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신데도 참 친절 하시네요
일본인과 결혼 해 일본에 사는 한국 분들은
대부분이 일본에 공부하러 왔다가 혹은 일본이 좋아 일본에 여행 왔다가
아니면 일본에서 일을 하다 만나 결혼 하는 커플이 많다
나의 경우는 좀 다르다
난 사실 일본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 하는 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 아는 분 소개로 만났다
그 소개라는게 남녀간의 소개가 아니라
아는 일본 청년에게 한국을 좀 안내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인연이었더고
그렇게 만나 어쩌다보니 한국에서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이라는 사람이 일본 사람.
남편의 비자문제로 어쩔수 없이 일본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서 온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일본에 왔을땐
일본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조금만 스쳐도 고멘나사이...
아리가또 ... 시쯔레이시마스...
마음에도 없으면서 입버릇 처럼 잘도 나온다..
식당에 가서 뭘 시켜도 밑반찬 없이 달랑 시키는 것만 나오고
서비스의 개념도 한국이랑 다르고..
일본의 장점이 전혀 눈에 들어 오지 않았었다
그렇게 십수년을 살다보니 점점 일본의 생활이 익숙해 져 갔고
한국을 떠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어떨땐 오히려 한국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가끔 있다
몇년 전 한국에 갔을때의 일이었다
항상 그랬던것 처럼 한국에서 쓸 돈을 환전 하기 위해 모 은행에 갔다
환전 창구에서 남자 직원과 있었던 일
엔을 원으로 바꿀건데 환율이 어떻게 되나요?
네 손님 00입니다
네 00 바꿔 주시겠어요
신분증 주시겠어요
네 여기있어요. 부탁드립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우대 많이 해 드릴께요
네 고맙습니다.
일본에서 그랬던것처럼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버릇처럼 부탁한다. 고맙다. 감사한다를
수 없이 반복 했나 보다
그것도 웃는 얼굴에 나긋 나긋 이쁜 목소리로
(웃음 가득한 얼굴로) 고객님은 손님이신데도 참 친절 하시네요..
일본에 사셔서 그러신지....
????
은행의 남자 직원이랑 환전을 끝나고도 이런저런 수다까지 떨고
커피도 한잔 얻어 마셨다
그 직원도 기분 좋게 나도 기분 좋게 그렇게 일을 마쳤다
그 직원의 말 한마디에 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일본사람은 마음에도 없으면서 가식의 말을 한다
그렇게도 불평을 했건만
어느새 내 입에서도 수도 없이 그런 말을 뱉고 있다
마음에 있던 없던 감사의 말과 부탁의 말은 상대를 기쁘게 하는구나
참 단순한 일인데 ...
한국이 어쩌고 일본이 어쩌고...
좋은건 배우고 나쁜건 버리면 될것을
손님이신데도 참 친절 하시네요
내 인생에 잊어 버리면 안 될 명언이 되었다
그래 친절해서 남주냐
그게 가식이든 진심이든 항상 웃음을 띠고
친절한 말을 내뱉는 기분 좋은 아줌마가 되어야 겠다고...
기분 좋은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