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무지막지 더운 7월
블루베리가 익어 가는 계절이다
동네 친구인 마에지마상 집에는 블루베리 밭이 있다
블루베리는 익어가는데 아깝게 땅에 떨어지는데도 따 먹지도 않고 따다 팔지도 않고 그냥 방치!
너무너무 아깝다
매년 블루베리가 익어가면 마에지마상은 친한 동네 친구 서너명을 을 불러 블루베리를 따 가라고 하는데 운 좋게도 나는 그 친구들 중 한 명이다ㅎㅎ
매년 두세 번 정도 가서 원하는 만큼 가득 따 오는데 오늘 그 첫 번째 블루베리를 따러 갔다 왔다
까맣게 잘 익은 아이도 있고 자줏빛으로 익어 가는 아이들도 있고 아직 초록빛인 애들도 있다
블루베리는 이맘때부터 늦게는 8월 말까지 수확이 가능한 거 같다
아무리 공짜라지만 욕심부려 많이 많이 따 왔다
어차피 내가 안 따면 땅에 떨어질 운명인데 많이 많이 따야지 ㅎㅎㅎ
많이 많이 땄다
얼마나 더운지 그리고 얼마나 모기가 많은지 게다가 모기가 얼마나 강하고 독한지 찌는 듯 무더운 날 긴팔에 긴 바지에 중무장을 하고 갔는데 옷 위에서도 피를 빨아대는 능력 있는 모기들이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열 군데는 더 물린 것 같다
대가 없는 게 없다고 내 땀과 내 피와 맞바꾼 귀한 블루베리다
병 9개를 준비했다
깨끗하게 잘 씻어 물기를 뺀 블루베리는 이 병 속으로
아홉 개의 병을 채웠다
얼마나 많이 따 왔는지 아홉 개를 채우고도 아직 많이 남았다
병 아홉 개에 블루베리를 가득 채운 이유는 나누기 위해서다
평소에 내 블로그를 보면 누구에게 뭘 받았다는 글이 꽤 많다
그 외에도 너무 사소해서 블로그에 글로 올리지는 않지만 나는 참 많이 받는다
어떤 친구는 마당에서 키웠다며 오이 2개를 주고
어떤 친구는 여행 갔다 왔다면서 오미야게로 사과 잼을 한병 주고 어떤 이는 전날 토마토를 마트에서 사 왔는데
오늘 지인에게서 토마토를 받았다며 ( 그냥 뒀다 먹으면 되지 그거 얼마 된다고..) 토마토 2개를 가져다주고 꽈리고추도 받고 옥수수 3개도 받고 직접 만든 수제 비누라며 비누도 받고 …
정말 작은 것들을 참 많이도 받는다
내가 블로그에 일본 친구들에게 받은 것들에 대한 글을 가끔 올리면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잘 주는지 몰랐다는 답글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다른 일본 사람들은 모르겠고 내 주변의 일본 친구들은 큰 건 아니더라도 자잘한 것들을 잘 주는 편이다
아니 아주 잘 준다
나 또한 울 친정 엄마를 닮아서 잘 퍼주는 편이다
김치도 주고 부침개도 부쳐 주고 …
한국 사람인 나도 잘 주고 일본 사람들인 내 지인들도 나에게 잘 주고
주고받고 그러고 살고 있다
정말 별것 아닌 거라도 오이 두 개 토마토 두 개…
안 줘도 그만이고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아무리 사소한 작은 거라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받아서 기분이 좋다기보다 겨우 오이 두 개지만 그 오이 두 개라도 미짱 줘야지 하며 챙겨 오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좋다
사소한 거라도 챙겨 주는 건 솔직히 맘이 없으면 할 수가 없으니까..
그 맘이 좋고 그래서 오이 두 개를 받고는 “ 내가 비록 타향에서 이방인으로 살고 있지만 내가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서 나는 주는 것도 좋아하고 받는 것도 좋아한다
오늘 소분한 블루베리 또한 나의 일본인 동료들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다
블루베리는 냉동시ᄏ면 되는데 왜 다 퍼주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콩 한쪽도 나눠 먹으라는데 하물며 블루베리인데 당연히 나눠 먹어야지 ㅎㅎ
게다가 한번 더 마에지마상 집에 블루베리를 따러 갈 예정인지라 이번에 따 온 블루베리는 아낌없이 나눠 줄 생각이다
오고 사는 물건 속이 싹트는 우정이다 ㅋㅋㅋ
주는 건 참 기분이 좋다
물론 받는 건 더 좋다 ㅋㅋㅋ
이 블루베리는 그냥 블루베리가 아니다. 무더운 여름날 블루베리를 따기 위해 흘린 나의 땀과 지독한 모기에게 내 귀한 피를 주고 얻은 귀한 블루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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