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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일본 시어머니와 한국 며느리가 함께 차린 생일상

by 동경 미짱 2019.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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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도 아니고 명절도 아니고  아무날도 아닌데  시댁에 온  다음날 

날을 맞춘다고 맞춘건 아닌데 

우리집 자기야의 생일이다 

자기야는 대학을 다른 지역으로 진학을 해서

대학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을 했다 

그리곤 미국 갔다가 한국 갔다가 

결혼하고 동경에 정착을 했으니 

대학 입학후 지금까지 자기 생일을 부모님과 함께 한 적이 없다 

도대체 몇년만에 부모님이랑 함께 생일을 맞이하는 건지 

우리집 자기야도  시부모님도 너무 오래간만이라며 

다 같이 생일을 맞을수 있어서 좋아라 하신다 


시댁은 생일이면 항상 세끼항(찹쌀 팥밥)을 해서 축하를 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찹쌀 팥밥은 결혼이나 생일 등등 ..

축하할 일이 있을때 해 먹는다 

한국은  생일하면 미역국이지만 

울 시댁은 생일하면  찹쌀 팥밥이다 

어렸을때부터 생일을 찹쌀팥밥만 있으면 만사가 오케인 울 자기야 

오래간만에 자기 엄마가 만드는 팥밥을 먹고 싶다는 주문이 떨어졌다

마누라 팥밥은 싫고 추억의 맛 

자기 엄마의 팥밥이 먹고 싶단다 


덕분에 자기야의 생일 저녁상은 시어머님이 만드시기로 했다 

마누라이자 며느리인 나는 가만히 앉아 시어머님이 차려 주시는 

밥상을 받아 먹을 예정이었다 


오전에 시어머님이랑 장을 보러 갔다 

장을 보다가 


 오래간만에 부침개가 먹고 싶네 


근데 어머님 집에 한국 고춧가루 있어요 

부침개 타래(양념간장) 만들려면 한국 고춧가루 필요한데 .. 


 지난번 미짱이 보내준거 아직 많이 있어 


고춧 가루만 있으면야 뭐 부침개 부치는거야 일도 아니니까 

 내 남편 생일인데 까짓 부치지 뭐 

 


울 시어머니는 종합병원의 관리 영양사 출신이시다 

그래서 뭔가 요리를 할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하신다 

대충이란게 없다 

뭐든 간단히 대충 없으면 없는대로 내 식으로 만드는 나로썬 

울 시어머님의 요리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절대 따라 하고 싶지 않는  아니  불량 주부인 나로썬 절대 할수 없는   요리 방식이다 

요즘엔 팥을 삶아서 팥밥용으로 간단히 나오는게 있는데 

울 시어머님 팥을 씻어서  삶는것 부터 시작이다  

나라면 전기 밥솥으로 간단히 하는데 울 시어머님은 

찜통에 찌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마당에 나가 남천 잎을 따다가 떡 하니 올려 놓으셨다 

일본은 팥밥엔 꼭 저렇게 남천 잎으로 장식을 한다 

그래서 일본의 마당 있는집에 남천은 정말 흔한 정원수 중 하나다 



울 자기야가 시어머님이 만드신것 중에 

제일 먹고 싶다는 고로케..

고로케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음식인데 

그냥 가게가서 몇개 사다 먹으면 될것을 

울 시어머님 감자를 깍아 삶아서 으깨고 

(시 아버지에게 감자를  으깨라고 건네셨고 울 시아버지 

야구 중계를 보시며 열심히 감자를 으깨셨다)

고로케에 넣을 고기도 볶고 고기 넣고 밑간 한 감자를 곱게 모양을 내서 

 밀가루 묻히고 

계란물 묻히고 빵가루 묻히고 기름에 튀겨내고 ...


그 귀찮은 작업이 싫어서 불량주부인 나는 집에서 고로케 만들지 

않은게 몇년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남편이 무지하게 좋아하는 고로케인데 말이다 



울 시어머님 당신 아들 생일이라고 

그 비싼 송이버섯까지 사 오셨다 

다시물에 송이버섯이랑 새우 넣고 찜통에 쪘다

그리고 울 시어머님이 만드신 또 한가지 반찬은 

일본식 시금치 무침이다 


어머님은 당신 아들 생일상을 위해  4가지를 만드시고 


다음은 며느리인 내 차례 

어머님께 고춧가루 달라고 했더니 어머님이 내 주신게 이거다 



헐 ...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울 시어머님 냉장고가 아닌 서랍장에서 꺼내 놓은 고춧 가루란 아이..


아이고 어머니 이건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하셔야죠 

이것 못 먹어요 

다 버려야 해요


 난 고춧가루라 괜찮을줄 알았지 


 아이고 어머니 한국거는 일본 고추가루랑 달라서 

보존료도 안 쓰고 해서 실온에 보관하면 안되는데 ...


 전혀 못 쓰는거야? 아까워서 어떻게 버려 


 어머니 이건 아깝다 할 수준이 아니에요 

무조건 버리세요 


한숨 .....

그나저나 고춧가루가 없다 

급하게 마트에 가서 고춧가루를 찾아 보았는데 

있긴 있는데 중국산 ..

어쩌겠나 급한김에 중국산 고춧가루 사다가 

부침개용 간장 양념을 만들었다



남편 생일상 차림으로  오징어 넣은 부추 부침개 3장 굽고 

불고기에  당면 잔뜩 넣어서 불고기인지 

잡채인지 모호한 것 만들어 냈다 

그리고 가지를 쪄서 한국식 가지무침도 한 접시 

내가 만든건 이렇게 3가지 

어머님이 만드신 4가지랑 내가 만든 3가지로 

자기야 생일상을 차려 냈다 

그리고 건배할 맥주 



저녁에 시동생도 오고

맥주로 간단히 건배를 했다 

울 자기야는 엄마가 만든 찹쌀 팥밥과 고로케에 감격을 하고 

시 동생은 내가 만든 불고기 잡채가 맛있다 해 주고 

울 시어머니는 내가 만든 부침개가 맛있다고 하고 

울 시아버지는  언제나 그렇듯 아무꺼나 다 맛있다고 하시고 ...


시아버지에 시어머니에 남편에 시동생 ...

이렇게 가족이 다 모여 생일 축하 하는게 

20년도 더 지난 옛 이야기라며 

다 들 너무 만족스러워 하고 좋아하셨다 


울 시어머님은 당신 아들 둘이 함께  먹는 밥상에 기분이 최고이시고 

난 하나뿐인 내 아들 그것도 수험생인데 

홀로 동경에 두고 와서 이 놈이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나 

내 아들 걱정에 밥이  맛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자기야 생일에 맞춰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어쩌다 시댁에 온게 남편 생일이었고 

덕분에 가족 모두 좋아라 해서 

추석도 명절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날에 

일부러 휴가내고 시댁 오길 잘 했다 싶은 마음이 살짝 든다 


일본인 시어머님이 차린 일본 음식 

한국인 며느리가 차린 한국음식으로  차린 남편 생일상 

좋았다 ..


음 ... 그래도 고춧가루 넘 아깝다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건데 ..

울 친정 엄마가 챙겨 주시건데 ....


마트에서 사 온 중국산 고춧 가루는 바로 내가 냉동실에 잘 넣어 두었다 

어머니 고춧가루 냉동실에 넣어 두었어요 

잊어 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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