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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시아버지가 차린 아침상 시어머니가 차린 저녁상

by 동경 미짱 2018.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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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댁에 가면 밥을 하지 않는다 

신혼때에는 명색이 며느리인데 가만히 앉아서 

시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상 받아 먹기 민망해서 

(울 친정 엄마가 맏며느리로써 살아 오신걸 보고 자란 나인지라 ...)

어머님 옆에서 이것 저것 도운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아예 부엌엔 얼씬도 안한다 

대신 그래도 며느리이니까 설겆이는 하고 있다 

그나마 설겆이도 어머님은 하지 말라시지만 

그것까지 안하기엔 며느리로써 최소한의 양심상  맘이 불편해서리 ...


이번에 시댁방문에도 난 단 한번도 밥을 차리지 않았다 

내가 시댁에서 요리를 할때도 가끔은 있다 

시부모님이 지지미(부침개)가 드시고 싶다고 하실때다 




울 시어머님이 차리는 밥상은 항상 비슷하다 

회(사시미)나 튀김같은 메인 요리에다가 

언제나 빠지지 않는 생선구이 

대개는 연어 구이가 많은 편인데 이날은 고등어 구이였다 

고등어 구이도 그냥 드시는 법이 없다 

생선을 드실때는 무우를 갈아서 생선과  같이  드신다 

생선이랑 무우랑 궁합이 아주 잘 맞고 소화에도 좋다시며 ..

그리고 토마토와 브로커리는 매일  빠지지 않는 재료이다 

이날은 토마토랑 브로커리 넣은  사라다 

그리고 계절채소다 

이날은 우엉 조림이랑 구운 가지 나물에 생강 살짝 ..

울 시어머님은 간을 거의 하시지 않는 저염식이다  

아주 심플하게 재료 그 자체에 맛을 즐기시려고 하신다 

시립 종합 병원의 관리 영양사  출신답게 건강에 특히 먹는것에 아주 신경을 쓰신다 


그리고 채소 듬뿍 미소시로 (일본식 된장국)

울 시어머님은 저녁엔 밥을 (탄수화물)드시지 않으신다 

반찬으로만 배를 채우신다

당신이 밥을 드시지 않으시니 며느리인 나에게도 밥을 아주 조금만 주신다 

시댁가면 자동 다이어트를 한다는 ..




연세가 드시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신다고들 하시는데 

울 시댁도 마찬가지다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달리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

시아버지는 5시만 되면 산책을 나가신다 

울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당연히 2층에서 며느리랑 아들은 꿈나라...


아침에 7시에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니 벌써 아침 상이 차려져 있다

7시면 그렇게 늦게 일어나는 것도 아닌것 같은데 ....


시댁은 아침 식사는 시아버지가 만드신다 

예전엔 집안일이라곤 손 가락 하나 까닥 하지 않으셨던 분이시다 

일본에서는 큐슈단시라는 말이 있다 

큐슈 남자라는 말인데 일본에선 가부장적인 남자를 일컫는 말이다 

전형적인 큐슈 단시이신 울 시아버지도 연세가 드시니 

그동안 큰소리만 땅땅 쳤었는데 이제는 시어머니 말씀을 꽤 잘 들으신다 

그래서 몇년전부터는 아침 식사는 시아버지가 

점심과 저녁은  시어머니가 차리시기로 하셨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큐슈남자 생전 집안일이라곤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으셨던 

울 시아버지가 차리신 아침상을 아들과 며느리는 가만히 앉아 먹기만 하면 된다 

난 정말 간이 큰 며느리다 


아침을 시아버지가 차리시니 항상 아침 메뉴는 정해져 있다

밥이랑  미소시루(일본 된장국)

미소시루는 멸치를 넣고 육수를 내고 건더기가 듬뿍이다 

이날은 미역에 버섯, 두부, 양파, 그리고 가지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날 달걀 하나랑 낫토 (물론 낫토도 국산 콩 100%다)

그리고 야채 듬뿍 사라다 한접시가  우리 시댁 아침 메뉴이다 

역시 사라다엔 토마토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보카도 

이날은 아들 며느리 와 있다고 시어머님이 계란 말이랑 

히지끼(해초)조림을 만들어서 추가로 내 주셨다



사진에 있는 저 사라다는 모두가 함께 나눠 먹는게 아니라 한사람분이다 

한사람에 저렇게 커다란 접시의 야채 듬뿍 사라다 한접시 

울 시어머님은 아침에도 밥은 딱 3스픈만 드신다 

그것도 100% 현미밥으로 ..

커다란 사라다  한접시 미소시루 한그릇으로 배를 채운후 마지막에 

현미밥 3스픈 정도를 드신다

울 시댁 밥상을 보면 정말 건강식이다 

매일 계절 채소 듬뿍 저염식 식사를 하시고 하루에 만보를 걸으시니 두 분 다 건강 하시다 


이 날은 아들 며느리 때문에 흰밥을 지으셨다 


시댁에서의 아침밥은 시아버지가 차리신 밥을 맛있게 먹고 

며느리는 설겆이만 ...


시댁에서 밥 한번 하지 않고 연로하신 시아버지랑 시어머니가 

차려주신 밥만 먹고 오는 간 큰 며느리이지만 

시부모님이 우리집에 와 계실땐 당연히 내 살림이니 내가  밥을 하고 청소를 한다 


간 큰 며느리가 시댁와서 시부모님 부려 먹는게 아니라 

그저 서로의 살림에 서로의 생활 룰에 방해 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처음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아서 안절 부절이었지만 

지금은 맘 편히 지내고 있다 

시부모님이 우리집에 와 계실때 시어머님이 신경 쓰시며 편히 안 계시면 

나도 시어머님 눈치보다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서로  편하게 신경 안 쓰이게 지내기 위해서 

시댁에 가면 그냥 시부모님이 해 주시는대로 먹고 놀고 쉬다가 오는 것이다 


한국 며느리와는 다른 시집 살이를 하는 동생에게 울 친정 언니가 하는말 

" 너는 좋겠다" 


울 시댁은 그런면에선  참 쿨한것 같다 

나도 미래에 나의 며느리에게  울 시어머님처럼 쿨 한 시어머니가 되어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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