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알수 없는 인간관계
수많은 회사 동료들 중
사적으로 만남을 가지는 친한 동료도 있고
같은 회사 동료니까 가벼운 대화정도만 나누는 동료도 있고 형식적으로 인사만 나누고 얽히기 싫은 동료도 있고
인사조차 하기 싫어 되도록이면 눈을 안 마주치는 동료도 있고 …
타 부서의 잘 모르는 동료는 마주치면
“お疲れ様です” 라며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사를 나누고 별 의미 없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동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그 동료들 중 오늘은 나오미상과 나츠코상 이야기를 할까 한다
나오미상과는 18년을 함께 근무를 했지만 성향이 달라서 형식적인 동료관계를 맺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나오미상은 10여 년 전부터 화려한 돌싱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결혼생활 중 여권도 가져 본 적 없고 취미나 여가 생활은 꿈도 꾸지 못 하고 살다가 돌싱이 되고 나서는 정말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50대 후반이다
가수의 콘서트도 쫓아다니도 영화도 보러 다니고 특히 몇 년 전부터는 데이캠프( 숙박하지 않는 당일치기 캠프)에 빠져서 데이캠프에 진심인 캠퍼다
18년 전부터 동료로 지낸 나오미상이지만 예전엔 그냥 답답한 아줌마 이미지였는데 이혼 후 돌싱으로써의 자유로운 삶이 정말 멋져 보이는 나 오미상이다
나와 팀이 달라서 일로 엮일 일이 거의 없어서 딱히 친할
기회도 이유도 없는 그냥 동료
또 한 명 나츠코상은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다 내가 근무하는 곳으로 이동해 온 지 6년쯤 되는 것 같다
나 보다 서너 살 아래인 막 50대에 들어선 미혼이다
나츠코상은 요즘 커피에 빠져있다
나츠코상 또한 팀이 달라서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냥 동료이고 나오미상도 나츠코상도 휴게 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면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의 사이인데
얼마전부터 서로의 취미에 대해 공감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 오미상은 데이캠프
나츠코상은 커피
나는 차박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이래저래 꽤 통하는 부분이 많다
나오미상은 데이캠프와 함께 커피에도 관심이 많고
데이캠프( 당일치기 캠프)만 하니 차박을 하는 나에게 관심이 있고
나는 내가 모르는 데이캠프 장비를 이것저것 갖추고 있고 자세히 알고 있는 나오미상에게 여러 정보를 얻고 있고
나는 커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리 집 자기야가 커피광이라 나츠코와 커피 이야기가 통하고 …
이래저래 서로의 취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이다
지난주 갑자기 커피에 진심인 나츠코상이 나오미상과 나에게 커피모임을 가지자고 했다
그리고 갑자기 형성된 커피모임

갑자기 만들어진 커피 모임 단톡방에 초대받았다 ㅎㅎ

그렇게 형성된 커피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은 성인이 되면 작은 방 하나라도 얻어서 독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나츠코상도 본가에서 5분 거리에 독립해서 혼자 살다가 몇 년 전 부모님 연세도 있고 해서 본가로 들어갔는데 독립해서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하지 않고 지금도 월세를 내며 유지를 하고 있다
살지 않는 집이지만 짐도 많고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의 피난처로 활용하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모여 파티를 하며 노는 장소로 활용 중이라는 나츠꼬상의 집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나츠코상 방에 존재감 뽐내며 떡 하니 서 있는 기모노 입은 마네킹
나츠꼬상 엄마의 취미인데 가끔씩 기모노 입는 걸 가르치고 있는데 방 하나는 나츠코상 엄마의 기모노 방으로 내주었다고..

창 밖을 바라보며 서 있는 기모노 ㅎㅎ
커피 모임이라며 초대를 받긴 했는데 나츠코상은 최근 커피에 빠져 시간만 나면 책이랑 유튜브로 커피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고 나오미상도 꽤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지만 나는 우리 집 자기야가 커피광이지만 나는 커피에 대해 아는 게 쥐꼬리만 한 사람인지라 ( 난 커피보다는 홍차파 ) 커피 대신 한국 음식을 만들어 가기로 했고

그래서 해물 부침개랑 김밥을 만들어 갔다

모임 전날 후지산의 호수로 차박을 갔었고 집에 돌아온 게 저녁이라서 마트에서 대충 사다가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든 김밥이다

부침개와 김밥 그리고 김치 몇 종류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메인이 커피 모임이라서 커피와 함께 이것저것 디저트를
먹을 거라서 일단 1차로 간단히 …
인간관계란 게 참으로 묘하다
사실 난 이혼 전 나오미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참 답답하기도 했고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으며 겉으론 언제나 웃으며 좋은 사람이었지만 속을 모르니 뭐랄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았는데 ( 흔히들 말하는 일본인의 本音と建前 속 마음과 같마음 ) 돌싱이 된 후 자기 삶을 찾아가면서 조금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사람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여전히 아직 그 속내를 모르겠지만 솔직히 속까지 털어 낼 필요까지 없으니 서로의 취미 생활을 존중하며 더 들어가지도 말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 좋은 동료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나츠코상은 회사에선 많은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사람으로 꼽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내 귀에 들려오는 건 대부분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며 지냈었다
나오미상은 워낙 내가 오래 지켜본 ( 18년) 선배라 남의
말이 아닌 나의 가치관으로 판별이 가능하지만 나츠코상 같은 경우는 들리는 소문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이번 커피 모임으로 7 시간을 함께 했는데 업무가 아닌 사적인 모임이라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부분이 많은 나츠꼬상의 모습들이 있어서 정말 의외였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그렇다고 안 보이는 부분을 알턱이 없고 참 어려운 게 인간관계인 것 같다
게다가 나란 여자 친구라 생각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주려고 하는 여자인지라 덕분에 몇 번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적도 있다
너무 너무 즐거웠던 길지만 짧게 느껴졌던 커피모임!
모르긴 해도 회사의 그 누구도이 3명의 사적 모임은 생각지도 못할 조합이다
속은 제쳐두고라도 보이는 겉 성향만 따져도 맞을 것 같지 않는 조합이지만 같은 취미로 모이면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유단하지 말고 너무 가까이 너무 깊이 들어 가지
말고 적당한 선을 지키며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면 의외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
너무 즐거웠던 본방 “ 커피모임“ 이야기는 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