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일본 사위의 한국 제사 체험

동경 미짱 2024. 3. 2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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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다 함께 한국에 나갔을 때가 마침 할머니 제사가 있었다 

울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어느새 21년째란 게 믿기지가 않는다 

난 히로 출산을 한국에 들어가서 했었다 

그때는 집에서 산후 조리를 했었는데 히로의 첫 목욕을 울 할머니랑 엄마가 시켜 주셨고 

히로가 배꼽이 떨어질때도 울 할머니가 지켜 봐 주셨다 

물론 히로는 아무 기억도 못 하겠지만..

할머니가 끓여 주신 미역국을 한 달 내내 먹었었다 

내가 소고기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내가 좋아하는 홍합 같은 해산물을 넣고 미역국을 끓여 주셨었고 

할머니가 수시로 퍼다 주시는 미역국을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고 할머니가 

나를 많이 대견해하셨었다 

 

우리 집  자기야가 제사음식 만드는 걸 도와주는 척을 했다 

진짜 도와 주는 척만 했다 ㅎㅎㅎ

울 언니가 요리사가 올케 언니랑 난 조수

울 엄마는 총감독! 

 

진짜 열심히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집 자기야는 처음에만 살짝 돕는 척만 했다 

울 언니  정말 고생 많이 함 

울 언니는 손 재주도 많지만 요리도 잘해서 주방장 언니와 보조인 올케 언니의 손발이 척척 잘 맞아서 

나도 처음에만 돕는 척하다 후반부는 구경꾼 노릇을 했다 

경상도에서만 제사상에 올린다는 돔베기 

내 기억 속의 울 할머니도 돔베기를 참 좋아하셨던 같은데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전날 장을 볼 때 아빠에게 돔베기 안 쓰면 안 되냐니까 

제사상에 돔베기를 안 쓰는 게 말이 되냐며 한 소리 들었다 

진자 울 언니는 금손! 

많은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뚝딱 해 치우는 능력자다 

전날 엄마가 미리 재료 손질을 다 해 놓은 터라 언니는 일 하기 수월 했다고 한다 

 

우리 집 자기야도 할머니에게 술 한잔을 따라 올렸다

우리집 자기야는 지금까지 몇 번의 제사와 몇 번의 명절 차례를 올린 적이 있기에 

나름 잘해 냈다 

히로도 물론 처음은 아니지만 어릴 때였기에 제사에 대한 기억이 없다 

 

히로가 성인이 되어서 처음 참석하는 제사..

제사 그 자체보다 히로는 많은 친척들이 모이는 게 더 좋았다고..

제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방 중인 울 언니는 식구들이 먹을 상차림 준비 중! 

모인 사람들이 많으니 나오는 그릇들도 엄청 많았다 

 

항상 한국 나올 때마다 집안 어른들 집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드려야 했었다 

옹기종기 가까이에 모여 사는 것도 아니고 짧은 시간 한국 방문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었다

인사드리러 다니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꽤 신경 쓰이는 일 중 하나였는데 

이번엔 할머니 제사가 있었기에 따로 인사를 드리러 다니지 않았었다 

고모들은 엄마에게  제사라 생각 말고 식구들끼리 모여 밥 한 끼 먹는다 생각하고 

형식적인 제사 음식은 생략하고 간단하게 하라고 하셨다는데 

하다 보면 결국 이것저것 다 준비하게 된단다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우리 집은 명절 제사를 없앴다고 한다 

기 제사는 돌아가신 날이니 아직까지 지내고 있지만 

명절 제사 같은 경우엔 며느리들도 자기들 집에 가야 하는데 꼭 챙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그래서 명절 제사는 없애고 기 제사는  제사도 제사지만 형제자매들 

다 모여 얼굴 한 번이라도 보자고 지내시는 것이라고 한다 

울 할머니 후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좋으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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