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대신 아빠가 챙긴 아들 생일상
지난 20일은 히로의 생일이었다
20일은 일본에서는 춘분으로 공휴일이다
공휴일이긴 하지만 난 한국 간다 시댁 간다 어쩐다 하면서 2주간 휴가를 즐긴 터라
공휴일이었지만 근무고 그래서 출근을 해야 했고 히로도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이었다
황금같은 공휴일 마누라랑 아들은 일 한다고 나가고 우리 집 자기야만 집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정확히 말 하면 달콤한 휴식을 즐기진 않았고 오전부터 테니스를 하러 갔었다
2주 만의 근무는 역시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히로의 생일이란 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바쁘게 일을 하고 피곤한 몸으로 퇴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니 테이블위에
나 : 웬 스시?
우리집 자기야 : 히로 생일이잖아..
아... 그렇지 히로 생일이었지
둘도 아니고 달랑 하나 있는 아들 녀석 생일이었지...
마누라의 공휴일 출근은 평소보다 2배는 힘들다는 걸 잘 아는 우리 집 자기야인지라
아들 생일상을 아들이 좋아하는 초밥으로 떠 억 하니 차려놓았다는
아니 차린게 아니라 주문해 두었다는..
마누라가 이들 생일상을 안 차릴거란걸 미리 알았나 보다 ㅋㅋ
초밥 내용은 간단하다
왜냐하면 히로의 생일이니까 히로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시켰으니까
히로는 오직 연어랑 참치랑 새우만 있으면 되는 아이니까
아무리 출근이었다지만 쬐꼐 미안한 마음에 난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만 끓였다
아르바이트로 늦게 귀가한 아들 녀석과 함께 밤늦은 생일상은
아빠가 주문한 초밥 과 엄마가 급히 끓인 미소시루
저녁을 다 먹고 났더니 아빠는 냉장고에서 미리 사 둔 케이크도 가져왔다
아 ! 그렇지 명색이 생일인데 케이크 정도는 있어야지
조각 케이크로...
엄마라는 사람이 그래도 명색이 직업이 케이크 만드는 사람인데
달랑 하나 있는 내 자식 생일 케이크도 안 만들어서 아빠가 사 둔 조각 케이크로
생일 케이크를 대신했다 ㅠㅠㅠ
근데 솔직히 이번 히로 생일에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지만 히로에게 많이 미안하지는 않다
히로가 유치원 때부터 20살 생일 때까지 매년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생일 파티를 해 줬었다
충분히 히로에게는 최선을 다 했으니까
이젠 그런 엄마 역할은 졸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히로는 22살...
어엿한 성인인데 20살의 성인식을 치른 지 2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철없는 아들이다 (엄마 시각에서...)
때론 다 컸다 싶다가도 가끔씩 기겁하게 만들기도 하고...
자식 농사 어렵다더니
정말 내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데 자식농사인 듯...
22살 이젠 놓아야 하고 히로도 부모 그늘을 벗어나 자립을 할 나이인데
글쎄다... 아직 히로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서 걱정 중!
어쨌든 아들아
생일 축하하고 내 인생 멋지게 한번 살아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