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 여기에 ../자기야 이야기

일본인 남편의 감동적인 한글 편지

by 동경 미짱 2018. 12. 3.
반응형
728x170

어제 일식당가서 밥 먹는걸로 결혼 20주년을 보냈다 생각했다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엄청 바빠지는

 케익 만드는 직업을 가진 마눌이니까 뭘 할래야 할수가 없으니까 

내년 봄에 따로 둘이서 여행이나 가자고 했으니 

그러려니 했다 

일요일 난 오늘도 출근 

일치감치 크리스마스 케익을 만들어 냉동 보관 하기위해서

일요일이지만  출근이다 

히로는 기말 고사 기간중이라 학교 자습실에 간다고 했었고 

울 자기야는 고등학교때 절친이었던 친구가  나고야에서 동경으로 연수를 왔다고 해서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일요일이니 도시락을 안 만들어도 되고 해서 느지막하니 8시쯤 일어 났다 

나는  출근이 늦은 편이지만 평일엔  우리집 두남자의 도시락도 만들어야 하고 

아침밥도 챙겨야 하고 그래서 출근이 늦다고해서  늦잠이란걸 잘수가 없지만 

일요일처럼  우리집 두 남자가 쉬는 날은 가끔 

늦잠이란걸 잘수 있어서 좋다 


아침을 눈을 뜨자 마자 내 눈에 보이는건 ..




내 눈에 똬악 하니 이런게 ..


내가 잠귀가 밝은 편인데 왜 몰랐지?

침대 내 옆자리에 놓인 꽃다발 

보자마자 알았다 .

우리집 자기야가 놓아둔거란걸 ...

어제 일식당에서 둘이서 저녁 데이트란걸 했는데 

그때 주면 될것을 마누라를 위한 자기야 나름 생각해 낸  이벤트인가 ?

뭐 좋긴 하다 



내가 부시럭 부시럭 일어 나는 소리가 들렸나 보다 

복도에서 자기야가 소리친다 

 조금더 자지 일찍 일어났네

편지는 나 나가고 나서 나 없을때 읽어 

 지금 나가?

 응 금방 나갈꺼야 . 아직 편지 읽지마 


그러곤 내 얼굴도 안 보고 후다닥 나가 버렸다 

나고야에서 올라온 고딩때 절친을  만나러 ..




참 오래간만에 남편에게서 받은 편지 ..

연애란걸 할땐 일주일에 3, 4번 편지를 써 주었고

결혼을 하고도 가끔 손 편지를 보내 주던 자기야였는데 

스마트 폰이란걸 쓰게 되고  라인을 하게 되면서 

손편지를 주고 받던게 없어져 버렸다 


이제는울 자기야는 둘이서 투닥 투닥 거리며 싸움이란 걸 한후 

마누라가 심하게 삐쳤다 싶을때

마누라 달래는 수단으로  마누라에게 손편지를 쓴다 


부끄러운지  자기가 나가고 나서 보라던 오래간만에 받아 보는

자기야의 손편지 



20년전 한국에서 잠깐 배웠던  자기야의 한국어  실력 

군데 군데 틀린곳도 있지만 

아마도 울 자기야 이 편지를 쓰기 위해 

사전을 찾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리라 짐작이 간다 

일본에 와서 사는 20년간 한국 말을 할 일도 

한글을 쓸 일도 없는 자기야이니까   한국말을 많이 잊어 버렸다

말은 그나마 괜찮은데 글은 쓸 일이 없으니 ....

한국사람인 나도  간혹 받침도 틀리기도 하는데 

20년전 잠깐 한국어를 배운 울 자기야가 이 정도 한글 편지를 쓸수 

있다는데 대단 하다 싶기도 하고  칭찬 팍팍 해 줘야 겠다 


5장의 편지엔 결혼후 있었던 추억이나 큰 일들을 

줄줄이 써 내려 갔다 

첫 부부 싸움 했던 일 까지 ...




서로 못 하는것을 보충하는 부부..

아마도 못하는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이라고  말 하고 싶었겠지 


그니까... 

 울 부부는 정말 다른 점이 많은 부부다 

현실적인 마누라  낭만적인 자기야 

불 같은 성격의 마누라 좀 처럼 화 내지 않는 자기야 

국적도 다르고 살아 온 환경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모든게 다른 우리 둘이 어쩌다 어쩌다 만나 

20년을 살아온 비결 

자기야 말대로 서로 부족한 것을 보충 해 가며 

살아 왔기 때문인가 보다 



20년을 살아와서 일까? 역시 자기야는  나에 대해 잘 안다 

자기 마누라가  다이아 반지나 ㄹㅇㅂㅌ 같은 명품 가방보다 

이런 작은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

손 편지 라는게 그렇다 

특히나 일본 사람이 그것도 20년전 잠깐 배운 한글로 

편지를 쓰기 까지 사전을 뒤지며 (아니 요즘엔 스마트 폰 하나면 검색하면 간단한가?)

자기 마음을 어설픈 한글로 써 내려 가며 

많은 시간을 보냈을 자기야..

이런 마음이 난 더 좋다 


 작은 꽃 다발 하나와  자기야 마음이 담긴 한글로 써 내려간 편지가 

다이아 반지가 아니라도 명품 가방 보다 훨씬 더 좋다 





 자기야에게서 받은 꽃을  아침 햇살이 비치는 동쪽 창가에 꽂아 두고

출근전 커피 한잔 내려 마시며 

꽃을 바라 보고 있자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내 남자 가끔 이렇게 이쁜 짓을 한다 


커피를 마시며 아침 시간을 보내는데 

자기야에게서 라인이 왔다 



한글 많이 틀렸냐고 물어 본다 

아!  그래서 자기가 나가고 나서 보라고 한거구나 ..

이 남자 왜 이렇게 귀엽게 구는거야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