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폭탄 맞은 다음날
동경에 올 들어 첫 눈이 내렸다
첫눈 하면 괜시리 낭만적인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그런데 올 겨울 동경의 첫눈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눈 폭탄이었다
같은 일본이라도 북쪽인 나가노나 북해도 같은 곳이라면
눈이 익숙해서 이 정도 눈은 눈썹하나 깜짝 하지 않겠지만
1년에 제일 추운 날에도 영하로 안 내려가는 따뜻한 동경은
눈에 아주 취약하다
10센치 정도만 내려도 교통 마비에 난리 난리 눈 난리를 치르는 곳이
바로 동경이다
이번 눈으로 인한 교통사고만 하루만에 740건이라니
얼마나 동경 사람들이 눈에 약한지 몇년만에 한번씩 이렇게
눈 폭탄을 맞으면 난리가 난다
이번 눈은 동경 중심가에도 20센치
울 집 같은 변두리는 25센치 이상의 눈이 내렸다
이렇게 눈 다운 눈이 내린건 4년만이다
4년전 눈 폭탄을 맞았을때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나설려는데
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눈이 많이 내려 밖으로 밀어 여는 우리집 현관을 눈이 가로 막아서였다
눈 때문에 집안에 갇혀 버린 상황
결국 뒷마당 쪽 미닫이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을 했었다
그렇게 한번 경험을 해 본 터라 이번엔 눈이 내리는 동안
서너번 정도 현관 눈을 치웠었다
눈 때문에 집안에 갇힐수는 없어서 ..
현관에서 주차장까지만 이렇게 길을 터 두었다
저녁에 자기야 퇴근후 저녁 먹고 앉아
테니스광인 울 자기야 녹화 해 둔 정현이랑 조코비치 경기를 보는가 했는데
갑자디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한참을 돌아 오지 않는 울 자기야
밖에 나가보니 눈을 치우고 있다
밤 10시에
이 밤중에 꼭 눈을 치워야 해
지금 10시가 넘었어
지금 치워둬야지 아침에 출근인데 치울 시간 없잖아
그래도 시간이 지금 10시인데
언제 다 치울려고 그래
누가 우리집 앞에서 넘어지거나 사고 나면 안되잖아
치울수 있을때 치워야지 ..
자기야 혼자 저러고 있는거 맘 약한 착한 마누라인 나
모른척 할수가 없다
결국 나도 삽질을 했다
우리가 삽질을 하고 있는 동안 옆집 오까야스네도 그 옆집 다무라네도
한 밤중 눈 치우기 작업에 동반
가벼워 보이는 눈 쌓여 있으니 왜 이리 무거운지 ..
2시간 가까이 작업을 하고 나니 팔다리가 후들 후들
하지만 눈은 싹 치워졌다
다음날 아침 학교 등교길 출근길 넘어질 일은 없을것 같다
차 한대 지나다닌 정도의 넓이로 치웠으니
적어도 누가 우리집 앞에서 사고 날 일은 없을듯 하다
출근해서 돌아 와 보니
그 사이 다른 집들도 깨끗하게 눈을 치워 두었다
25센치 쌓였던 눈은 골목 양 옆으로 ..
누가 하라고 안 해도 하자고 안 해도
이렇게 다 들 나와서 집 앞을 치워주니 많은 눈이 내렸지만
넘어질 걱정 없어 좋다
울 골목 주민들 눈에 익숙허지 않기에
오히려 눈이 오면 더 적극적으로 눈을 치운다
각자 자기 집 앞만 치워도 이렇게 편하고 좋은것을 ..
그나저나 눈치우기 2시간 정도 했다고 삭신이 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