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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자기야 이야기

좋아해야 하는건지 헷갈리는 남편의 한마디

by 동경 미짱 2019.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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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랑 달리 단맛은 없고 수분만 가득한 일본 배추로 

절임용 굵은 소금이 없어 잔 소금으로 배추를 절여야 하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게 일본에 오기전에 

단 한번도 내 손으로 김치란걸 담궈 보지 않았던 내가 

한국 배추를 비롯 완벽한 재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김치를 담그지 못하는 내가 

일본에서 어설프게 담그는 김치가 내 맘에 들리도 없고 

하지만 아쉬운대로 담궈 먹었던 김치였는데 

 

지난 겨울 지인의 소개로 일본에 온지 20년만에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김치를 주문해 먹어 보았다 

 

어라?? 맛있네 

가격도 착하잖아 ..


그래서 그 후  두 번을 인터넷으로 김치를 주문해다 먹었다 

일본 20년만에 처음으로 주문해 먹는 김치 

맛도 괜찮고 무엇보다 이리 편할수가 ...


그렇게 넉달째 남이 만든 김치를 먹고 있다 

일본인 남편인 우리집 자기야

처음엔 주문 김치가 맛 있다며 참 잘 먹었었는데 

어느날 부터 김치에 젓가락이 잘 가지 않더라는 ...


그런데 며칠전 울 자기야가 툭 던지는 한마디


 이거 말고 자기가 만든 김치 먹고 싶다 


 뭔소리야? 내건 맛 없어 

이 김치 맛있잖아 


 맛 있긴 한데 그래도 자기가 만든 김치가 먹고 싶어 


이 남자가 마누라 편한 꼴을 못 본다 

주문해 먹으니 세상 편한데

 나 더라 자신도 없는 김치를 만들라고??


일본인 남편인 우리집 자기야는 잘 숙성된 신김치는 안 좋아한다 

새로 담은 새 김치만 좋아한다 

신김치는 김치찌개나 김치 볶음밥 

부대찌개를 같은걸 만들면 

굉장히 잘 먹지만 김치 자체로는 신김치는 별로고

 무조건 새 김치를 좋아한다 


게다가 우리집 자기야는 제대로 맛 있는 김치의 맛을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인인지라  한국인 마누라가 만든 김치에 

익숙해져서 내 김치가 제일 맛 있는 줄 안다 

마누라 김치가 제일 맛있는줄 아는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참 애매한 부분이다


난 김치 볶음을 정말로 좋아한다 

김치 볶음만 있으면 삼시 세끼를 먹어도 좋다 

물론 밥 한공기는 가볍게 뚝딱이다 

지난번 주문한 김치를 열심히 볶아 먹었더니 

조금밖에 남지 않아서 슬슬 주문 해야지 하고 있던 중 

우리집 자기야의 한마디 " 자기가 만든 김치가 먹고 싶다" 라니 ...


어쩌겠나 

먹고 싶다는데 ...

그런데 귀찮다 



일본에 오기전 한번도 김치를 만들어 보지 않았던 여자가 

그것도 20년을 일본에 살았는데 

제대로 김치를 담그는걸 기대하면 안되고 

당연히 절임용 굵은 소금이 없으니 

포기김치가 아닌 비교적 쉬운 막김치를 담았다 


배추 한 포기랑 무우 하나 사다가 

대충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 



한국 친정에서 챙겨온 한국산 고춧 가루로랑 까나리 액젓으로

마늘도 듬뿍넣고 배 대신  집에 있는 사과도 하나 갈아 넣고 

버물 버물 양념 버무려 놓고 



대충 대충 뚝딱 만든 어설픈 김치 


자기야도 그렇지만 나랑 친하게 지내는 이웃 사촌인 

유미상과 가즈꼬상이 하는 말이 있다 


" 난 마트에서 김치를 안 사 먹어 

아니 못 사다 먹어

미짱 김치가 제일 맛있어서 마트 김치는 싫어 "


이 말만 들으면 내가 아주 김치를 잘 만드는 솜씨 좋은 여자인것 같은데 

이웃 사촌 언니인 유미짱과 가즈꼬상이

이렇게 말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유미상과 가즈꼬상  15년전 우리 가족이 이 동네에 

집을 짓고 이사 오면서 처음으로 만난 이웃 사촌이다

15년전 나를  만나기전  그들에겐 한국 친구가 없었고

그 당시엔 일본에서 김치가  대중화가 되기 전이니 

당연히 김치를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만든 김치를 처음으로 먹어 본 그녀들인지라 

한국여자가 만든 내 김치가 오리지널 제대로 된 김치라 생각했고

처음부터 내 김치에 입 맛이 길들여져서 

내 김치가 제일 맛 있는줄 안다 

이 부분은 어찌보면 이웃 사촌 언니들에게 

참 미안한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한국에서 단 한번도 김치를 담궈  본 적이 없는 여자란걸 

이웃 사촌 언니야들은 알려나 ...


갓 태어난 오리는 태어나서 처음본걸 엄마라 생각한다고 

우리집 자기야도 이웃 사촌 언니들도 

처음 먹어 본

내 김치가 한국의 오리지날 김치라 생각을 한다 


울 남편의 "자기가 만든 김치를 먹고 싶어.."

이 말에 내가 기뻐해야 하는 건지 어떤건지 헷갈린다 

당분간  편하고 맛있는 인터넷 주문 김치는 

주문  안하는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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