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집에서 먹기

조금은 생소한 이 김치! 저 김치! 요 김치!

동경 미짱 2023. 4.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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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부 경력이 몇 년 차더라..

이젠 손가락을 접으며 계산을 해 봐야 나오는 연륜이다 

얼추 25년 차 주부인가...

어쨌든 꽤 연륜이 있는 연륜만 보면 베테랑 주부일 거라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나란 여자 결혼 전엔 요리란 걸 해 본 적이 없는 여자다 

김치? 당연히 먹어만 봤지 단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졸업 후 혼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느라 살림이란 걸 해 보지를 않았다 

혼자 살면서 밥도 안 해 먹었냐고 물으신다면 

거의 안 해 먹고살았다 

아침은 건너뛰는 게 대부분이었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그리고 저녁엔 거의 회식이란 

명목하에 회삿 돈으로 먹던 시절이었다 

어쩌다 쉬는 주말에 한 번도 끼니를 챙겨 먹었지만 전기밥솥에다가 밥만 하고 반찬은 시장에서 사다 먹었으니 

나란 여자 요리와의 인연 없이 살다가  어쩌다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결혼을 해 보니 어라? 이  남자 일본 사람이네...

그렇게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들어와 살림이란 걸 살게 되었는데 

요리란 것엔 연이 없이 살긴 했지만 약간의 소질은 있었는지 

일본 와서 처음으로 김치란걸 만들어 보며 어찌어찌 주부 흉내를 내며 산지 25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젊었을 땐 관심도 없었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들이나 산에서 나물을 뜯는 것이다 

 

한국에 살 때 내 나이또래라면 한 번쯤은 해 봤을 쑥을 캔다거나 하는 걸 난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일본에  살면서 그것도 나이가 들면서 요즘은 나물 캐러 다니는 게 하나의 취미가 되어 버렸다 

먹는 것보다 나물을 발견하고 뜯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당연히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생소한 것들도 많다 

 

서론이 너무 긴 거 아닌가? ㅋㅋㅋ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난번 원추리를  욕심내서 엄청 많이 뜯어 왔었다 

여기저기 원추리를 나눠 주고도 많이 남아서 어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검색을 해 보니 

원추리로 김치를 만든다는 걸 알았다 

나물은 오래 보관할 수 없지만 김치는 보관도 가능하니까 김치를 만들었다 

요즘엔 검색만 하면 만드는 방법이 쭈욱 나오니 걱정은 접어 두고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원추리 김치가 되었다 

뭐 간단하네 ㅎㅎ

 

 

머위도 몇 번 따 왔다

부드러운 새 순은 데쳐서 된장에 조물 조물 무쳐서 맛있게 먹었었다 

그리고 몇 번을 더 머위를 따 왔다 

꽤 많이 자란 머위..

어쩐다나  고민을 접어 두고 일단 검색!

뭐시라? 머위로고 김치를 담근다고?

 

그럼 당연히 만들어야지 

머위를 살짝 데쳐  줄기의 껍질을 벗겨내고 ( 이 과정이 제일 귀찮은 일이다 )

시키는 대로 하니까 머위 김치가 만들어지네 ㅋㅋㅋ

머위 김치는 깻잎 김치처럼 간장 베이스로 만든다 

깻잎처럼 두서너 장 깔고 양념 얹고를 반복하면 된다 

원추리 김치는 작년에 처음 만들어서 먹어 봤었지만 머위 김치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다 

깻잎 과는 달리 약간 씀스름함이 있지만 이 씀스름함이 꽤 괜찮다 

 

 

그리고  얼마 전 친구네 대나무 밭에서 커다란  죽순을 서너 개 캐 왔었다 

물론 공짜로..

마재 고항이라 해서 죽순 영양밥을 두세 번 만들어 먹었는데도 죽순이 꽤 많이 남았다

근데 이 죽순이 생각보다 쉽게 상한다  

물론 냉동해 뒀다 조금씩 먹으면 되지만 우리 집 냉동실엔 뭐가 그리 많이 들었는지 꽤 많은 양의 죽순을 

넣을 공간이 안 되어서 또 잠시 고민 

 

이럴 땐 역시 검색이다 

죽순  요리를 검색해 보니 어라? 죽순으로도 김치를 담가?

처음 들어 보는 당연히 먹어 본 적도 없는 죽순 김치를  만들었다 

 

하라는 대로 하니 죽순 김치가 만들어졌다 

난생처음 듣는 원추리 김치, 머위 김치, 죽순 김치..

세상에는 별의별 김치가 다 있다

 

 죽순 김치는  이 3가지 김치 중에 우리 집 자기야가 진짜 맛있다고 한 김치다 

죽순으로도 김치가 되냐는 자기야의 물음에 

" 그니까.. 그게 되네..."

우리 집 자기야 진짜 이 죽순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 

머위 김치 

난 이 머위 김치가 맘에 든다 

약간의 씁쓰름한 맛이  애들은 싫어할 어른의 맛이다 

 

난생처음 알았고 난생 처음 만들어 봤고 난생 처음 먹어 본 죽순이랑 머위 김치 

반백년을 살고서 난생처음ㅎㅎ

원추리 김치는 작년에도 만들어 먹었었고 

이 3가지 김치중 제일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시큼 하니 꽤 익었다 

배추김치라면 난 당연히 익은 김치 파다 

그런데 원추리 김치는 만든 지 얼마 안 된 새 김치가 맛있는 것 같다 (이건 개인 취향이니까..)

맛도 맛이지만 만들었을 데 남아 있던 사각 거리는 식감이 익으면서 없어져서다 

역시 식감은 중요하니까 

정말 김치란 음식은 무궁 무진한곳 같다 

모든 재료를 김치화 시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우리 집엔 지금 배추김치가 없다

얼마 전 시큼하게 익은 김치를 탈탈 털어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은 후

배추김치를 만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우리 집엔 배추김치는 없지만 이 김치, 저 김치, 요 김치가  밥 상을 채워 주고 있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이 김치 저 김치 요 김치를 보니 어째 든든하다 

이게 바로 김치의 힘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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