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회사의 한국인 후배에게서 카톡이 왔다

재외국민 투표 신청!
그래 내가 나라를 위해 딴 건 못 해도
그래도 소중한 나의 한 표를 행사해야 하지 않겠어
내가 딴 건 못 해도 그래도 투표는 해야지

그래서 바로 신청을 했다
한국을 떠나 산지 강산이 두 번은 벌써 바뀌었고 이제 3 번째 바뀌려고 하고 있다
한국을 떠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일본에 온 게 20대 중반의 꽃 다운 나이였는데
그 꽃다운 아가씨는 어디로 가 버렸는지 지금은 50대 중반 아줌마가 되어 있다
참 세월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 것 같다
지금 세어보니 올해로 한국에서 산 세월이랑 일본에서 산 세월이랑 똑같다
딱 절반이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 중 절반을 한국에서 살았고 절반을 일본에서 살고 있다
이제부터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일본에서 산 세월이 한국에서의 시간보다 더 많아진다
어찌 생각하면 한국을 떠나 온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한국에 돌아가서 살 계획도 없는데 선거 그게 뭐?
한국의 정치 경제가 좋건 나쁘건 내 생활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라고 묻는다면 …
할 말이 없다
그니까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나에겐 아무 득도 실도 없는데 굳이 투표란 걸 해야 할까?
일본에서 산 세월이 더 많아지려고 하는 오랜 시간을 일본에 살고 있지만 남편이 일본인이지만
일본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난 지금도 여전히 남편 성을 따르지 않고 ( 일본은 결혼을 하면 부부가 같은 성을 가지게 된다 부인이 자기 성을 버리고 남편 성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가끔 남편이 부인성을 따르는 경우도 있다. 부인이 남편성을 따르건 남편이 부인 성을 따르건 어쨌든 부부는 성이 같아야 한다 )
하지만 지금도 난 김이라는 한국 성과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집은 부부가 성이 다르다
회사에서도 내 의료보험도 내 운전면허도 내 은행 통장도
죄다 김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일본 성이 아닌 한국 성인 김이니까 남편이 한국 사람인 줄 안다
왜냐하면 일본에선 외국인도 일본인과 결혼을 하면 일본성을 따르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만나 한국에서 결혼하고 한국에서 혼인 신고를 먼저 한 후 한국 호적을 들고 일본 대사관에 가서 서류를 일본 호적지로 보내 혼인 신고를 했기 때문에 김이라는 내 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혼인 신고를 하면 부부가 각자의 성으로는 혼인 신고를 할 수가 없다
신청서를 받아 주지 않는다
( 내 성이 남편성과 달라서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 예를 들어 아들이 미성년일 때 아들 명의의 은행 통장을 만들려고 은행에 갔는데 아들과 함께 갔는데도 나와 아들이 성이 다르니 엄마라는 입증이 안 된다면 거부를 당한 적이 있다
내 신분증을 죄다 꺼내 놓고 주소가 같지 않냐고 해도 같은 집에 산다고 해도 성이 다르니 단순 동거인인지 엄마인지 증명이 안 된단다
홍길동이 그랬던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고 하더니 내가 엄마인데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엄마라 인정할 수 없단다)
왜냐고 묻는다면 내가 애국심이 강해서도 아니고 그냥 당연히 나는 김이니까 …
국적을 바꾸지 않고 국적이 한국인데 굳이 일본 성을 쓸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국적이 한국이니 당연히 한국 대통령 선거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그냥 당연히. …
한국인이니까 한국 대통령 선거에 꽝 하고 찍는 건 그냥 당연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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