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생소한 양파 김치를 좋아 할까?
동경 변두리 이 동네에 자리를 잡고 산지 이십 년이 훌쩍 넘었다
낯선 이국 생활에 우연히 자리 잡은 이 동네에서 난 인생의 이웃사촌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
복 많은 여자다
낯설은 일본 땅 우연히 만난 이웃사촌들과 20여 년 동안 캠핑도 함께 다니고
함께 고기도 구워 먹고 밥도 같이 먹고 수박 한덩어리가 있으면 나눠서 집집이 나눠 주며
요즘 같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정을 나누며 말 그대로 이웃사촌으로 오손 도손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전 까지만 해도 이웃사촌 4 가정은 꽤 자주 모여서 먹고 마시며 놀았었다
1년에 걸쳐 연례 행사가 있을 정도다
우선 1월엔 4가정이 모여 신연회를 하며 논다 (신년회는 옆집 가즈꼬 언니네가 모임 장소)
7월 동네 마츠리 (축제) 날은 BBQ 하는 날
선선해지는 10월 가을쯤은 만두랑 오뎅 파티
만두는 300개는 기본으로 만들었었다
그리고 12월엔 송년회를 가지며 이웃 사촌들끼리 정을 나누었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이 모든 모임들이 중지
코로나 이후에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사이좋은 이웃사촌 4 가정이 다 모이는 일은
5년째 전무했었다
드디어 5년 만에 다 함께 모여 BBQ를 하기로 했다
5년만에 하는 이웃사촌들의 BBQ에 모두들 신이 났다
며칠째 단체 라인으로 모임 작당의 메시지들이 수없이 날아다녔다
옆집 하니가 (이웃사촌들끼리 부르는 애칭이 각각 있다
옆집 가즈꼬 언니네 남편은 모두가 하니라고 부른다. 남의 남편을 하니라고 부르다니 ㅋㅋㅋ)
옆집 하니가 BBQ 모임이 결정되자마자 생맥주 기계를 빌리기 위해 여러 곳에 연락을 해 보았나 보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모임이 없어지니 생맥주 기계 대여를 하지 않는 곳이 많고
유일하게 대여를 해 주는 곳은 벌써 예약으로 꽉 차서 예약을 실패를 했단다
항상 이웃사촌들 모임엔 생맥주 기계를 대여를 했었는데 많이 아쉽긴 하지만....
고기를 비롯한 장보기는 나랑 제일 큰 언니인 유미짱이 하기로 했고
그 외 각자 한 두 가지씩 샐러드 같은 간단한 것들은 가져오고
생맥주 기계를 빌리지 못 했으니 알코올은 각자 취향껏 가져오는 걸로..
요즘 배추거 영 부실해서 김치를 한 동안 담그지 않았었다
어쩐다
뭘 가져갈까 생각하다 요즘 햇 영파 철인지라 양파 김피를 만들었다
맵지 않고 달달한 햇양파로 담근 김치
평소에 김치를 만들거나 부침개를 부치거나 하면 이웃사촌들 집으로 들고 가 나눔을 하기에
이웃사촌들에게 내가 만든 김치는 익숙한 맛이다
배추김치랑 깍두기나 오이김치는 20여 년간 꽤 자주 먹은 익숙한 김치지만
그러고 보니 양파 김치는 한 번도 나눠 줘 본 적이 없다
물론 제철이란 게 있긴 하지만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배추나 무나 오이와 달리
햇양파는 말 그대로 한철이라서 만들어서 이웃에게 나눠 준 적은 없는 것 같다
미리 만들어 숙성을 시키면 좋았을 텐데 미루다 미루다 급히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으면 이틀 만에
숙성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상온에 하룻밤 둘 생각이다
매콤하면서도 양파의 달달함이 그리고 사각사각 씹히는 영파의 식감이 꽤 괜찮은 곳 같은데
우리 집 자기야도 맛을 보고는 맛있다고 하는데 글쎼
이웃사촌인 일본인들에게는 양파 김치가 입 맛에 맞으려나...
그나저나 5년 만에 완전체로 모이는 이웃사촌들의 모임이 너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