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만의 노래방
가족 여행 중 묵었던 호텔에 노래방이 있었다
노래방이라 …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 또한 노래는 엄청 좋아한다
단 부르는게 아니라 듣는 거 ㅎㅎ
난 예전부터 학교에서나 어디 모임에서 사람들이 둘러앉으면 겁부터 났다
왜냐? 노래 시킬까 봐
듣는 건 엄청 좋아하지만 음치에 가까운지라 누가 노래하라고 할까 겁이 난다 ㅠㅠ
우리 집 자기야는 한국 사람들은 전부 다 노래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나를 보고선” 한국 사람도 노래를 못 하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큰 깨달음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마지막으로 가라오케에 간 건 히로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였던 것 같다
물론 우리집 자기야는 회사에서 회식 때 가끔 갔던 것 같고 히로는 친구들을 만나면 자주 노래방에 가는 것 같다
히로는 길게는 5시간을 노래방에서 노래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다 들 가는데 나만 노래방 안가 ㅠㅠ
내가 노래를 부르지 않으니 일부러라면 가족끼리 노래방 갈 일이 없는데 호텔에 노래방이 있으니 게다가 시간 예약을 하면 무료라고 하니 정말 10여 년 만에 노래방 체험(? 내 입장에선 정말 체험이다 ㅎㅎ)을 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난후 노래방으로 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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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노래방..
우리 가족 셋이서 놀기엔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다
노래방에 자주 간다는 히로는 들어서자마자 예약을 수두룩..
얼마나 자주 다니는지 노래 찾는데 망설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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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탬버린이 아니라 이런 게 있었다
내가 노래는 못 해도 흥 하나는 끝내주는 여자인지라
흔들 준비 완료!
노래는 너네가 불러나 난 흔들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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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 처음엔 내가 알만한 노래 ( 물론 일본 노래고 발라드)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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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래방이 너무 큼..
그래서 분위기
잡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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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우리 집 자기야도 합류
뭘 부를까 고르기 시작하고
난 노래 부를 맘이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사진이나 찍고
탬버린이 아닌 그게 뭐지 어쨌든 흔들며 분위기 조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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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고도 한곡 부르라고 한국 노래도 있다고 책자를 내미는데 내가 부를 리 만무하고..
그래도 호기심에 책을 뒤적여 봤더니 꽤 오래된 노래들이 꽤 있었다 ( 70, 80 노래들..)
노래방 자주 가는 히로 말로는 한국 최신곡이 꽤 많다는데 여기는 호텔에 있는 무료 노래방이라서인지 좀 오래된 버전으로 최신 노래는 없었다
하긴 최신 한국 노래가 있다고 해도 어차피 노래를 안 부를 거니까 나랑은 별 상관이 없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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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시간에 생맥주 2잔 마신 이 아저씨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나 보나
제대로 아저씨 포스가 나오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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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 대신 요걸 흔들며 분위기만 업!
히로 : 엄마도 부르지?
나 : 나한테 너무 많은걸 바라지 마!
다칠 수가 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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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만의 노래방
결국 난 한 곡도 부르지 않았지만 우리 집 두 남자의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흔들었다 ㅎㅎㅎ
우리집 자기야 노래야 예전부터 자주 들었지만 히로는 어릴 적엔 물론 들었지만 다 커서 집에서 흥얼거리는 게 아닌 제대로 부르는 건 처음 듣는 것 같다
나 : 자기야 히로 노래 어때?
잘 부르는 거야 못 부르는거야
자기야 : 못 부르진 않고 그냥 그냥 하네
1시간의 예약시간이 너무 빨리 끝이 나 버렸다
히로가 조금 더 하고 싶다 아쉬워했지만 다음팀이 예약이 되어 있어서 더 연장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집 자기야가 여행 마치고 집에 가면 언제 날 잡아서 가족끼리 노래방 가자고 제안을 하니 히로도 좋다고 한다
한국 노래도 많으니까 그때는 엄마도 꼭 부르라는데
“ 얘가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노래는 그렇게 아무 때나 간단히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니야 “
노래라 …
고교 시절이 생각난다
고 1 때 학교에서 1박 2일 캠프를 갔었다
갑자기 팀 별로 장기 자랑을 하라는데..
우리 팀 4명이서 “모닥불” 을 노래했다
우리팀 4명은 드물게도 전부 음치 ㅠㅠㅠ
한국 사람들은 다 들 노래를 잘하는데 이렇게 음치만 모아 놓기도 어려운데 그 어려운걸 우리가 해 냈다 ㅋㅋ
모닥불 피워 놓고 마주 앉아서 …
자신이 없으니 모기 같은 작은 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심사 위원이었던 수학 선생님이 “ 안 들린다 크게 불러라 “ 그래서 용기를 내서 음치의 진수를 보여주며 엉망진창 노래를 마쳤었다
그때 우리 학교에 아주 유명한 교내 가수가 있었다
진짜 걔는 가수를 안 하면 누가 가수를 하냐고 할 정도로..
그런 쟁쟁한 팀들 앞에서 쪽 팔리게 존재감 없이 ( 아니 어쩌면 음치라서 존재감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모기만 한 소리로 노래를 불렀었는데 장기자랑 결과가 세상에나 음치인 우리 팀이 1등이었다
아무도 인정 못 한다는 분위기 속에 심사 위원인 수학 선생님 심사평이 “ 노래가 분위기에 잘 맞았고 ( 진짜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여 앉아서 한 장기 자랑이었다)
아주 잘하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해서 ….”1등으로 뽑았다고 하셨다
그렇게 난 인생 두 번 다시없을 단 한 번의 노래로 1등을 해 본 여자가 되었다
나 아무리 음치라도 이래 봬도 노래로 1등 상 먹어 본 적 있는 여자야 이거 왜 이래 ㅋㅋㅋ
10여 년 만의 노래방 체험으로 기억도 가물가물한 35
년 전쯤 그 시절로 추억 소환을 해 본다
나에게도 그런 여고 시절이 있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