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에 ../자기야 이야기

몸도 맘도 피곤한 아내를 위해 남편이 차린 주말 저녁상

동경 미짱 2018. 3. 12. 00:44
반응형
728x170


일요일 아침부터 몸상태가 영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생했는데 ...


 아침부터 히로에게 싫은 소리 좀 했다 

어제 할머니로 부터 손편지랑 생일 축하로 현금 까지 받고선 

아직 할머니께 전화를 드리지 않는 히로가 맘에 안들어 한마디 했더니 

지금  전화 할려고 했는데 엄마가 먼저 잔소리 시작한거라며 

꿍시렁 꿍시렁 거려서 몸 상태에서 오는 짜증 까지 겹쳐 

한잔소리 더 하고 말았다 


몸상태 핑계를 대고 싶지않지만 괜시리 모든게 짜증스런 주말이었다 

히로는일요일인 오늘도 변함없이 

학교 부카츠인 테니스 때문에 오전부터 학교로 향하고 

자기야는 자기야대로 오전엔 테니스 오후엔 자동차 정기점진 예약이 

잡혀 있다며 집을 나서고 

난 아침도 점심도 굶고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무한 반복했다 

오후가 되어서야  아침에 먹은 약 덕분인지 

몸이 조금 회복 된듯 이불 속 탈출을 했다 

그런데 기분은 영 아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일요일 오후 


그래 좀 안 하면 어때?

청소도 부엌 설거지도 모두 나 몰라라하고 

미숫가루 한잔 타 먹고 다시 이불 속으로 자다 깨다 자다 깨다 ..


4시쯤 자기야가 돌아 왔나  보다

 뭐 좀 먹었어? 

 아니  (괜시리 짜증나 말이 짧다)

 자기 좋아하는 우엉 빵 사 왔는데 좀 먹을래?

 나중에 (역시나 말이 짧다)


혹 말로만 듣던 갱년기인가?

요즘 몸도 맘도 이상하다 

자기야가 음악을 한껏 크게 틀어 놓고선 

 부엌에서 뭘 하는지  떨거럭 떨거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밀린 설거지라도 하나?

음악소리와 떨거덕 가리는 소리도 약에 취한듯한 

내 잠을 깨우진 못했다 

하루종일 정말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징그럽게도 많이 잔 하루였다 




 자기야 일어나 밥 먹자 


부엌에서 딸가닥 거린게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구나 

카레다 



닭가슴살 올린 사라다도 한 접시 



내 남자가 이ㅂㄹ 뒤집어 쓰고 누운 마누라를 위해 차려 낸 

저녁 밥상  카레랑 사라다 한접시다 


 카레 만든는데 2시간이나 걸린거야?

 2시간이나 걸렸어?

  응    자기 부엌에 들어간지 2시간 이야 

 2시간 걸려  제대로 졸여서 맛있잖아

맛있지 ? 안 맛있어?

 그래 맛있네 ...


역시나 말이 짧다 

평소엔 이럴땐 맛있다 잘했다 고맙다 

잔뜩 치겨 세워주는 마누라인데 

영 반응이 없는 마누라가 걱정스럽기도 하고 

또 눈치도 보이는지  조각 케익  사 왔는데 먹을래?

따뜻한 커피라떼라도 한잔 만들어 줄까

말 없는 마누라 대신 말이 많아지는 자기야다 


저녁 설거지까지 끝내준 자기야 

사실은 넘 고마운데 그런데 오늘은 고맙단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갱년기 증후군인가 ....

시간이 지나고 어두운 맙이 되고 사방이 조용해지니  마음이 편안해 졌다 

역시 갱년기 ???

오늘 고맙다 못한 말 내일은 해야겠다 

아니 꼭 해야지 고맙다고 그리고 짜증 내서 미안하다고 ....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