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에는 으름 나무가 있다
으름이 뭔지도 몰랐지만 덩쿨 식물이라는 말에 심었었는데
봄이 되니 예쁘고 앙증맞은 보라색 꽃이 피고
여름이 되니 보라색 꽃이 열매가 되더니
가을이 되니 그 열매가 잘 익어 쩍 쩍 갈라지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으름을 듣도 보도 못했었다
당연히 먹어 본 적도 없다
우연히 심은 덩쿨 식물이 으름이었고
으름이 먹을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으름을 먹어 본 적이 없으니
그 맛을 모르고 그래서 매년 따지도 않고 그냥 방치를 했었는데
올 가을엔 풍작도 이런 풍작이 없다
주렁 주렁 많이도 열렸다
회사 직원들에게 으름에 대해 말 했더니
그거 맛있는거라며 달라고 해서 2명에게 으름을 나눠 주었었는데
으름 껍질을 볶아먹었다며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내년에도 으름이 열리면 또 달라고 까지 하는데
으름이 그렇게 맛있나?
그래서 나도 먹어 보기로 했다
으름은 잘 익으니 석류처럼 껍질이 쩍 갈라지며
속을 다 내 보인다
우리집 으름도 잘 익어서 하얀 속살을 다 드러 내 놓고 있는데
어째 모양새가 어찌 보니 애벌래 같기도 하고
이걸 진짜 먹나 의심에 의심을 하며 조심 조심 한 입
으름은 토종 바나나라고 한다는데 식감이 바나나 같기도 하고
바나나라고 하고 먹어서인지 바나나 비슷한 맛이 살짝 나는것 같기도 하고
결론은 약간 달짝 지근하니 먹을게 풍부하지 않았던 옛날엔
달짝 지근한 으름이 좋은 먹거리였을것 같긴 하다
그런데 씨가 많아도 너무 많다
과육보다 씨가 더 많은것 같다
결론은 맛은 달짝지근 하니 괜찮은데 씨가 너무 많아서
먹기엔 넘 불편하고 귀찮았다
회사 동료는 으름 속이 아닌 껍질을 볶아서 먹었다고 했다
너무 너무 맛있어서 내년에도 달라고 까지 했다
그래서 나도 볶아 먹기로 했다
으름 껍질엔 독성이 있다고 한다
하룻밤 물에 담궈서 독성을 빼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하룻밤 물에 담궈 뒀더니 딱딱했던 껍질이 조금 부드러워 졌고
물은 살짝 갈색물
직장 동료에게 만드는 법을 물어 보니
아무거나 집에 있는 채소 썰어 넣고 돼지고기 넣고 볶우면 되는데
된장이랑 궁합이 잘 맞아 된장으로 간을 하면 된다고 했는데
냉장고 뒤져도 돼지고기가 없길래 소세지로 대체
기름에 달달 볶아서 된장으로 간을 했다
마지막에 참기름도 살짝 떨어뜨리고 깨도 뿌려주고
시식 타임 !
쓰다
많이 쓰다
몸에 좋은것 입에 쓰다며 우리집 자기야에게 먹으라 권했지만
딱 한입 먹고는 쓰다고 먹기 싫다고 한다
여주라 생각하고 먹어
여주가 더 나아 . 이건 너무 써
그냥 맛있다고 하는 회사 동료에게 다 갖다 줘
원래 몸에 좋은건 입에 쓴거야
라고는 말을 했지만 쓰다 .....
결론 아직 우리집 으름 나무엔 으름이 남아 있다
다 따다가 회사 동료에게 가져다 줘야지
그리고 내년에 으름이 열리면 다 따다가 회사 동료에게
갖다 줘야지 .... 다
으름 열매는 달짝 지근 하니 살짝 바나나 맛도 나는것 같지만
씨가 너무 많아서 먹기 귀찮고
으름 껍질은 아무리 몸에 좋다지만 너무나도 쓰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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