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일상 /일본은..

일본에선 잘 익은 대봉감이 천덕꾸러기다

동경 미짱 2023. 11.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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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나 홀로 여행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여행지에서 미치니 에끼(휴게소)나 

그 지역 특산품 특판장을 맘 대로 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우리집 자기야랑 함께 여행을 가면 목적지를 향해 고속도로로 빠르고 신속하게  이동한다

난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로 가면서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그렇게 천천히 가고 싶은데 

우리 집 자기야는 국도를 운전하면 시간도 걸리고 피곤하단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는 고속도로가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 홀로 여행 때는 급할 게 없으니 난 국도를 이용한 여행을 즐긴다 

또 하나 난 여행지에 가면  그 지방의 특판장이나 시장에 가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집 가지야는 노 관심! 

내가 가고 싶다고 하니 들리기는 하지만 후다닥 수박 겉핥기식으로 스쳐 지나가는 게 전부다 

나 홀로 여행땐 난 국도를 달리며 경치를 구경하고 특판장이나 시장이 있으면 

들려서 천천히 둘러보며 물건을 사기도 한다 

사실 일본은 지방이라고 농산품이 싸지도 않다 

바닷가라고 해서 생선이 싸지도 않다 

단 신선하고 물건이 좋다 

지난 달 동북 지역을 여행했을 때는 사과를 한 박스 사 왔었다 

윗 지방이 사과가 유명한데다가  마침 내가 여행 간 시기가 사과가 막 출하가 될 시기였기에 

적당한 가격에 맛 있고 신선도가 좋은 사과를 사 올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후지산 주변의 제일 큰 호수인 가와구치호수의 유면 공원인 大石공원에 갔더니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기념품 가게  한 구석에서  그 지역 농산품을 팔고 있었는데 

지금이 제철인지 대봉감을 팔고 있었다 

대봉감은 이런 지방이나 와야 살 수가 있지 동경의 마트에서 파는 건 거의 본 적이 없다 

동경에서 볼 수 없는 대봉 감이 잔뜩 쌓여 있으니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둘러보기로 했다 

 

워낙 중국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일본어가 아닌 중국어로 쓰여져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여행중 간식거리로 감을 사서 먹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이 감은 떫은 감이다 

달지 않다 

가공용이다 

여기 저기 써 붙여져 있었다 

크기에 따라 자루에 담겨 있는데  10개 정도 들어서 1500엔  18개 정도 든 거는 2500엔이었다 

 

 

내가 한참 감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가게 주인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아저씨 : これ渋柿ですよ (이거 떫은 감입니다) 

그래서 내가 " 알고 있다 " 답하니 의심스러운지 한번 쓰윽 쳐다보더니 저쪽으로...

대봉감을 고른 후 계산대로 가니 이번엔 계산대에 있던 아주머니가 

아주머니 : これ渋柿ですよ. 干し柿用ですから食べれまさん

                (이거 떫은 감입니다. 곶감용이니까 못 얻어요 ) 

난  또 한 번 알고 있어요..

그렇게 대봉 감 사면서 두 번의 경고를 받았다 ㅎㅎ

 

일본은 대봉감을 자연적으로 숙성시켜 단감으로 먹는 습관이 없다

오직 대봉감은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감이다 

동경 마트에서 대봉감을  팔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동경 사람들에게 곶감은 사 먹는 것이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경 마트에 대봉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가끔 큼직한 대봉감을 팔기는 하는데 자연적으로 익어서 홍시가 된 감이 안니라 

떫은 대봉감을 소주에 담가서 삭혀서 떫은맛을 없애고 단감으로 만들어서 팔기는 한다 

소주로 삭혀 단감으로 만든 대봉감은 가격이 꽤 비싼데 한 개에 350엔 정도 한다 

하지만 절대 자연적을 익혀서 홍시로는 팔지 않는다 

일본에서 홍시는 제때 팔지 못해서 상한 천덕꾸러기다 

 

大石공원에서 대봉감을 10개 들이 한 자루를 1500엔에 사서 다음 행선지인  기와구찌호수로 가려고 돌아서 나오는데 

지역 특판장이 보였다 

당연히 들렸다 

그... 런.... 데.... 쇼크 

여기에서도 대봉감을 팔고 있었는데 크기가 더 큰 것을 그것도 12개가 1300엔이다 ㅠㅠㅠ

단 5분 거리인데 어째 이런 일이.... 

역시 大石공원 같은 유명 관광지에서 사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동경에서 잘 볼 수 없는 귀한 대봉감을 후지산 근체에선 이렇게 흔하게 팔 줄은 몰랐다 

大石공원에서 사지 않으면 못 살 줄 알고 샀는데 ㅠㅠㅠㅠ

천천히 특판장을 둘러보는데 저 쪽 한 구석에 처량하니 놓인 대봉감 한 상자가 보였다

15개 들었는데 단 돈 500엔이란다 

왜? 

미처 팔리지 못한 상태에서 위쪽이 숙성되어 가고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일본에서의 대봉감은 오직 곶감을 위해 존재할 뿐이고 

별미로 단감을 만들어 먹을 뿐이고 이렇게 자연 숙성된 맛있는 홍시는 버려야 할 말 그대로 상한 것일 뿐...

일본에서 홍시는 나처럼 이상한 미각을 가진 (일본 사람 입장에선 그렇다) 사람이 

사 주면 버리지 않아 다행이고 운 좋은 일 일뿐..

나야 얼씨구나 500엔이 웬 말이냐 하면 얼른 사 버렸다 

조금 전 비싸게 사서 억울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ㅎㅎ

잘 익은 맛있는 대봉감을 매일매일 먹었다

당연히 우리 집 두 남자도 말랑한 대봉감은 먹지 않는다 

사각사각 씹히는 단감만 먹을 뿐..

덕분에 대봉감은 전부 내 차지다 

맛있다고 마구 먹어 댔더니 이제 4개밖에 안 남았다 

하지만 괜찮다 

나에게는 아직 비싸게 쌌던 대봉감이 남아 있다 

이건 아직 익지 않았다 

4개 다 먹고 한 일주일쯤 있으면 익을 것 같다 

일본 대봉감은 꼭지를 저렇게 T자로 이쁘게 잘라서 판다 

그 이유는 대봉감은 곶감용이니까 

이렇게 매달기 쉽게 하기 위해서 

T자로 잘라진 나뭇가지에 잘 걸려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일본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이렇게 달달하고 맛있는 홍시를 왜 안 먹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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