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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자기야 이야기

출장지에 김치를 가져가겠다는 남편

by 동경 미짱 202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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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우리집 자기야는 5일간  국내출장을 갈 예정이다 

출장이라고 해야 1박 2일 

길어야 2박 3일이 대부분인데 이번엔 5일로 꽤 길다 

지금 코로나다 뭐다 난리인데 때가 어느때인데 출장이냐고 

안가면 안 되는냐고 했더니 

지방에 있는 사무실이 이전을 한다고 한다 

이전을 하면 했지 아니 자기가 가서 이삿짐을 옮길것도 아니고 

라고 했더니 ..

새로운 사무실이 어떤곳인지 직접 봐야 하는것도 있지만 

매년 4월에 하는 인사 면담

(1년에 한번하는 개인 업무 실적 평가와 연봉 조정 면담)

을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못했으니까 

이번에 새로운 사무실도 볼겸  개인 면담을 해서 연봉조정을 해야하니까 

꼭 가야만 한단다 


와카야마는 지방이라 사무실 임대료도 동경과 비교

안되게 싸고 또 인건비 또한 같은 일을 하는데도 

동경의 직원들의 70%정도의 임금이다 

업무는 컴퓨터와 전화만 있으면 할수 있는 업무라 

임대료 싸고 인건비가 싼 지방 사무실을 확장하고 있다 

와카야마 사무소는 울 자기야의 직속부서라 

책임자인 우리집 자기야는 가끔 출장으로 와카야마에 가곤 한다 


출장을 갈때마다 명색이 책임자이고 자기야의 직속 부하들인지라 

마누라인 나는 내조한답시고 

이런 저런 선물을 준비해서 자기야에게 가져 가라고 하는데 

(선물이라 해야 머핀 , 쿠키, 케잌, 같은 먹거리들 ...)

마누라가 준비해 주는것도 가져 가기 귀찮아 하는 남자다 


 그래도 자기 부하들인데 내가 준비해둘테니까 가져가 

  매번 안 가져가도 괜찮아

어차피 회사돈으로 저녁에 회식 시켜 줄건데 뭐

아니 회사에서 회식 시켜 주는거랑 

직속 상사인 자기가 챙기는거랑 다르지 


마누라가 다 준비해 두고 자기는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거좌 귀찮다는 울 자기야가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이번엔 갑자기 며칠전에 자기야가 나에게  이런 라인을 보내왔다 



이번 출장에 김치를 가져 갈수 있을까

라고 ...

내가 냄새가 나서 못 가져 갈꺼라고 했더니 

지방 사무소 직원 중에 김치를 먹고 싶다고 하는 직원이 있단다 

냄새나서 안된다고 했더니 

오이김치도 안되냐고 ?

아니 이 사람이  마누라가 안된다는데 왜 포기를 못하는거야 ..


아니 가져 가기 편한 쿠키나 과자도 귀찮아서 안 가져간다는 사람이 

김치를 가져 가겠다고??

내가 냄새를 핑계로 안 된다고 했지만 

사실 안 될것도 없다 

꽁 잘 싸서 수화물로 부치면 되니까 

와카야마 공항 도착하면 바로 렌트카를 빌려 두었으니 

가져 가는건 아무 문제도 안되지만 

솔직히 내가 싫다 



지방 사무소 직원이 김치 먹고 싶다는 그 직원 한명인것도 아니고 

직원 모두에게 김치를 줄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그 직원에게만 따로 김치를  챙겨 줄수도 없고 

그럼 다른 직원은 어쩌라고??

게다가 제일 큰 이유는 불량주부인 내가 딱히  김치에 자신 있는것도 아니고 

일본에서 파는 김치가 맛이 참 다양한데 

( 진짜 한국식 김치, 일본인이 만든 김치 흉내낸 김치 등등...)

게다가 김치는 발효된 상태에 따라 맛도 달라지고 

개개인 마다 금방 담은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 

신김치를 좋아하는 사람 등등 취향이 다 다른데 

김치가 먹고 싶다는 직원이 내가 만든 김치가 입에 맞을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담아 주기가 싫어서다 

또하나는 전업주부도 아니고  일 다니는 워킹맘인데 

 근무 마치고 와서  그 직원 한명을 위해 

내가 꼭 김치를 담아야 하겠냐고??


이 아저씨가 왜 이리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꿍시렁 꿍시렁 ...


 라인으로 여지를 주지 않고 딱 잘라서 

냄새 때문에 안된다고 포기하라고 거절을 했지만 


결국은 ...

 


오이랑 무를 담았다 ㅠㅠㅠ

김치 먹고 싶다는 그 직원은 혹 배추 김치를 생각한지도 모르겠다 

요즘 배추가 맛도 없고 해서 그냥 오이랑 무! 

만드는 사람 마음이지 뭐 

먹기 싫음 말라지 ..


김치를 만들면서 드는 생각이 ...

" 내가 상사 마누라가 아닌 부하 직원 마누라같잖아 

김치 만들어 상사에게 가져다 주며 아부하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건 왜지?"


어차피 만들었으니까 작은 병에 담아서  보내야지 뭐 

그리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따로 에그타르트를 

준비해서 보낼 예정이다 

사무실 이사하면서 간식으로 챙겨 먹도록 ...


이사도 이사지만 지방 사무실 직원들은 

이번 자기야의 출장에 희비가 갈린다 

1년간의 업무 실적에 평가를 받고 연봉이 오르는 직원들 

작년 연봉 그대로 유지하는 직원들 

그리고 잘 없는 경우지만 지금까지 딱 한번 있었던 

연봉이  내려간 직원...

이번엔 다들 연봉이 올랐으면 좋겠다 

아무리 지방이라 집세가 싸고 물가가 싸다고 하지만 

동경 사무실 직원이랑 똑 같은 일을 하는데 

연봉 차이가 30%나 난다는게 나랑 상관이 없지만 늘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자기야가 귀찮다고 하지만 

자기야가 출장을 갈때마다  작은 먹거리를 준비해서 

가져가라고 하는 이유다 

근무 마치고 와서 꿍시렁 거리면서 오이랑 무를 담근 이유다 

동경 부하 직원들에겐 아무것도 해 주지 않으면서도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지방 사무실 직원들에게는 

작은 과자하나라도 챙겨주고 싶다 

(아니 상사인 자기야도 가만 있는데 마누라인 내가 왜 난리래 

이런걸 오지랖이 넓다라고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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