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우리집 앞에 있는 동네 땅부자 이시이 할아버지
밭에서 달래를 발견
마침 밭일 하시러 나와 계시던 이시이할아버지에게
이 풀 좀 뽑아도 되냐고 여쭈어 보고
튼실한 놈으로 골라 몇뿌리 뽑아왔었다
길거리에 난 것도 아니고
할아법지 밭에 난 달래니까 강쥐나 고양이가
실례를 했을리도 없고 할아버지는 농약을 쓰지 않으시고 농사를 지으시고
고로 깨끗한 달래이니 안심하고 뽑아 왔다
뽑아 온 달래로 달래장을 만들어
콩나물 비빔밥을 아주 맛있게 만들어 먹었다
달래장과 콩나물 비빔밥
일본에 살면서 제일 아쉬운것 중 하나가
한국에서는 봄나물로 즐겨 먹는 달래, 냉이, 그리고
돗나물 같은 영양많고 맛 좋은 봄나물들을 사 먹을수 없다는 거다
동네 마트 어디에도 달래란 냉이 돗나물을 파는걸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일본이란 나라가
생각보다 큰 나라인지라 혹 내가 가 보지 못한
어떤 지방에선 먹는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일본 전국을 다 누벼 본 것도 아니니까
단언을 할수는 없지만
하지만 적어도 내가 사는 동경에선 먹지 않는 달래, 냉이, 돗나물이다
일본 사람들은 풀이라 생각하고 먹지 않는 것들이라서 ..
정 먹고 싶으면 직접 뜯고 뽑아야 하는데
동경 중심가라면 상상도 할수 없는일이다
내가 사는 동경 변두리 울 동네에는 냉이랑 돗나물은 잘 볼수 없는데
달래는 천지에 널려 있다
겨울이라 조금한 허전한 이시이 할아버지의 밭
내가 깨끗한 달래를 몇뿌리 뽑아 온 곳이다
단독주택에 둘려쌓인 널다란 이시이 할아버지의 밭
그런데 달래를 뽑다가 내 눈에 띈 풀 한포기
어째 눈에 익은 풀..
틀림 없는 냉이
이런 이런 이시이할아버지 밭에 냉이 까지 있다니 ..
울 동네는 달래는 천지에 널려 있는데
냉이랑 돗나물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냉이를 발견하다니
완전 심봤다! 다
그런데 차마 할아버지에게 이것도 뽑아 가도 되냐고 묻지를 못했다
풀을 뽑아가는 이상한 여자 취급하실까봐 ㅠㅠㅠㅠ
그런데 집에 와서 달래장에 콩나물 비빔밥을 배 불리 맛있게 먹고
앉아 있자니 냉이가 내 눈 앞에 아른아른 거린다
냉이 한 주먹 넣고 냉이 향 가득한 된장국 한 냄비 끓이고 싶다
사실은 냉이 된장국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냉이 요리는
냉이를 살짝 데쳐 심심하게 무치는 냉이 나물이다
하지만 냉이 나물은 데치면 양이 팍 줄어 버리니
보통의 양으론 만들수 없지만 한 주먹 정도 뽑아 오면
냉이 된장국 정도는 끓일수 있을텐데 ...
아무래도 포기가 안된다
이시이 할아버지 만나면 풀 좀 더 뽑아 가도 되냐
여쭈어 보고 냉이 한 주먹 뽑아 올까 보다
왜 일본인들은 맛나고 영양많은 냉이랑 달래랑 돗나물을 먹지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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