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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밖에서 먹기

일본 이자카야에서 기분 좋은 만남

by 동경 미짱 2018.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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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에게서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라인으로 ..

 금요일 밤에 어디라도 갈까?

 밤에 갈때가 어디있어?

 000 어때? 이자카야도 많고 한잔 해도  차 없이 집에 갈수 있고 ...


결론은 마눌이랑 이자카야에서 한잔 하고 싶다는거네..

근데 내가 요즘 감기에 꽃 가루 알레르기에 몸 상태가 영 안좋은데 

그래서 안 내키는데 

게다가 다음날인 토요일은 히로랑 같은 학교 한국 엄마인 

사랑맘 코부타네  가족이랑 울 집에서 바베큐를 할 예정이라 

 자기야의 간만의 이자카야 테이트 신청을 거절 하고 싶은 마음이 꿀뚝같지만 

그냥 나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요즘 나는 환절기  몸상태가 영 아니라서  기분이 꽝이었고

자기야는 요즘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매일 늦은 귀가 

게다가 사장이 자기에게 내어준 숙제가 넘 많아서 

스트레스 가득 이라 기분이 꽝 이었다 

그래서 자기야 기분도 맞춰줄겸 이자카야 데이트 신청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금요일 밤 자기야 만나러 역으로 가는 길 

밤거리를 걸을 일이 거의 없는 나 

가을용 바바리 코트를 꺼내 입었는데도 추워서 몸이 웅크러진다 

역에 도착하니 자기야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자기야가 인터넷을 보고  평판이 좋은 이자카야를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고 한다 

일본도 금요일은 한잔 하려는 사람들로  인기 있는 

이자카야는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 




대학교 앞이라 학생들이 많을까 생각했는데 

웬걸 일주일동안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잔의 술로 날려 버리고 싶은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자기야가 미리 예약을 해 둔 덕분에 바로 자리에 앉을수가 있었다 




일단 시원한 생맥 한잔으로 건배 ! 



이 이자카야는 처음 와 본 곳인데 

메뉴를 보니 삶은 땅콩이 있다 

일본에서 삶은 땅콩은 정말 먹기 힘든것 중 하나인데 

이자카야 메뉴에 떡 하니 있으니 넘 좋아서 무조건 시켰다 

한국에서도 삶은 땅콩을 안 먹는 지역이 많다고 하더라마는 

내가 초등학교땐 울 엄마는  가을 운동회때는 반드시 

삶은 밤과 삶은 땅콩을 꼭 준비를 해 주셨다

나에겐 삶은 땅콩은 추억의 먹거리이며 울 친정 엄마를 생각 나게 하는 것이다 

일본 이자카야에서 마주한  삶은 땅콩 ! 

너 참 반갑다  야 ! 




바로 옆  테이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혼술을 하고 계셨다 

술을 드시며 독서를 하는 아저씨라 ...

어째 이자카야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만 이 아저씨는 단골이신가 보다

써빙하는 언니랑 너무 친하다 

 게다가 추가 추가 추가 

생맥주로만 도대체 몇 잔을 마시는지 진짜 독서를 하고 계시나 

아님 혼술하기 뭐해서 책에다 집중을 하시나 

그런데 이외로 혼술을 하는 이들이 서너 테이블 있었다

금요일 저녁 혼술 하는 남자들 이라 ...



자기야와 나는 가끔 가는 이자카야지만 안주를 너무 많이 시킨다 

다닥 다닥   테이블이 붙어 있는 일본 이자카야의 테이블은 아주 작다 

술 못 마시는 사람들 특징이 처음부터 한꺼번에 많은 안주를 시킨다는 것 

천천히 술을 마시면서 안주도  하나씩  하나씩 시키면 되는데 

안주로 배를 채우려는 나는 처음부터 한꺼번에 

테이블에 다 놓을수 없을 만큼 많은 안주를 시킨다는 ..


술 2잔에 안주만 가득이다 

안주를 먹으러 이자카야 가는 여자라 어쩔수 없다 

안주가 푸짐하지 않으면 절대 술을 못 마시는 여자라서 ..

 


안쪽에 앉아 있던 한무리의 학생 그룹이 빠져 나갔다 

한친구가 몸을 못 가누어 부축을 받으며 나가자 

혼술 아저씨랑 우리는 자연스럽게 학생 무리에게 눈이 갔고 

그러다가 혼술 아저씨랑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울 자기야가 옆자리에서 혼자 책을 읽으며 혼술을 하는 아저씨에게 

갑자기 말을  걸더라는 ..

나중에 왜 말을 걸었나 물어보니 혼술 하는 아저씨가 

누가 말 좀 걸어 주세요 라는 오라를 팍팍 풍기더란다 

그래서 말을 걸었다고 한다 


자기야가  한마디 말을 거니 혼술 아저씨는 신이 나서 아예 몸을 우리쪽 테이블로 

돌려 앉아서 본격적인 토크 시작 

처음 보는 아저씨랑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갑자기 50대 혼술 아저씨 옆 테이블에서 역시나 혼술을 하고 있던

젊은 오빠야가 토크에 참석 

그렇게  울 부부랑 옆 테이블 혼술 아저씨랑 또 그 옆 테이블의 혼술 오빠야랑 

우리는 친구 술친구 하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혼술하는 젊은 오빠야는 히로가 제 1 지망을 하고 있는 00대학을 졸업하고 

혼자 자취를 하면서 생활하는 25세의 오빠야였다 

  00 대학   좋잖아요 

우리 아들도 거기 보내고 싶은데 ..

머리 좋은가 보다 

 아뇨 아뇨 머리는 안 좋은데 다른 과목은 못했는데 

딱 한 과목을 잘해서 대학 들어갔어요 

 ??? 그런게 있어요?


결론은 있단다 

다른 과목은 점수가 미달이라도 한 과목을 아주 특출나게 잘해서 입학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이 오빠야는 물리를 아주 아주 특출나게 잘 해서 입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독서하는 혼술 아저씨는 40대에 월급 사장을 하다가 

51살에 이른 퇴직을 하고 다시 재 취업을 하신 

전업주부 부인에 딸 둘을 둔 아빠 

일주일에 5일은 이자카야에서 혼술을 하신다고 하셨다 

집안에 여자만 셋 ... 아저씨 혼자 남자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이유라 했다 




25살 혼술 오빠야 부모는 지방에 계시고 혼자 동경에서 자취를 하는데 

부모님에게 이렇게 키워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직 자기는 25세이지만 자기 부모님처럼 결혼후 아이들을 잘 키울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결혼이 망설여진다고 했다 

 부모님의 감사함을 아는 청년이라면 괜찮아요 

분명 좋은 가정 이룰수 있을거에요 

화이팅 ! 


이 청년 좋은 대학 나왔고 얼굴도 한인물 하더라는 ..

내가 눈이 좀 많이 높은 편인데 내 눈에 잘 생겨 보였다 

게다가 이 청년 키도 크네 ..

게다가 이야기 나눠보니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있고 

정신상태가 똑 바로 박힌 멋진 젊은이네 ..

학력 인물 키를 떠나서 느낌이 참 좋은 청년이었다 


내가 딸이 있었으면 당장 연락처 달라고 하고 싶었다 

딱 사위 삼고 싶은 멋진 청년을 이자카야에서 만나다니 ...


혼술 하는 50대 아저씨랑 혼술하는 25살 잘생긴 청년이랑 

일본의 직장 생활 이야기에다가 

대학 입시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분명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처음 만난것 같지 않은 ..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두번 다시 만날수 없을지도 모르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나이도 국적도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다시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은 

좋은 만남이었다 

아마도 두번 다시 만날수 없을 가능성이 99%이지만 

이 만남은 이 만남에서 나눈 이야기는  여운이 너무 깇어서 

아마도 내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것 같다 

인연이란건 정말 누구도 알수 없는  것 같다 

인연 이라 ..... 

참 좋은 느낌이 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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