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시댁에 4일을 머물면서 밥 한끼 차리지 않은 며느리

by 동경 미짱 2025. 8. 27.
반응형
728x170

나고야 시댁을 방문한 나에게 붙는 수식어 맏 며느리!
그렇다 나는 맏며느리다
이번 시댁 방문은 4일을 머물렀다
4일 동안 아침 식사 3번 점심 3번 저녁 식사가 3번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댁 방문에서는 명색이 맏며느리인 나는 밥 한 끼도 차리지 않았다
시부모님은 아침이 참 이르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일단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빠르다
빠르면 9시 늦어도 10시만 되면 잠자리에 드시고 그래서인지 아침에 무척 일찍 일어나신다
아침이 이르니 식사 시간도 빠르다
8시 전에는 아침 식사가 끝이 난다
며느리 초보일 때는 그래도 며느리인데 싶어서 아래층에서 인기척이 들리면 나도 얼른 일어나 어머님 근처를 서성이며 아침 준비를 돕기도 했었는데 며느리 연차가 쌓이니 이젠 간이 부어서 인기척이 나건 말건 늦잠을 늘어지게 잔다
그 배경에는 시어머니가 시댁에 왔을 때만이라도 ゆっくりして下さい(맘 편하게 느긋하게 천천히 지내라) 하시니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 결과다
나는야 시어머니 말 잘 듣는 착한 며느리 ㅋㅋㅋ

시부모님 식사가 다 끝난 후 아직 자고 있는 우리 집 자기야랑 히로를 깨워 1층 거실로 내려가면 부엌으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앉아서 기다린다
울 시어머니는 뒤늦게 일어난 아들 며느리 손자를 위한 2번째 아침 식사를 차리신다
아침은 간단히 때론 빵이랑 샐러드랑 커피로
때론 밥에 된장국 ( 된장국)에 낫토에 생선구이에 샐러드 …
울 시어머니는 종합 병원 관리 영양사 출신이라서 아침부터 영양 발란스 생각하며 만드시는 편이다
여기까지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아주 막돼먹은 며느리 같은데 시어머니랑 나랑 나름 룰이 있다
내가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는 나에게편히 쉬어라시며 어머니가 다 하시고  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시면 어머니는 손님처럼 아무것도 안 하시고 내가 아침점심저녁을 다 차린다
각자 자기 살림은 자기가 한다!
뭐 그런 룰이다

하지만 내가 시댁에 가면 시 부모님이 드시고 싶다고 하시는 한국 음식을 한 끼 정도는 만든다
어떨 땐 지지미( 부침개)  때론 잡채 때론 김밥을
지난번에 시댁에 갔을 때는 닭갈비를 만들었었다
그런데 이번 시댁 방문에서는 아무것도 단 한 끼도 만들지 않았다
아침은 시어머니가 차려 주셨고
4일 내내 점심도 저녁도 외식을 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울 시어머니는 관리 영양사 출신이시라 모든 건강은 먹는 것에서부터 좌우한다고 생각하신다
그래서 우리 집 자기야가 어렸을 때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조건 집 밥을
직접 만들어서 먹였기 때문에 클 때 외식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랬던 시어머니가 변하셨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힘드시고 귀찮으신가 보다
시어머니가 예약을 해 뒀다고 외식하자고 하신다 ㅎㅎ
당신이 힘들고 귀찮은 밥 하기를 며느리에게 강요하기 싫으신지 이번엔 한국 음식 뭐가 먹고 싶다는 그런 말씀 일절 않으시고 나가서 먹자고 …

둘째 날 점심은 시댁에서 30분 거리의 외곽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마당이라 해야 하나 정원이 얼마나 넓은지 앞이 탁 트였다

저 마당 너머로 작은 호수도 보였다

덩굴 장미 터널도 있었다
장미 가 필 때 오면 너무 멋있을 것 같다

마당 구석에서 바라본 레스토랑 건물

 

테라스 석이 있었지만 너무나도 더워서 테라스석엔 아무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나고야는 일본에서도 아주 더운 곳이다
대구처럼  분지라서  엄청 무지 덥고 습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로 입성!

점심인데 예약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꽤 인기가 있는 레스토랑이라서 예약하지 않으면 꽤 기다릴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시어머니가 미리 예약 해 둔 덕분에 바로 안내를 받았다

 

예전엔 그렇게도 외식을 꺼리셨다는 시어머니가
요즘엔 외식을 꽤 즐기시는 것 같다
단! 샐러드 추가 주문은 꼭 하신다
채소 많이 먹어야 한 다시며

히로는 카레를 주문했다
스파게티나 피자는 1년 정도 안 먹고 싶단다
히로는 밥이 먹고 싶다는데 밥 메뉴는 카레 밖에 없었다

시댁에 머무르는 동안인도 카레 집고 가고 데바사끼 ( 일본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닭날개 튀김) 도 먹으러 가고 히츠마부시( 나고야식 우나기 덮밥) 도 먹으러 가고 소바도 먹으러 가고
진짜 외식 릴레이였다
조금 싼 건 어머님이 계산하시고 비싼 장어는  내가 계산을 했다
예전엔 그렇게 외식을 싫어하셨던 시어머니였는데
아들 며느리 손자 밥 해 먹이기에 기력이 달리시나 보다
먼저 외식하자고 하시는 걸 보니 …
그렇게 4일간의 시댁 방문은 맏 며느리가 한 끼도 밥을 하지 않고 그렇게 잘 먹고 잘 지내다 왔다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