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 들었던 아들의 행동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지난주 토요일 초보 운전자인 아들의 운전 연습 삼아 가족 드라이브를 갔었다
히로가 면허를 따기 전 우리 가족이 드라이브할 때는
자기야가 운전대를 잡고 마눌인 나는 조수석 그리고 히로가 뒷 좌석에 앉았었다
이게 우리 집 지정석!
그런데 지난 2월 히로가 운전면허를 딴 후에는 우리 집 지정석이 바뀌었다
자기야가 운전을 할 때는 내 자리였던 조수석은 히로가 히로 자리였던 뒷자리는 내 자리가 되었다
히로가 운전을 할 때는 우리 집 자기야가 조수석 난 뒷자리
누가 그러라고 한 거도 아닌데 내가 먼저 뒷자리로 가서 앉아 버린다
히로가 뒷자리에 앉으면 스마트 폰만 쳐다보고 있을 테니 조수석에 앉아서
운전 상황을 지켜보라는 마음에서였다
나랑 히로랑 둘이 나갈 땐 난 히로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조수석에 앉아 잔 소리 같은 조언을 하곤 한다
운전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난 히로에게 더 많이 운전을 시키고 싶어서고
우리 집 자기야는 아직은 히로의 운전을 못 믿겠다며 가끔만 시키는 정도다
지난 주말은 복잡한 수도 고속도로에서의 운전 연습을 위해 나선 가족 드라이브 길이었다
뒷자리에 앉고 보니 할 일이 없다
히로가 뒷자리에서 핸드폰만 쳐다보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땐 앞이 확 트여 있으니 바깥 풍경도 보고 옆 자리에 있는
자기야랑 이야기도 하고 심심할 틈이 없는데
뒷자리에 앉고 보니 바깥 풍경도 잘 안 보이고 앞자리에서 나누는 우리 집 두 남자의 대화가
잘 들리지도 않아서 대화에 참여하기도 애매하고 영 심심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직접 겪어 보지 않았거나 그 사람 입장이 되어 보지 않는다면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나보다
히로가 뒷자리에 앉았을 때 맨날 핸드폰만 쳐다보고 우리가 하는 이야기에 잘 끼지도
않았던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앞에 앉은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려면 몸을 앞으로 기울이거나 아님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야 하고
가끔 뭐라고? 라며 되물어야 하고
처음엔 그렇게 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귀찮아져서 나 또한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히로가 마음에 안 들었던 대화에 참여 않고 나 호로 핸드폰 만지작거리는 행동을 내가 하고 있었다 ㅠㅠ
앞 자리에 앉은 두 남자는 사이좋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 홀로 왕따 당하는
느낌이랄까..
뒷자리에 앉아 보니 보이는 풍경도 다르고 시야가 좁아져서 바깥 풍경이 이쁘지도 않다
이런 뒷 자리에 히로가 20년이나 앉아 있었구나 생각하니
가족 나들이를 나갔을 때 뒷자리에서 혼자 많이 심심했었구나
잡에서와 달리 차를 타면 말 수가 적어지고 핸드폰만 쳐다보던 이유가 있었구나 알게 되었다
모처럼 나선 나들이길에 핸드폰만 쳐다보는 게 정말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드라이브 길에 신오코보의 한인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고추장이 얼마 남지 않아서 고추장을 사고 싶었다
한인 마트에 들려 장을 보니 히로가 하는 말이
한국에 갈 거면서 굳이 한국 마트에 와서 장을 볼 필요가 있냐는 거였다
내 대답은 한국 가서 무거운 고추장 같은 거 사 올 맘이 하나도 없다였다
조급 비쌀 뿐 일본에서도 살 수 있는걸 특히 고추장처럼 무거운 걸 고생 고생 하며 들고 올
맘이 조금도 없다
한국은 가볍게 갔다가 가볍게 오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