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가고 택배는 오고
오늘 드디어 시어머니가 시댁으로 가셨다
열흘을 채우지 못하고 하루 모자란 9일을 계시다 가셨다
시어머님을 역까지 모시다 드리고 집으로 오니 택배가 하나 왔다
새해 첫 택배다
보낸사람은 시어머니의 여동생인
멀리 구마모토에 사시는 시이모님이다
결혼후 잉꼬부부로 사시다 30대 초반에 이모부가
돌아가셨는데 워낙 두 분이 사이가 좋으셔서
이모부를 잊지 못해 70이 넘은 지금까지 홀로 사시고 계신다
아쉽게도 그렇게 사이가 좋으셨던 이모부와의 사이에
자녀가 없으신 시이모님 ..
첫 조카인 우리집 자기야가 가끔 안부 전화를 드리고 해서인지
자기야에 대한 애정이 많으시다
시이모님에게 우리집 자기야는 첫 조카이다
첫 조카에 대한 애정으로 보내 주신 택배이다
시이모님이랑은 1년에 몇번씩 택배를 주고 받고 한다
지난달에 이모님이 좋아하시는 베이글을 비롯해
이것 저것 한상자 택배를 보내 드리고
새해 첫날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이모님이 이렇게 바로 택배를 보내 주셨다
일년중 몇번씩 주고 받는 택배중 첫 조카인 자기야가 좋아 해서
이맘때면 반드시 보내주시는 시이모님이 사시는
구마모토의 아사구사의 명물인 떡이다
딱딱한 커다란 덩어리인데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 떡이다
요즘엔 고구마 떡을 수제로 직접 만드는 곳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맘때만 되면 수제로 만드는 지인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서 보내 주시는 특별한 떡이다
고구마 떡이랑 함께 보내 주신 2가지 깡
일본에서는 귤 같이 생긴 것 다 깡으로 끝난다
미깡(귤) 깅깡 (금귤)
봉깡 , 반깡 ... 등등
수많은 깡 중에 뭔깡인지 잘 모르겠지만
2가지 깡을 보내 주셨다
그리고 이것 또한 첫조카인 우리집 자기야가 좋아하는
아니 좋아한다기 보다
어릴적 외갓집에 가면 자주 먹었다는 추억의 먹거리
데코봉 (한라봉)으로 만든 양갱이다
고구마 떡도 한라봉 양갱도 조카인 우리집 자기야를 위한 것이라면
자그만 봉투는 히로를 위한 것이다
바로 바로 히로가 제일 좋아하는 오코시타마(세뱃돈) 이다
매년 시이모님은 택배상자속에 히로의 세뱃돈을 챙겨 주신다
히로가 벌써 고3인데 시이머님은 아직
히로가 아기라 생각하시는지 귀여운 포켓몬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 주셨다
택배 상자를 받자마자 고구마 떡을 구웠다
공장에서 만든 기성 제품이 아니고
수제로 만든것이라 상표도 없고 유통 기한도 적혀 있지 않고
제품에 대한 설명도 없고 먹는 방법도 아무것도 없다
방부제나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아서 바로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매년 챙겨 먹는 고구마떡 먹는 방법은 설명서 없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커다란 돌맹이 처럼 생긴 떡을
얇게 썰어서 구우면 된다
근데 이 굽는게 문제다
시간 조절이 아주 중요하다
시간이 조금 부족하면
돌맹이처럼 생긴 겉모습처럼 속이 돌맹이 처럼 딱딱하다
그래서 뚜껍게 썰면 절대로 안된다
두껍게 썰면 겉은 타고 속은 안 익고 ...
히로가 구운 고구마 떡이다
나 보다 히로가 더 잘 굽는다
잘 구워진 고구마 떡은 겉은 바삭
속은 쫄깃 쫄깃한 식감이고 아주 달달하다
시중에선 살수 없는 향토 떡이라 시이모님이 보내 주시지 않으면
절대로 먹을수 없다는 희소성에
더 맛있게 먹은것 같다
우리집 새해에 처음으로 받은 택배는
시이모님의 첫 조커에 대한 애정이다
받았으니 조만간 시이모님께 나도 보내 드려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