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닝

아들의 취미에 중년 아줌마는 동심의 세계로

동경 미짱 2022. 6.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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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마당은 정말 정말 작은데 그 작은 마당에 진짜 진짜 작은 연못 하나가 있다
울 올케 언니가 블로그에서만 보던 연못을 몇 년 전 일본에 와서 직접 보고선 첫마디가 “에게게 … 사진으로 보고 되게 큰 줄 알았는데..” 였었다

어쨌든 그 작은 연못은
때는 바야흐로 히로가 중 3인 겨울에 고교 수험생이었던 히로가 갑자기 꽁꽁 언 겨울 마당을 파기 시작하더니 작은 인공 연못을 만들었었다
갑자기 애가 마당에 나가 땅을 파니
그때 농담 삼아 우리집 자기야 랑 “ 쟤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수험 스트레스로 머리가 이상해 진거 아냐? 갑자기 왜 땅을 파고 난리래 …”
히로에게 물으니 갑자기 마당에다 연못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대로 바로 실천한 거뿐이라고 …
그렇게 우리집 마당에 작은 연못이 만들어진지 5년 차로 접어드는가 보다
그 사이 히로는 연못에다 여러 수생 식물을 심고 금붕어랑 새우도 키우고 했었다

 


그게 벌써 5년이다
히로가 땅을 파던게 엊그제처럼 기억에 생생한데 벌써 5년 전 이야기라니 진짜 세월 한번 빠른 듯..

오늘 아침 마당에 빨래 널러 나갔다가 깜놀!
연못 구석에 이쁜 수련이 활짝 펴 있었다
6월이면 수련이 필 때라서
사실 며칠 전부터 수련이 이제나 피려나 저제나 필려나 마당에 나갈때마다 연못을 살펴 보았었는데 꽃 망울을 발견 하지 못 했었다
그래서 올해는 안 필려나 했었다

 

연못 관리는 히로가 하는데 나는 수련은 한번 심어만 두면 매년 꽃이 피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꽃이 피는 해도 있고 안 피는 해도 있고 해서 히로에게 물어보았더니 꽃을 피우려면 영양분이 필요하고 그래서 연못 속 흙에다 영양제를 사다 넣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수생 식물이니 물속에 심어 두면 저절로 자라는게 아닌가 물었더니 커다란 연못이라면 바닥이 전부 흙이니까 그게 가능해도 우리집 처럼 얕고 작은 연못은 물 속에 흙층이 얇아서 영양분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영양제를 주어야 꽃을 피운단다

관리를 소홀히 하며 영양분을 주지 않을 땐 피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 거였구나 …
난 그냥 알아서 피는 줄 알았는데..

 

수련은 연꽃이랑 달리 물 위에 바짝 붙어서 피는데 낮에는 꽃이 피었다 밤에는 꽃잎이 오므라드는데 3,4일에서 길어야 일주일 정도밖에 볼 수 없어서 관상 시기가 아주 짧다
이렇게 이쁜 꽃을 오래오래 보고 싶은데 이쁜 애들은 너무 짧게 생을 마감하는 것 같다 아쉽게 …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커다란 수련 잎을 보니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 개구리 왕눈이가 생각난다
개구리 왕눈이를 알면 최소 50대 이상  ㅎㅎ

왕눈이가 불던 구슬픈 피리소리
음악적 재능 잼병인 나도 피리로 자주 불었던 그 멜로디
미솔미라솔미레미 라도라레도라솔라 …
맞나?
그게 언제 적인데 아직 이 멜로디가 생각난다

그리고 주제곡
개구리 소년 빰빠바
개구리 소년 빰빠바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비비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울지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삘리리 개골개골 삘리릴리
삘리리 개골개골 삘리릴리
무지개 연못에 웃음꽃 핀다 …


어째 아직까지 가사가 기억이 나지
나 이렇게 머리 좋은 여자였었나 ㅋㅋㅋ
그때 진짜 좋아했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50대 아지매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었던  시절이 있었다오 ㅎㅎ

우리 집 자기야도 히로도 모르는 개구리 왕눈이
나만 알고 있는 거라 이쁘게 핀 수련을 보면서 개구리 왕눈이 이야기의 추억을  나눌 수 없는 게 아쉽다

우리 집 현관의 개구리 장식품
개구리 왕눈이처럼 눈이 크지 않다
개구리 왕눈이는 눈이 부리부리하니 얼굴의 절반이 눈이어야 하는데 말이지..

 

연못 제일 구석탱이에 피어서 꽃봉오리를 내가 발견하지 못했었나 보다
너무 이뻐서 시진을 찍고 찍고 또 찍었다
올해는 수련이 몇 송이가 피려나 모르겠다
지금으로썬 꽃봉오리가 보이지 않는데 설마 달랑 한송이만 피겠어
당분간 매일매일 마당의 연못에 나가 수련 관찰을 할 것 같다

작은 마당에서 이런 소소함에 활력을 느낀다
꽃 한 송이를 피우는데 거름을 주며 돌 보지 않으면 이쁜 꽃을 볼 수가 없다
내가 몰랐던 히로의 수고가 이쁜 수련꽃으로 피어났다는 게 조금 기쁘기도 하다
연못을 만든 후 지난 5년간 책임을 가지고 꾸준히 연못 관리를 해 온 히로에게 오늘은 칭찬 한 바가지 투척이다
히로가 연못 관리를 잘해서 매년 수련이 피고
난 수련을 보며 초등학생 때 ( 그때는 국민학교 ㅎㅎ) 즐겨 보았던  애니메이션을 추억하고 싶다

갑자기 피리가 불고 싶어 지네
미솔미라솔미레미 라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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