 먹으면서 재잘재잘 수다가 끊이지 않는 이 여자들의 능력에 감탄( 물론 나도 ㅋ)
이 친구들 결국 저녁까지 먹고 갔다
저녁 메뉴는 먹다 남은 나물들이랑 김치 등길비찜으로 밥 한 그릇씩 뚝딱 해 치웠다
11시에 모여서 6시까지 있었으니 장장 7시간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울 시어머님 내 친구들과의 대화가 너무 자연스럽다
평소에 환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걸 잘하시는 분이라 며느리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호응도 해 주시고 며느리 친구인지 당신 친구인지 모르겠다

역시 내 예상대로 울 시어머니는 내 친구들과 잘 노셨다 ㅎㅎ

내  친구들도 편했으니 저녁까지 먹으며 장장 7시간이나 놀다 갔겠지 

3년 만에 오시는 시어머니가 계신데 친구를 집으로 부르는 며느리고 그렇고  며느리 친구들이랑 같이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떠는 시어머니고  그렇고 친구 시어머니가 3년만에 오셨다는데도 친구 집에 와서 밥 먹고 놀겠다는  그것도 7시간이나 놀다 가는 친구도 그렇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일반적이진 않다
며느리 친구들과도 잘 노는 울 시어머니 역시 보통이 아니셔 ㅎㅎ

시어머니도 즐거웠고 친구들도 즐거웠고 나도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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