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에 ../히로 이야기

엄마는 줍고 아들은 잃어버리고 ..

동경 미짱 2022. 9. 3. 00:00
반응형
728x170

이번 태풍이 힌남노라던가..
아직 오키나와 근처에 있고 방향을 한국으로 잡았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워낙 초재형 태풍이라선지 멀리멀리 동경에 까지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번개가 치더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퍼붓더니 비가 그쳤다가 또 갑자기 퍼붓다가 도대체가 종잡을 수가 없다
히로는 대학 동아리가 스킨스쿠버다
코로나 때문에 말이 동아리지 제대로 활동을 못 하다가 드디어 선후배들 다 모여 MT인지 뭔지를 간다는데 스킨스쿠버이다 보니 잠수복부터 장비만 한 보따리다
장비 한 보따리에 개인 물품이 든 가방 한 보따리
그렇게 커다란 가방 두 개를 짊어지고 집을 나서기에 차로 역까지 태워 주겠다 했다
스킨스쿠버 장비가 엄청 무서워서 게다가 또 언제 비가 쏟아 질지 모르니까 …
엄마가 대려다 주다는데도 히로는 괜찮다고 걷겠다고 했다
가방이 무겁고 2개나 되는데 데려 주겠다고 다시 한번 말했지만 캐리어 가방이라 끌고 가면 무겁지 않다며 10여분인데 걷겠다기에 그러라 했다
히로가 집을 나선 후 3,4분쯤 지났나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러니까 데려다준다니까
전화를 해서 어디쯤이냐니 근처 스포츠용품 쇼핑 센터 앞이라기에 ( 아직 역 까지는 절반을 못 간 거리 ) “ 거기서 기다려라 차 가지고 갈게 “
그렇게 커다랗고 무거운 가방 두 개와 히로를 싣고 역에 내려 주고 돌아오는데 첫 신호 대기 중 히로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에 지갑을 두고 내린 것 같다고..
근데 차에 지갑이 없다

 

쏟아지는 빗 속에 역으로 돌아가 다시 히로와 커다란 가방을 두 개 실고서 집으로 갔다
거실부터 히로 방 까지 온 집 안을 다 뒤져도 히로 지갑은 실종 ㅠㅠ
히로는 바지 뒷 주머니에 장지갑을 넣은 기억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집을 나선 후 3분 정도 내가 히로를 태우러 간 그 사이에 떨어뜨렸다는 말인데 혹시나 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 속을 우산을 받쳐 들고 히로가 되짚어 걸어가 보았다
없다
10 여분인데..
혹시나 해서 ( 절대 역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다시 역에 가서 역무원에게 혹시 분실물 들어온 것 없냐니 없다 하고 히로를 태운 스포츠 전문 숍에도 가 보았지만 없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MT 떠나는 날이라 현금을 5만 엔 정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 집을 나선 시간이 저녁 6 시였다
( 섬으로 가는데 배를 타는 시간이 밤 10시였다)
폭우 속에 왔다 갔다 지갑을 찾으며 난리 법석을 떨다 보니 7시다
히로에게 엄마가 돈을 줄 테니 일단 MT를 가라고 했다
어차피 잃어버린 지갑 집에 있다고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히로가 한참을 고민을 하더니 안 가겠단다
당일 취소라 경비가 환불이 어려울 텐데 그냥 잊어버리고 갔다 오라니 역시나 안 가겠단다
주말 내 낸 집에 있어도 기분이 별로 일 테니 그냥 잊어라 가라 몇 번을 말해도 안 가겠단다
하긴 지갑 찾겠다고 폭우 속이 왔다 갔다 하면서 비 맞은 생쥐 마냥 온몸이 젖어서 난리도 아니다
결국은 안 갔다

사실 오늘 난 쇼핑을 하다 지갑을 하나 주었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세 번 접는 작은 지갑인데 워낙 작은 지갑이라 처음엔 애들 건가 했는데 살짝 열어 보니 카드도 들었고 만 엔짜리 현금도 보이길래 바로 안내 데스크에 가서 맡기러 갔는데 마침 꽤 젊고 작은 체구의 여성이 지갑을 찾으러 와 있어서 돌려주고 왔었다
히로가 지갑을 잃어버리고 나니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같은 날 엄마는 남의 지갑 주워서 주인 찾아 주고 왔는데 아들은 지갑을 잃어 버리고 오다니 이게 무슨 신의 장난이냐고 ㅠㅠ
게다가 딴 날도 아니고 MT 가는 날에 …

재택근무가 아닌 회사 출근 날이라  회사에 있는 자기야에게 지갑 분실 사건을 보고


자기야는 일단 돈을 줘서 애는 MT 보내라는데..
물론 난 그러려고 했지만 당신 아들이 안 가신다고 하니


자기야에게 어떻게 된 건지 경고 보고 하는 사이  어느새 자기야가 퇴근해서 역에 도착했다며 마중을 나오라 해서 또다시 폭우 속에 역으로..
오늘  도대체 이 빗속을 역까지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 지 … 쳤…. 다 …. ㅠㅠㅠ

남편님은 퇴근을 하셨는데 저녁을 만들지 못했다
히로 지갑 분실 사건 때문에 왔다리 갔다리 하느라 밥 할 시간도 없었고 정신도 없었다

: 오늘 지갑 잃어버린 기념으로 저녁은 수시로 가서 스시 먹자. 솔직히 나 지쳐서 아무것도 못 만들겠어
자기야 : 자기가 운전할래? (당연히 농담이다 내가 빗 속을 운전하며 왔다리 갔다리 한 걸  알고 하는..)
: 히로는 돈 잃어버렸으니까 5 접시만 먹어
더 먹고 싶음 니 돈 주고 사 먹어
히로 : 지갑 잃어버렸는데 돈이 어딨어

지갑 잃어버린 아들 녀석 데리고 회전 초밥 먹으러 갔다 ㅎㅎㅎ

 

속이 엄청 상하지만 어차피 잃어버린 거  화낸다고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난  평소엔 아주 짠돌이인데 이런 경우엔 오히려 쿨하고 대범하다 

물론 말해 뭐해 ? 돈은 엄청무지 아깝지만 내가 화를 내 봐야 없어진 지갑 돌아 오는것도 아니고 

나 보다 정작 본인인 히로가 더 속 상할건데 거들것 없다 싶어서 쿨 하니 대처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속이 넓고 좋은 엄마란 말은 아니다 

오히려 화를 안 내도 될만한 작은 것들에는 화도 잘  내고 잔소리도 하는 편이다

잔소리 하고 화 내서 변하지 않는 결론엔 쿨 하다 

 

내 돈도 아니고 히로 돈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깝다 ㅠㅠ

어두운 게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CCTV 한대 없는 동경 변두리 주택가 골목에서  잃어버린 지갑..
돌아오길 기대하기엔 현금이 너무 많이 들었다
5만 엔이나 들었으니 …

그렇게 포기를 하고 아침에 바로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
지갑을 잃어버린 게 어제저녁 6시 10분쯤일까
하루가 지난 오늘 오후 3시경 히로에게 전화가 왔다
히로가 다닌 적이 있은 종합 병원에서다
병원에서 무슨 일???
그 내용은 “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지갑이 분실물로 들어왔는데 신분증이 없다. 병원 진찰권이 있는데 이름이 아무개다 아무개에게 연락해서 지갑 찾아가라고 전해 달라 “

ㅎㅎㅎㅎ
그렇게 지갑이 하루 만에 무사히 돌아왔다
히로는 고고 시절에도 지갑을 한번 잊어버린 적이 있다
그때도 길거리에서..
그때는 경찰서에서 집으로 엽서가 왔었다
신분증에 있는 주소로
그러다 보니 엽서가 오고 하는 시간이 있어서  1주일 정도 지난 후 지갑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신분증이 없어서  진찰권만 있어서 엽서가 아닌 전화로 연락이 되어서 오히려 더 빨리 하루 만에 찾을 수가 있었다

누가 주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말도 아니고 평일인데 비러 경찰서로 가져다 주었나 보다 

고맙게시리 ...
누가 주워서 어떤 경로로 경찰서에 맡겼는지 알지 못한다
5만 엔이 들어 있었는데 사례금이나 이런 절차 하나 없이 본인 확인 서류만 작성을 하고 지갑을 돌려받았다
어떤 분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감사! 감사 !

같은 날 엄마는 지갑을 주워서 주인을 찾아 주고 아들은 지갑을 잃어버리고 …
엄마가 지갑을 찾아 주고 와서 아들도 지갑을 찾았나 싶기도 하다 ㅎㅎ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