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내가 다니는 헬스장에 갈 때는 항상 차를 가지고 간다
우리 집에서 전철역 한 정거 방 거리이다 차로 가면 8분쯤 걸리려나 어쨌든 10 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걸어서 갈려면 3킬로 정도니까 40분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 어차피 운동하러 가는 거 40분쯤 걸어가면 워밍업도 되고 딱 좋을 것 같은데도 내가 차로 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갈 때는 어찌어찌 걸어가겠는데 운동하고 샤워까지 개운하게 한 후 걸어오는 게 ….
그래서 차로 갔다 차로 오는데 오늘은 걷고 싶었다
삿포로 여행중 매일 2만 5 천보에서 3만 보 정도를 걸었었다
그리곤 다시 일상 생활로 복귀 후 또다시 하루 3 천보 전후
삿포로에서 열심히 걸었던 며칠 사이 나의 걷기 본능에 불을 지폈나 보다
그냥 걷고 싶었다
그래서 걸었다
솔직히 우리 동네는 걷는데 최적의 환경이다
공원도 많고 숲도 많고 공기도 깨끗하고 안 걸을 이유가 없다
헬스장까지 3키로 남짓한 거리 중 주택가는 10분 정도 걷고 40분은 완전 숲 속을 걷는 듯한 환경이다
집을 나와 주택가를 10분쯤 걸으면 나오는 공원
이 공원이 엄청 커서 다 돌려면 엄청 시간이 걸리지만
난 헬스장이란 목적지가 있으니까 공원을 가로질러간다
저 멀리 할아버지 한 분이 테니스 연습 중
공원을 벗어나면 다시 주택가
헬스장 까지 이런 다리를 3개를 건너야 한다
다리 밑은 도로
물론 3개의 다리가 모두 다리 밑이 도로다
그런 이유로 헬스장까지 가는데 도로를 건널 일이 없고 차를 피해 걸을 필요가 없다
게다가 양 옆 커다란 나무들 덕분에 시원한 그늘이라 뜨거운 자외선을 쪼일 필요도 없고
이 얼마나 걷기에 좋은 환경인데 왜 안 걷는지 ㅠㅠ
왜냐하면 이 길은 보행자 전용도로다
왼쪽은 중학교 오른쪽은 아파트 단지
단지라고는 하지만 한국처럼 고층 건물이 아닌 5 층짜리 나지막한 단지라 주변 자연과 잘 동화가 된다
오른쪽 저 가게 유명한 가게
빵이랑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판다
두 갈래길
나는 왼쪽 길로
걷다가 만난 길냥이
나를 무섭게 노려 보고 있는 길냥이
나도 한참을 노려보며 눈싸움을 했다
내가 이겼다
이겼다기보다 내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도망가 버렸다 ㅠㅠㅠㅠ
두 번째 다리 보임
전부 벚꽃 나무다
벚꽃 시즌이면 아름다운 벚꽃 터널이 아름다운 곳
내년엔 이곳의 벚꽃 터널 사진 찍어 야지.
다시 갈림길
이번에도 나의 갈길은 왼쪽 길
이젠 다 왔다
이 공원만 가로지르면 바로 헬스장
민들레 밭
저 끝까지 전부 노오한 민들레
클로버 밭
클로버 꽃이 한창이다
공원 끝자락
눈앞에 헬스장이 보이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대낮부터 키스를 …
재네들 남사 시럽 게 뭐야?라고 지켜보는데
또다시 키스
내가 가까이 가도 도망도 안 가고 키스
아까 고양이는 도망갔는데 얘네들은 무서운 게 없는 것 같다
빙글빙글 돌다가 키스
또다시 빙글빙글 돌다가 키스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도 보란 듯이 키스
도대체 언제까지 뽀뽀할 거니?
근데 저거 비둘기의 애정 행각이 맞는건가?
빙글 빙글 도는게 살짝 힘 겨루인가 싶긴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엔 애정 행각으로 보인다
눈앞에 헬스장을 두고 5 분여를 지켜보았다
계속 키스
( 남의 키스를 5 분이나 지켜보는 나는 뭐냐? ㅋㅋㅋㅋ)
대 낮에 공원에서의 애정 행각이 끝날 것 같지 않아서 내가 먼저 포기를 하고 돌아섰다
얘네들 언제까지 저러고 있었을까
진심 궁금 ㅎㅎㅎ
멀리 헬스장 건물이 보인다
꽃도 보고 고양이랑 눈싸움도 하고 비둘기의 낯 뜨거운 애정행각도 구경하고 그렇게 갇다 보니 40여분의 시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이렇게 좋은 길을 걷지 않다니 …
안 걸을 이유가 없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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