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생일인 남편의 생일상
9월 10일
한국은 추석이라고 굽고 볶고 지지고 상 다리가 휘어지도록 맛난거 많이 많이 만들었을 오늘
우리집 자기야의 생일이다
음 … 세어보니 마흔 하고도 아홉번째 생일이다 ( 일본은 다들 아시다시피 만나이 ..)
그러고 보니 40대의 마지막 생일이다
일본이야 추석이라도 한국처럼 지지고 볶고 하는 습관이 없어서 게다가 음력이 아닌 양력이라서 ( 8 월에 오봉이라고 해서 지나갔음 ) 오늘은 아무날도 아니다
오늘은 그냥 달이 동그랗고 커다란 만월일뿐 …
토요일이지만 우리집 자기야 생일이지만 난 출근을 해야만 했다
우리집 자기야는 생일상 따로 필요없다고 월요일에 북해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에서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즐길테니까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나도 출근이기도 하고 자기야가 미리 생일상 필요없다고 하고 그래서 살짝 그럴까 라고 생각을 했지만 출근해서 근무하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의외로 속 좁은 우리집 자기야가 수 틀리면 생일상 안 차려 줬다고 뭐라 할까 봐 ( 농담 입니다요 ㅋㅋ 생일상 안 차려 줬다고 삐치는 정도의 남자는 아님!)
내 맘이 불편해서 퇴근 하고 집에 와서 간단하게 나마 생일상을 차렸다
거창하게 생일상이라 표현했지만 진짜 별것 없다
일본는 생일이나 축하 할 일이 있으면 세끼항이라고 해서 팥을 넣고 찰밥을 만들어 먹는다
우리집 자기야는 이 팥찰밥만 있으면 다른건 아무것도 없어도 되는 남자다
그래서 찰밥을 만들었다
일본인인 우리집 자기야에게 별 무의미한 미역국 !
조갯살이랑 북어를 넣고 끓였다
우리집 자기야는 미역국 자체는 좋아하지만 생일날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는 거에는 큰 의미를 안 둔다
미역국의 의미는 알고 있지만 일본인인 우리집 자기야에겐 생일날은 미역국보다 팥찰밥이다
떡 갈비 굽고
이걸로 생일상 끝이다
밑반찬은 냉장고에 있던것 그냥 꺼내 놨다
미역볶음에 어린 깻잎으로 만든 장아찌 몸에 좋은 모로헤이야 그리고 가지 나물
전부다 냉장고에 있던 것들을 담아 냈을 뿐이다
김 몇장 구워내고
우리집 자기야가 좋아하는 포테토 사라다
일본식으로 찰밥이 있고
한국식으로 미역국이 있고 ..
우리집 자기야는 정말 기대를 하지 않았던것 같다
찰밥을 짠 하고 내 놓으니
자기야 : 세끼항 만들었네
나 : 당근이지 . 세끼항 안 만들면 두고 두고 뭐라 할거 아냐
자기야 : 아닌데 .. 내가 필요없다고 했잖아
오늘 자기 출근도 했는데
나 : 그래도 딴건 몰라도 세끼항은 해야지
생일상 필요없다던 우리집 자기야가 세끼항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생일상이라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팥이 든 찰밥을 엄청 좋아한다
저렇게 좋아하는 데 생일상 안 차려 줬으면 얼마나 섭섭해 했을까 ㅎㅎㅎ
그리고 …
자기야의 생일 선물은 …
핸드폰을 바꾸고 싶단다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을 쓰기 시작한지 3년 조금 넘었는데 석달전에 더 이상 아이폰 신상이 나와도 바꾸지 않을거라며 지금걸로도 성능은 충분하다고 하면서 대신 밧데리는 교환하겠다면서 만엔 조금 더 주고 밧데리만 교환을 했었다
밧데리 교환 한지 석달도 안 되었는데 게다가 더 이상의 성능은 필요없다고 자기 입으로 말 하고선 왜 말을 바꾸냐고 ㅠㅠㅠ
자기야 말로는 전파가 약하단다
내 말은 전파가 약한건 기지국 문제지 아이폰 문제가 아니지 않냐고 했더니 아니란다 아이폰이 문제란다
그럴거면 밧데리를 왜 바꾸냐고
다른것도 아니고 생일 선물로 바꾸고 싶다는데 뭐라 할수도 없고 나의 마지막 한마디 “ 그니까 .. 왜 밧데리를 바꾸냐고 아깝게 시리 …”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생일인데 쿨 하게 한마디
“니 맘대로 하세요 ….”
사십대의 마지막 생일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