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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만들고 난 거들기만한 저녁밥상

by 동경 미짱 2021.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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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락 가락 많이도 아니고 부슬부슬 내리는 하루였다
아직은 많이 더워야 할 9월 첫날
출근해서 일을 하면서 점심때가 되면 오늘 저녁은 또 뭘 만들까 하는 고민 아닌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맨날 먹는 저녁 그게 뭐라고 매일 매일 고민이 된다

나 : 아이고 오늘 저녁은 또 뭘 만든다냐 …
미치꼬는 오늘 저녁 뭐야?
미치꼬 : 글쎄 뭘 하지 ? 안 그래도 아침에 딸이 오늘 저녁은 뭐 할거냐고 묻길래 니가 만들어 그랬는데 만들어 줄지 모르겠어

(미치꼬는 스물에 결혼을 해서 나 보가 두 살이나 어린데 딸이 벌써 스물 중반이다
워낙 엄마 생각 끔찍한 효녀라서 곧 잘 살림을 도와 주는 착한 딸이다 오히려 미치꼬는 그게 걱정이다
스물 중반의 나이가 되도록 엄마 껌딱지라 영화도 엄마랑 보러 가고 여행도 엄마랑 하고 쇼핑도 엄마랑 하는 모태솔로라서 )

나 : 그래도 뭘 만들지 메뉴 공유 좀 하자
매일 저녁 뭘 만들까가 아주 큰 고민이라니까 ..
미치꼬 : 나루미(딸 이름)가 안 만들면 난 그냥 카레 만들래 . 제일 만만 하잖아
나 : 카레는 이틀전에 만들었는데 ….

미치꼬와의 저녁 메뉴 수다에  대한 소득도 없이
뭘 만들지 결정도 못 한채 냉장고 대충 뒤져 있는걸로 어찌 해야지 하면 집으로 돌아 왔다
정 없으면 냉동실에 있는 교자(만두) 라도 구워 야지 하면서

그런데 히로가  자기가 스파게티를  만들겠단다
주부에겐 남이 해 주는 밥이 제일 맛 있는 법
스파게티건 뭐건 메뉴는  뭐든 상관 없다
무조건 좋다 ㅎㅎ


마늘 듬뿍 올리브 오일 듬뿍 넣은 알리오 올리오
이탈리아어로 마늘과 기름이란 뜻이란다
그리고 구운 가지랑 가리비를 넣고  만든 히로표 알리오 올리오

히로가 스파게티를 만드는 동안 난 샐러드랑 스프를 만들었다
샐러드라 해 봐야 냉장고에 있는 재료인 양배추랑 당근 그리고 노란 파프리카를 썰어 넣고 옥수수콘 한 수저 올린 세상 간단한 서다
그리고 스프는 콘 소메 넣고 계란 넣고 끓인 계란 스프

그렇게 아들과 합작해서 만든 저녁 밥상이다
말이 합작이지 내가 한건 채소 썰고
스프라 해 봐야 물을 끓어 콘소메랑 계란만 풀었으니
난 거저 거들었다 흉내 만 냈을뿐 히로가 다 만들었다

가지와 가리비가 든 히로표 알리오 올리오
면도 적당히 삶겨 졌고 간도 딱이다
구운 가지가 진짜 맛 있었다
구운 가지를 넣고 만든건 히로인데 정작 히로는 가지를
엄청 무지 싫어한다
자기 접시의 가지는 나랑 자기야의 접시로 옮겨졌다
왜 먹지도 않는 죽어라고 싫어 하는 가지를 넣었냐고 하니 자기는 싫어도 엄마랑 아빠는 구운 가지를 좋아 해서 넣었단다
어릴적 먹었던 가지의 물컹한 그 식감을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다고 자기는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가지를 싫어 할 것 같다고 한다
사실 나도 어릴적엔 가지를 참 싫어 했었고 그래서 먹지 않았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언제부터인가 가지를 아주 맛 있게 잘 먹고 있으니 히로도 언젠가 가지르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히로 접시에 가지가 하나도 안 보인다 ㅎㅎ
아들이 만들고 난 거저 거들기만 한 저녁 밥상에
우리집 자기야도 나도 대 만족이었다
내일은 내가 회사 쉬는 날이니 점심도 저녁도 제대로 차려 줘야 할것 같다
내가 할수 있을때 제대로 차려 줘야
내가 힘들때 또 아들녀석이 엄마 대신 밥을 해 줄테니까 …
근데 내일 뭘 만들지 ?
아침은 빵일테니까 넘어가고 점심 저녁 두 끼나 …
결국 또 난 메뉴 걱정을 하고 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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