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집에서 먹기

파티시에 엄마가 급하게 차린 아들 생일상

동경 미짱 2023. 3. 21. 00:00
반응형
728x170

3월 20일 아들 녀석의 21번째 생일이다 

하필 생일이 월요일이라 일하는 엄마에겐 최악이다 

20살 생일까지는 매년 히로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생일 파티를 해 주었었다 

사실 아이들 생일 파티한게 초등학생까지가 일반적일 것 같은데 우리 집은 20살 성년이 

될 때 까지 매년 친구들을 집으로 불렀었다 

생일을 핑계 삼아 밖에서 엉뚱한 짓 하는 것보다 집에서 맘 껏 놀 장소를 제공하는 것과 

아들 친구들과 안면 트고 지낼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20살까지로 그만 두기로 했었다 

이젠 성년이니까 ..

그리고 히로의 친한 친구들은 웬만하면 다 아니까 

올해부터 히로의  친구들을 초대한 생일 파티는 끝! 

 

그래도 생일인데 작년까지는 친구들을 불러  한 상 차려 줬는데 이제 성년이니까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법 

그래도 밥은 해 먹여야 하는데

퇴근해서 집에 오면 8시니까 저녁을 만들 시간이 없을 것 같고 

그래서 아침상을 차리기로 했다 

 

 

우리 집 자기야는 일치감치 출근을 했고 

난 냉장고를 뒤져 있는 재료 다 꺼내놓고   히로 생일상을 차렸다 

일본은 결혼식이나  생일 같은 기념일엔  세키항이라 해서 팥을 넣은 찹쌀밥을 먹는다 

축하날 = 세키항  

뭐 그런 느낌! 

아침부터 따뜻하게 팥을 듬뿍 넣고 찰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은 생일 하면 당연히 미역국이니까 미역국도 끓였다 

세키항과 미역국이 있으면 생일 상으로 완벽항 거 아닌가? ㅎㅎ

히로는 달걀말이를 좋아한다 

달달하고 폭신한 일본식 달걀말이가 아닌 각종 재료 다져 넣고 두툼하게 구운 

한국식 달걀말이를 좋아한다 

계란 4개에 양파랑 당근 파랑 햄을 넣고 구웠더니 

아주 두툼한 계란말이가 되었다 

그리고 김도 구웠다 

돌김에 참기름 바르고 소금 뿌리고 갓 구워 낸 김이 바삭바삭하니 맛있다 

역시 김은 바로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냉장고에서 밑반찬 몇 개 꺼내고 

히로가 생선 구이 중 제일 좋아하는 연어도 한쪽 구웠다 

생일 아침상을 차린 후 히로를 불러서  둘이서  아침을 먹었다 

평소에는  평일 아침은 각자   자기 스케줄에 맞춰서 각자 알아서 먹는데

오래간만에 히로랑 아침을 먹은 것 같다 

 

히로와 아침을 먹은 후 출근...

나는 케이크를 만드는 파티시에의 일을 17년째 하고 있다 

요즘은 졸업 시즌이랑 예약 케이크가 꽤 많다 

생일 케이크가 절반 나머지 절반은 졸업과  소츠단 卒団 (축구부, 농구부, 야구부 같은 스포츠 단체를 졸업하는 것 

일본은 생활 스포츠가 굉장히 활발해서 아이들 대부분이 하나의 스포츠는 하는 편인데 졸업 시즌에는 

이 스포츠 단체도 졸업을 하는데 그래서 卒団 케이크 주문도 많이 들어온다 )

오늘은 아들 녀석 생일인데 케이크 만드는 엄마이면서 정작 아들 녀석 케이크는 못 만들고 

남의 아이들 생일 케이크와 졸업, 소쯔단(卒団)  축하 케이크가 예약만  23개가 있었다 

 23개의 케이크를 만들면서

happy birthay 메시지를  몇 번이나 쓰면서 " 오늘은 히로 생일인데.." 

직업이 파티시에라면서 아들 생일 케이크도 하나 못 만들어 주고 나 뭐 하고 있는 거니 ㅠㅠㅠ

그나마 아침이라도 챙겨 먹이고 와서 맘이 덜 불편했다 

성인이 되고 처음 맞은 생일 

히로는 어떤 어른이 되려나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