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일상 /일본에서 일하기

감동 받은 직장 후배의 손 편지

동경 미짱 2022. 1.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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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고 첫 출근 …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일터가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체가  참으로 감사한 일인것 같다
더군다나 외국인에다가 중년 아줌마인 내가 이곳 일본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
일을 마치고 집이  돌아 오는 길에 내 손에는 김상에게 라고 적힌 종이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사실 지난 연말에  회사 후배에게서 작은 선물을 휴게실 단스에 올려 뒀으니 잊지 말고 가져가라고 했었는데 31일 마지막 날까지 근무를 했던지라 빨리 집에 오고 싶은 마음에 미안하게도 잊어버리고 가져오지 않았었다
집에 오는 길에 잊어 버리고 가져오지 않았다는 걸 알고 그녀에게 라인으로 연락을  해 보았다
혹시 상하는 거냐고?
상하는건 아니니까 괜찮다고 해서 그녀에게 미안하다 사과를 하고 오늘에서야 가져오게 되었다
선물 준 사람 마음인데 그걸 잊어 버리고 오다니
나란 여자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지 원 ….

종이봉투 안에서 여러 가지가 나왔다
쿠키도 들어 있었고 눈 마스크 그리고 허리에 붙이는 핫 팩이랑
그리고 작은 봉투 하나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서서 하는 일이다 보니
허리가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히 나는  꾸준한 요가와 운동 덕분에 아직은 허리에 이상은 없지만 허리를 따뜻하게 보온 해 줄 수 있는 핫 팩
그리고 눈의 피로를 풀어 주는 따뜻한 아이 마스크까지 …
하츠미상 ..
지난번 내 블로그에 한번 등장한 적이 있는 후배다
40대 중반에 오스트리아인 남편에 간간히 사진 모델 활동을 하는 이쁜 쌍둥이 딸이 있는 그녀
고교 1년생인 쌍둥이 딸 중 언니가 코로나 백신 1차를 맞은 지 3 분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한바탕 난리를 쳤었던 그래서 나 보고도 히로가 백신을 맞을 때 꼭 따라 가라고 조언을 했던 후배다


그녀는 포장부에 있다가 케이크부로 부서 이동을 한 지 6개월쯤 되는 케이크부에서는 신참이다
성실한 데다가 머리 회전도 빠르고 소질도 있는 것 같아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내가 그녀의 교육 담당이라서 근무 일이  거의 나와 같아서 최근에 같이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후배이다


 

 

아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에 온 가족이 출동!

일요일인 오늘 히로는 화이자 2차 접종을 했다 히로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일치감치 접종이 가능했지만 히로는 지지체에서도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고 신청을 하지 않았었고

michan1027.tistory.com

선물도 선물이지만  손편지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냥 메일이나 라인으로 하면 될 텐데 부담그럽게시리 직접 손편지씩이나 …

나는 성격이 확실한 편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일에 대해선 진지 하게 하는 편이다
일을 못 하는 건 용서가 되어도 할 수 있는데 꾀를 부리며 요령을 부리는 건 못 봐주는 선배다
열심히 하고 노력을 하는데도 그것밖에 안 되는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능력이 다른데 내가 이 만큼 하니까 너도 이 만큼 해라는 기준이 열심히 해도 그것 밖에 안 되는 아이에겐 엄청난 스트레스고  무리한 요구를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 그 태도로 난 이해를 해 주는 편이다
반대로 더 잘할 수 있는데 일을 고르고 싫은 일은 남에게 미루고 꾀를 부리고 요령을 피우는 후배에겐 엄격한  편이다
일을 못 하는 건 용서가 되어도 일을 안 하는 건 용서가 안 된다
그리고 조금 가르쳐 보면 얘는 잘 가르치면 잘하겠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그런 애들에겐 더 자세히 가르쳐 주고 남들이 안 가르쳐 주는 요령이나 기술까지 죄다 전수해 주는 스타일이다
나의 그런 성향을  상사가  잘 알기에 케이크부의 신입 교육은 거의 내가 담당을 하고 있다
하츠미상 같은 경우엔  머리 회전도 빠르고 요령도 피우지 않고 열심히고 배우려는 자세가 좋아서 ( 일에 대한 센스도 있다 ) 내가 공을 들여 가르치고 있는 후배다

교육이라는 게 기술적인 것뿐 아니라  일에 대한 요령도 필요하고 특히나 인간관계가 중요해서 그런 부분까지 서포트를 해 주는 편인데 교육을 하면서도 가끔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혹 이게 그녀에겐  부담감으로 느끼지는 않을까 고민이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녀의 손편지를 받고 보니 안심이 되기도 하고 솔직히 감동도 받았다

사실 그녀보다 1년 먼저 신입 교육을 받은 실비아라는 직원이 있다 ( 일본계 브라질 이민 3세라 이름이 일본 이름이 아니다) 실비아도 내가 교육 담당이었는데  아쉽게도 일을 고르고 꾀를 피우는 편이다
실비아를 교육할 때는 실비아에게 가던 관심이 지금은 자연적으로 하츠미상과 더 친숙하게 지내는 편인데 (교육 담당이다 보니 근무 일정도 같고 가르칠려니 말도 많이 하게 되고 남들이 볼 때 친하게 보인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꾀를 피우는 실비아보다 열심히 하는 하츠미에게 더 친절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실비아가 하츠미를 은근히  이지메를 하는 것 같다
나나 다른 선배(미치꼬상)가  있을 땐 안 그러는데
나와 미치꼬상이 없으면 말을 아주 쌀쌀맞고 못 되게 상처받게 한다고 한다
하츠미에게 들은 말이면 100% 믿으면 안 되지만( 이런 일을 누구의 편을 드는게 아니라 쌍방 말을 들어 봐야 하니까..) 다른 직원이 그런 걸 보고 나나 미치꼬에게 하츠미가 불쌍하니까  하츠미의 이야기를 들어 주라는 식으로 전해 듣게 된다
그런 일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직원들이 더욱 실비아 보다는 하츠미에게 더 친절하니 실비아는 또 하츠미가 싫고 그런 악순환이…

그런 분위기를 느끼던 차 실비아가 또한 마음이 편치 않은지 며칠째 풀이 죽어 있길래 실비아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실비아는 다른 직원들이 자기에게만 쌀쌀 맞고 자기만 미워한다며 울먹이기까지 ….

하츠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나 어쩐다나 왜 자기만 미워 하냐고 ...

아이고 애도 아니고 일터에서 질투라니 …


“ 실비 잘 생각해 봐 내가 실비의 교육 담당이었을 때 지금의 하츠미에게 하는 것처럼 똑 같이 너에게 했었어.
지금은 하츠미를 교육 해야 하니까 너 보다 하츠미에게 더 관심이 가지는 건 어쩔수 없어 . 그리고 넌 하츠미의 선배야 . 오히려 지금 너와 하츠미를 똑 같이 대우하는건 교육이 끝난 너에게 실례인거야. 너도 하츠미를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야 . 혼자 해결 안 되는게 있으면 말을 해.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아무도 니 맘을 몰라 줘 “
그 자리에선 납득을 하는 것 같았는데 여전히 실비아와 하츠미의 관계는 껄끄러운 편이다
껄끄럽다기보다 후배인 하츠미가 당하는 편이라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하츠미 또한 힘들어하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기에 포장부에서 케이크부로  이동한 것을 후회하는 건 아닐까 그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편지 마지막 부분에 케이크부로 옮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보니 안심이 되고
교육 담당자 입장에서 짠 하니 가슴이 뜨거워져 왔다
새해부터 나 이렇게 감동받아도 되는 건지 …

선배로써 교육 담당자로써 하츠미는 정말 잘 키우고 싶은 후배다
중도에 포기하고 포장부로 다시 돌아가겠다 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이동 하기 잘했다고 하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어리지도 않은 40대 아줌마들의 질투라 …
뭐 여자의 질투는 무죄라던가
아닌가 … 여자의 변신이 무죄였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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