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락 가락 한다
낮엔 너무나도 날씨가 좋더니만 저녁이 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언제 갑자기 비가 내릴지 모르니 화창한 날을 신용할수가 없다
집을 비울땐 아무리 잠깐이라도 마당에 널어둔 빨래는 죄다 집 안을 들여놓아야만
맘을 놓을수 있는 당최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요즘 우리집 마당엔 꽃들이 참 많이도 피어있다
정열의 빨간 장미와 보랏빛 도라지 꽃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조합이지만 이렇게 꺾어다 와인잔에 꽂아 두고 보니
또 은근 어울리는 것 같아
하긴 꽃이 어울리는 조합이란 게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 도라지 꽃은 20년도 더 된 도라지이다
일본에 와서 처음에 아파트에 살 때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화분에 심어서 키웠었는데
단독 주택을 이사를 오면서 우리 집 마당에서 보낸 세월이 몇 년인지 모르겠다
일본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때 우연히 동네 꽃집 앞을 지나가다가 도라지를 발견했다
일본에도 도라지 꽃을 가끔 볼수는 있지만 키가 아주 작은 꽃을 보기 위한 관상용 도라지가
주를 이룬다
이렇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도라지는 그리 흔치가 않아서 망설임 없이 울 집으로 데려와서
처음엔 작은 화분에 심어서 키우기 시작했었다
히로를 가지기 전부터 키웠으니 확실한 건 열아홉 울 아들 녀석보다 두서너 살 더 많다
23년 묵은 도라지이니 뿌리를 캐면 아마도 인삼보다는 더 몸에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무리 몸에 좋아도 캐서 먹을 일은 없겠지만 ...
나는 도라지나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 매콤하니 양념장 발라서 구워 낸 도라지 구이가
엄청 무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확 뽑아다가 도라지 양념 구이를 해 버려 라는 생각을 한두 번 해 본 적이 있긴 하다
23년 묵은 도라지 효능이 과연 얼마나 좋을까 하다가도
아무리 몸에 좋다지만 먹으면 한순간인데
23년을 매년 이쁜 꽃을 피우며 나에게 즐거움을 준 그 효능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내가 이 집에 사는 한 아니 혹 이사를 한다고 해도
아마 뽑아서 같이 이사를 가겠지만 어쨌든 매년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도라지 꽃의 효능이 더 클 것 같다
우리 집 마당에 두 군데 도라지가 심어져 있다
분명 같은 도라지인데 사진의 앞쪽 도라지는 만개를 했는데
사진 뒤쪽에 잎이 무성한 저것도 도라지인데 뒤쪽 것은 아직 작은 봉오리를 맺은 상태다
왜 꽃이 피는 시기가 살짝 어긋날까 하는 궁금증이 들긴 하지만
앞 쪽 도라지 꽃이 다 질 때쯤 뒤쪽 도라지가 피기 시작하면
오래오래 마당에서 도라지 꽃을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이상하게 도라 지하면 한국적인 이미지가 떠 오른다
우리 집 마당의 꽃들 중 가장 한국을 떠 올리게 하는 꽃이 도라지이다
23년 묵은 도라지의 효능은
내 마음에 한국을 떠 오르게 하면 입 꼬리를 올리게 하는 그런 효능이 있다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신 산천의 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도라지 타령을 흥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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