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랑 감이랑 고추랑 고춧잎이랑
직장 후배인 일본인 그녀에게서 라인이 왔다
지금 집에 있냐고 ?
집에 있다고 했더니
나에게 전해 줄게 있으니 잠깐 들려도 되겠냐고
잠시후 후배인 그녀가 우리집에 왔다
차에서 주섬 주섬 꺼내서 나에게 건네주는게
너무나 의외의 것이었다
고추 아니 덤으로 고춧잎까지
그녀의 친정 엄마가 고추를 나에게 가져다 주라고 하면서
마당에서 꺽어 주셨다고 한다
그녀는 친정 엄마에게 고추만 따서 가져 가겠다고 하니
무슨 소리냐고 ? 고춧잎도 먹는데 그냥 가지채 가져 가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자주 하는 말
일본 마트에서는 볼수 없는 ... 어쩌고 저쩌고
그렇다
이 고춧잎 또한 일본 마트에선 볼수 없는
그래서 살 수 없는 그런 채소중 하나이다
그녀의 친정 엄마처럼 어느 정도의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나
아니면 지방 (시골) 출신 분들은 고춧잎을 먹는다는 걸 아는것 같은데
나 보다 한살 어린 직장 후배는 그녀는
고춧잎을 먹는다는걸 지금껏 몰랐다고 한다
일본 와서 살면서 고춧잎을 먹게 되는건 처음인것 같다
고춧잎과 함께 그녀의 친정집 마당에서 금방 따온
가지 달린 감이랑 잎이 그대로 달려 있는 귤도 같이 가져왔다
한번도 보지 못한 직장 후배인 그녀의 친정 엄마가
나에게 왜 이렇게 챙겨 보내셨나 하면
얼마전 우리집 현관에 주렁 주렁 달렸던 으름을 따서
그녀가 가져 간적이 있다
그녀의 친정 엄마는 어릴적 맛있게 먹었던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우리집에서 가져간 으름을
맛나게 다 드셨다고 한다
오래간만에 으름을 드셨다면서 고맙다며
한번도 본 적 없는 나에게 이것 저것 챙겨 보내 주신것이다
일본 오기전 한국에서 요리란걸 해 본적이 없는 나는
고춧잎으로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다
내 기억에 고춧잎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은
무우 말랭이 무침에 고춧잎을 넣은 것이다
울 친정엄마가 만든 고춧잎 들어간 무우 말랭이는 내가
아주 아주 좋아하는 반찬중 하나이다
집에 당장 무우 말랭이도 없을뿐더라 설령 무우 말랭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맛있게 잘 만들 자신이 없어서
고춧잎을 앞에 두고 이걸 어떻게 해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살짝 데쳐서 팽이버섯이랑 당근 넣고 볶았다
참기름 몇방울 살짝 넣고 볶았더니 고소하니 맛있다
물론 고춧잎 넣은 무우 말랭이랑 비교가 할수 없지만
일본에 와서 산지 20년만에 일본에서 처음 맛본
고춧잎은 나에겐 내 고향 한국을 떠 오르게 하는 향수의 고춧잎이다
사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본에서도 고춧잎을 먹는다는 걸 ..
근데 왜 마트에선 안 파는 걸까?
직장 후배의 친정 엄마 덕분에 귤이랑 감이랑 고추에
고춧잎까지
별것 아닌것들도 주거니 받거니 하니 괜시리 좋고
마음이 따뜻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