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버지에게 듣고 싶지 않는 말
보고싶다 ....
보고 싶다라는 말이 이렇게 달갑지 않고
듣고 싶지 않는 말이란걸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처음으로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정겨워야 할 말
" 보 고 싶 다 ..."
이번에 설에 한국에 나갔을때 엄마에게 전해 들은 말
너거 아버지가 평소에는 그런말 안하는데
올 겨울엔 경이가 보고싶다
경이가 보고 싶어 죽겠다 자꾸 그런 말을 하더라
(경은 울 가족이 나를 부르는 내 이름 맨 끝자리이다 )
갑자기 와?
아버지 어디 아팠나?
아이다. 올 겨울에 감기 한번 심하게 걸리더니만
그라고 부터는 자꾸 니 보고 싶다고 니 봐야 되는데 라고 ..
듣기 싫다고 그라지 말라꼬 캐도 자꾸 그카네 ..
10월에 아빠가 일본으로 오셔서 만나고 겨우 두달 지나서
12월 연말에 자꾸 보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보고싶다고 하셨다는데 왜 가슴이 먹먹해지는지 모르겠다
설날 아침 아들 며느리랑 손자랑 딸들에게 세배를 받으시곤
한사람 한사람 세뱃돈 봉투를 주셨다
보통 세뱃돈 봉투를 주면서 덕담을 하는게 아니가?
그런데 울 아버지 세뱃돈 봉투를 주시고선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주는 세뱃돈이다"
아이 참 우리 아버지 진짜 왜 이러시나 모르겠다
딱히 어디가 편찮으시거나 아프신것도 아닌데
아들 며느리가 매년 아버지 건강 검진을 시켜 드리며
건강 챙겨 드리고 계시는데 도대체 왜 이러시나 ..
저녁에 오빠네는 올케 언니네로 가고
울 아빠 엄마랑 딸네들이 함께 하는 저녁시간
울 아빠가 또 그러신다
이번 겨울엔 내가 경 니가 디기 (많이) 보고 싶더라 "
또 그런다 당신은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자꾸 그러네
보고 싶으면 보면 되죠
아빠가 일본 와도 되고 내가 한국 나와도 되고 ..
왜 아빠 어디 안 좋으신데 있어요
아니 아닌데 ..
그래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내가 그걸 느낀다
올 겨울엔 진짜 니가 너무 보고 싶더라 ..
아.. 씨 .... 듣기 싫다
아빠가 말하는 " 경 니가 디기 보고 싶더라 "
가슴이 먹먹하니 눈시울이 뜨거워 져서
그대로 그자리에 더 있다간 안그래도 눈물 많은 나
금새 눈물이 주르르 흐를것 같아서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 버렸다
날 따뜻해지면 일본 오셔서 몇 달 있다 가시라 했더니
엄마 병원도 가야하고 그래서 못 오신단다 ..
생전 그런 말씀 안 하시던 울 아빠
자꾸만 경이 니가 보고 싶다고 하시니
예전 아주 예전 내가 서울에서 직장 생활할때
직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당장 집으로 내려 와 아빠 곁에 있다가
좋은데 시집이나 가라시던 아빠가 떠오른다
그러고 좋은 사람있다고 만나보라고 맞선 상대를 골라 놓으신
아빠말 싹 무시하고 단 한번도 맞선이란걸 보지 않았었다
내가 또 한 고집 하는 울 아빠의 막내딸이라
내 고집도 한고집을 하니까
경 니가 너무 보고 싶다는 울 아버지
아빠 내가 더 자주 한국으로 나올께요
그리고 보고 싶음 말해
내가 한국으로 오던가 아빠가 일본으로 오시던가 하면 되니까 ....
오늘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조금전에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생전 울 아빠가 먼저 나에게 전화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해 봤다
일본 가서 많이 바빴제? 아픈데는 없고?
전서방이랑 히로는 다 건강하나 ?
내가 일본 온지 몇일이나 지났다고 또 왜 이러시나...
그래도 내가 지금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
" 보고 싶다" 고는 하지 않으셨다
여름쯤 또 한번 한국으로 내가 가던지
엄마 아빠를 일본으로 모시던지 해야겠다
아빠가 " 경이 니가 보고 싶다" 는 말씀 하시기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