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차려준 생일상 받고 부끄러운 엄마
마음은 아직 이십 대 청춘인데 벌써 반백년을 살았단다
50이란 숫자가 왜 이리 무겁게 느껴지는지 …
그나마 한국에 살고 있지 않아서 한국 나이가 아닌 만 나이인 게 조금의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히로는 유치원때 엄마가 스무여덟 살인 줄 알았었다
매년 생일이 되면 “ 엄마는 몇 살이야?” 라고 물었고 매년 난 스물여덟이라 했었다
히로가 어릴땐 매년 스물여덞이라 속일 수 있었지만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숫자에 대해 알게 되니 작년에도 스물여덟이었는데 왜 올해도 스물여덟이냐며 엄마 나이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엄마가 숨기면 숨길수록 히로는 엄마 나이를 알고 싶어 했고 히로가 알고 싶어 하면 할수록 난 알려주지 않았다. 엄마 나이를 알아내려고 애를 쓰는 히로가 귀엽고 또 그런 히로를 놀리는 게 재미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히로가 엄마 나이를 물으면 “엄마 마음은 스물여덟이야” 라며 알려 주지 않았었다
나이를 숨기는 엄마 때문에 히로가 엄마 나이를 알게 된건 중 3이 되어서였다
그때까진 나이를 알려는자와 숨기는 자의 치열한
머리싸움으로 재미있었는데 이젠 뭐 저 더 숨길 게 없어서 재미가 덜 하다
내 생일상을 히로가 차려 주었다
마트에 갔이 장을 보러 가자고 했지만 히로는 싫다며 혼자 장을 보고 장 보는데 든 경비도 히로가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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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앞치마을 하지 않고 요리를 하는 히로가
오늘은 앞 치마라지 두르길래 앞치마 두른 모습은 처음이라 사진으로 그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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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사진을 찍으니 히로가 싫어 하면서 빨리 부엌에서 나가라고 나를 밀어낸다
왜 그러냐고 사진 좀 찍자고 하니 요리 하는 모습을 보면 메뉴를 엄마가 알게 되니까 싫단다
상을 차릴때까지 메뉴 공개를 하고 싶지 않아서 마트에 장도 혼자 보러 간 거라며 나에게 부엌에서 나가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난 그렇게 부엌에서 쫓겨났다
내가 히로가 요리하는 사진을 건진 건 앞치마 두른 모습으로 커다란 소고기 덩어리를 굽는 게 전부다
뭘 만드는지 평소보다 요리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기다리다 지쳤다
배도 고프다
생일날 이렇게 쫄쫄 굶어야 하다니 ㅠㅠㅠㅠ
메뉴가 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기다림 …
드디어 차려졌다
울 아들이 차려준 50살 내 생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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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일하게 히로가 요리하는 사진을 찍은 커다란 소고기 덩어리가 이렇게 맛 스런 로스트비프가 되어 나왔다
히로가 로스트비프를 만드는 건 처음이다
처음인데 처음 같지 않은 이 능숙함과 맛에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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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비프를 찍어 먹을 소스도 히로가 직접 만들었다
오른쪽은 다진 양파와 마늘을 볶아 발사믹을 넣어서 만든 소스고 왼쪽은 간장에 고추냉이를 넣고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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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 가르파쵸
접시 선택도 데코레이션도 심플하면서도 색감도 맞춰가며 꽤 센스가 있는 것 같다
도미 위에 미니 토마토를 미니 토마토 위에는 브로콜리 새싹이다
색과 영양 발란스 까지 맞춘 레시피다
난 이런 걸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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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수프가 일품인 포토푀
감자랑 당근 양파 그리고 양배추를 넣고 우려낸 포토푀가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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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일상의 메인인 스파게티
아보카도 카리포나라 라고 한다
엄마가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걸 아니까 오늘은 엄마가 주인공이니까 엄마 취향에 맞게 아보카도를 넣어서 만들었다고..
그냥 먹어도 맛있었는데 후추를 살짝 쳐서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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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를 좋아하고 스파게티 맛에는 까탈스러운 우리 집 자기야도 일반적인 스파게티 가게보다 훨씬 맛있다고 평가를 했다
매일 이렇게 차려주면 레스토랑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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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일날 만 19살 우리 아들 녀석이 엄마 생일상으로 차려낸 멋진 상
미역국이 없어도 너무 만족스러운 아니 고마운 생일상이었다
히로가 엄마 생일상을 차린다며 나를 부엌에서 내 쫒았을 때 난 생일상을 기다리며 엄마랑 전화를 했었다
아직 저녁도 못 먹고 있다고 히로가 차려 주길 기다리고 있자고 하니
울 엄마 왈 :니는 좋겠다 아들 잘 둬서 생일상도 받아먹고
나 : 엄마도 아들이 차려 주잖아
히로가 생일상을 차리는 동안
한참을 엄마랑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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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선택도 전부 흰색으로 깔끔하니 잘 한것 같다
역시 히로는 요리에 소질이 있는것 같다
내일 출근이지만 이런 요리를 앞에 두고 와인 한잔 안 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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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히로에게 생일상 받기가 부끄럽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작 난 엄마 생일상을 직접 차려 드린 적이 없다
학생 때는 오빠랑 언니가 있으니까 나 몰라라 했었고
성인이 되어선 집을 떠나 나 홀로 사울 생활하느라 나 몰라라 했고
그리고는 일본으로 와서 살다 보니 엄마 생일날 돈이나 부쳤지 직접 내 손으로 따뜩란 생일상을 차려 드린 기억이 없다
어쩌다 엄마 아빠 생일에 맞춰 한국에 나가도
언니랑 오빠랑 같이 엄마 아빠 모시고 나가 외식을 했지 내 손으로 생일상을 직접 차려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
뭐 이런 딸이 다 있는지 ㅠㅠㅠ
좀전에 통화할때 히로가 생일상 차려준다고 자랑하지 말껄 ….
오늘 히로가 차려준 생일상을 받고 보니 엄마에게 미안하고 히로에게 고맙고 ….
글쎄 … 내년에도 히로가 내 생일상을 차려 줄지 모르겠지만 오늘 받은 생일상이 아들 녀석 차려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이 생일상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 아들이 고맙다 … 네가 엄마보다 열 배는 더 낫다 “
나 : 근데 히로야 29일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일인거 알지?
히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