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일상 /동경 변두리 울 동네

의미없는 휴일.. 알찬 하루

동경 미짱 2020. 3. 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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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휴가를 받았다 

5일간 휴가를 낸 이유는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히로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대만에서 디나가 일본에 올 예정이었다 

(디나는 17년전 일본어를 배우러 와서 

우리집에서 3년간 홈스테이를 한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나에겐 여동생 같은 히로에겐  이모같은 존재이다 )

히로의 졸업식을 위해 대만에서 디나가 오니까 

졸업식도 함께 참석하고  2박 3일정도 짧은 여행을 

함께 할 생각으로 받았던 5일간의 휴가였다 

그... 런 ..... 데 .... 

 예상치 못한 복병 코로나 때문에 

히로의 졸업식은 부모 참석 없이 아이들끼리 졸업식을 하게 되었고 

디나도 일본에 왔다 

대만으로 돌아가면  코로나 때문에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하고 

어차피 디나가 일본에 와도 졸업식도 참석 못할꺼고  

때가 때인 만큼  넷이서 여행도 가기 어려울꺼 같고 

아니 안 가는게 맞는것 같고 

이런 뻔한 상황에 14일 자가 격리를 각오하면서 까지 

일본에 올 필요가 없을것 같아서 

디나와 이번엔 일본에 오지 않은걸로 의견을 맞췄다 


결론은 5일간 휴가를 냈는데

히로 졸업식도 못가고 

디나는 안 오고 

고로 여행도 못가고 

의미없는 5일간의 휴가를 보내야  한다 


5일간의 휴가 첫날 ..

오전에 마당에서 풀도 뽑고 정리도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돈다 

할 일이 없다 

그래서 모꼬짱을 데리고 산책도 할겸 우리집에서 도보 20분쯤 거리에 있는 

비밀의 숲 " 반딧불 연못"에 갔다 




반딧불 연못 

바닥이 다 보일정도로 깨끗하다 

3월이라 조금 스산하지만 

여름이 되면 숲이 우거져 말 그대로 비밀의 숲이 된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곳 

하루종일 서너사람 올까 말까한

 아무에게도 알려 주고 싶지 않는  진짜 비밀의 숲이다  

모꼬와의 산책을 핑계로  비밀의 숲인 

반딧불 연못 까지 온 이유가 있다

 



이 풀숲에서 보물을 찾기 위해서다 

아무리 봐도 풀 밖에 안 보이 저 곳에 보물이 있다 


내 눈에는 보이는 보물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올 겨울은 너무나 따뜻했고 

그래서 혹시나 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직 3월초인데 

많이 이른감이 있는데 

하지만 보물 발견 !



바로 미나리이다 

물에서 자라는 미나리가 아닌  야생 돌미나리이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여리 여리한 돌미나리가 

저 풀 밭속에 가득이다 

동경 변두리 조용한 숲속에 자라는 

돌미나리 ..

수년전 우연히 풀 속에 숨어 있는 돌미나리 밭을 발견 한후 

매년 이 곳에서 내 맘대로 원하는 만큼 

맘대로 뜯어 오는 나 만의 천연 미나리 밭이다 

(일본 사람들 미나리 먹긴 먹지만 잘 안 먹어서 

아무도 뜯어 가는 사람이 없다 )



달래도 함께 뽑아왔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워낙 깨끗한 곳이라 

안심하고 뽑아 온 달래다



미나리도 가득 ..



쑥이 보이길래 쑥도 뜯어 왔다 



깨끗한 비밀의 숲에서의 오늘의 수확물 

달래랑 미나리랑 쑥이다 


달래는 생으로 무치고 



미나리는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쳤다 

미나리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전으로 부쳐도 좋고 

물김치를 담아도 되겠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살짝 데쳐 무치는 

미나리 숙채나물이  제일 좋아한다

미나를 많이 뜯어 온다고 했는데 삶고 나니 

에게게 한주먹 밖에 안된다 


쑥으론 뭘 할까?

일단 쑥은 잘 다듬어서 씻어 두었다 

쑥국을 끓여 봐야 나 혼자 밖에 안 먹을테고 

떡이나 만들어  볼까 싶다 

어차피 5일간의 휴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으니까 ...


황금같은 5일간의 휴가 

그러나 결국 아무 의미도 없어져 버린 휴가 

그 첫날 미나리도 뜯고 달래도 뽑고 쑥도 뜯고 

미나리도 무치고 달래도 무치고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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