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바늘이 1월 1일 0시를 가르키자마자
두툼한 외투를 챙겨입고 목도리까지 두른채
울 가족은 집을 나섰다
매년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면서 하는 연례행사다
모꼬짱까지 품에 안고 울 가족이 향한 곳은
울 집에서 200미터거리의 마을의 작은 신사다
2주후면 대입 시험인 센타시험을 앞 두고 있는 히로에게
올 해는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 했더니
신사에서 마을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가야 한단다
신사로 향하는 우리집 두남자
오른쪽 남자는 내 남자
왼쪽 남자는 미래의 내 며느리의 남자
일본은 보통 새해 아침에 유명 신사에 가서
한해의 무사를 기원하는 신사참배를 하는데
우리마을은 마을의 작은 신사인데 0시에 한다
유명 신사라면 신사 관계자가 행사준비를 하고 많은 돈이 오가는
어쩌면 신사의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사이겠지만
마을의 작은 신사인 울 동네 신사는 관계자가 따로 없다
마을 주민이 관계자이다
그러니 수입과는 관계없고 오히려 돈이 많이 드는 마을 행사이다
마을 주민이 내는 자치 회비와 마을에서 영업을 하는 영업장들의 기부금으로
행하는 순수 마을 행사이다
마을 자치회 임원들을 비롯한 통반장들이
신사 마당 땅을 파서 장작불을 만들어 주민들의 추위대비를 하고
부인회에선 전날부터 돈지루 ( 각종 야채가 든 돼지고기 스프)를
가마솥 가득 가득 끓이고
아마사케(달짝지근한 쌀로 만든 술)을
따뜻하게 데펴서 준비를 하고
어린이회와 청년회 임원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줄
복주머니(선물 꾸러미)를 준비해서 신사에 올
마을 주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침에 신사에 가도 될것을 울 가족이
1월 1일 0시에 신사에 가는 이유는 신사 참배가 주 목적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을 만나 새해 인사를 나누는게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줄을 서서 참배를 기다리는 동안 아는 이웃들이 보이면
새해 인사를 나눈다
참배가 끝나고 나면 부인회의 돈지루와 아마사케랑
선물 꾸러미인 복주머니를 받아 들고
준비된 테이블이나 웅덩이를 판 장작 불 주변에 모여
인사를 나누며 시식
준비된 테이블에는 술도 가득이다
정초부터 자기야도 나도 건배를 했다
딱히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아는 마을 원로 할아버지들과
이웃들이 한잔 하라며 따라 주니 거절을 못하고 건배를 ...
정초부터 술로 시작했다는 ...
히로도 유치원때부터 친구인 절친 나쯔군을 만나
새해 인사를 비롯 수다 삼매경
나쯔군과는 유치원때부터 껌딱지였는데
고등학교를 다른 학교로 진학을 해서 아쉽게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다
히로의 마을 친구인 겐군이랑 이노우에군도 만났다
오래간만에 보는 아들녀석 친구들..
초등학생때부터 봐 오던 친구들인데 이젠 완전 어른이더라는..
이젠 너네들에게 반말해선 안될것 같다고 했더니
쑥스럽게 웃는 녀석들 ...
외모는 훌쩍 커 버렸지만 내 안에 너희들은
여전히 애기들이다 ㅎㅎ
분명 동경이긴 한데 (비록 변두리이긴 하지만 )
마치 시골의 작은 마을 같다
마을 주민들이 이런 유대관계도 그렇고
마을 주민들의 마을 행사 참가 의식도 그렇고..
그런데 .... 매년 보이시는 마을 어르신 두분이 올해 안 보인신다
한분은 마을 마쯔리 총 책임자이신 총책 어르신
그리고 한분은 마을의 제일 원로이신 마에지마 할아버지
( 내 블로그에도 종종 등장 하셨던 할아버지 )
이 두분의 직책을 보면 알 수 있듯
마을의 원로이신 이 두 할아버지는 마을 행사엔
처음 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분이신데
내가 이 마을에 살기 시작한 18년동안 단 한번도 결석이
없으셨던 분들인데 올해는 두분 다 보이시지 않으셨다
이럴분들이 아닌데 ..
특히나 새해 첫 마을 행사인데 안 보이실분들이 아닌데 ...
연세가 연세이신만큼 건강이 안 좋으신건지 걱정이 된다
추운 겨울밤
결국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2시쯤이었다
2시간이나 마을임원들이 준비한 돈지루를 비롯한 따뜻한 음식과
맥주와 함께 따뜻하게 데펴서 나눠준 일본술을 마시며
마을 어르신들과 그리고 이웃 사촌들과
아들 녀석의 동네 소꼽 친구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며
새해를 맞이했다
나눠 먹은 음식과 술로 배도 든든
이웃들과 나눈 새해인사와 수다로 마은도 든든
그리고 마을 자치회에서 나눠 준 선물 꾸러미를
두 손 가득이었다
울 시어머님 항상 1월 1일에 우리집에 오시는데
올 해는 미리 오셨기 때문에 함께 울 동네 신사에 갔었다
울 동네처럼 이렇게 하는 곳 그리 흔치 않다고 하셨다
나야 외국인이고 일본와서 접해 본건 울 동네 뿐이고
그래서 일본은 다 이런줄 알았는데
울 시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아니란다
시어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울 동네가 얼마나 정이 많고
인간적인 동네인지
우리가 이 동네 살게 된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알것 같다
마을 주민들과 이웃 사촌들과 아들 녀석의 소꼼 친구들과
함께 맞이한 새해
차가운 바람에 추운 겨울 밤이었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훈훈하게 새해를 맞이할수 있었다
그나 저나 울 동네 터줏대감 두 어르신들이
보이시지 않으니 걱정이 되네 ....
블로그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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