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니 현관 손잡이에
떡하니 비닐 봉다리가 걸려있다
옆집 가즈짱 친정 아버지가 텃밭에서 직접 지으신
줄콩이랑 땅콩이다
내 어릴적 기억에 가을하면 떠오르는게
가을 운동회..
봄에는 봄소풍 가을엔 가을 운동회
일본의 학교는 (적어도 내가 사는 시는.. .)
운동회가 가을이 아닌 봄이다
봄 운동회 웬지 익숙하지가 않다
운동회는 역시 가을에 해야 하는 건데 ....
하늘은 푸르고 높으며
선선한 바람이 솔솔
가을 운동회가 절로 생각 나는 때이다
내 어릴적 기억속의 가을 운동회때
울 엄마가 준비하는 먹거리중
빠지지 않는게 김밥이랑 삶은 밤이랑
삶은 땅콩이었다
삶은 밤과 땅콩은 물론 셋트
꼭 함께였었다
삶은 땅콩이라 하면 가을 운동회때는
반드시 먹어야 하는 나에겐
추억의 먹거리이다
일본에 살면서 생 땅콩을 살수가 없으니
삶은 땅콩은 말 그대로 추억속의 먹거리일 뿐 ...
그런데 이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옆집 가즈짱 덕분에
추억속의 삶은 땅콩을 먹을수 있게 되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가즈짱의 친정 아버지가 직접 삶은 땅콩을
우리집으로 가지고 온다
처음 삶은 땅콩을 가지고 왔을때
가즈짱은
" 미짱 이런거 먹어 봤나 모르겠네..
입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한번 먹어 봐 "
얼마나 기뻤는지..
일본에서도 삶은 땅콩을 먹는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부 지역 일부 사람들 만이 먹는다느 삶은 땅콩
운 좋게도 많지 않는 그 일부가
바로 가즈짱 친정아버지였다니 ..
내가 너무 좋아하니
가즈짱은 매년 이맘때면
맛있게 잘 삶겨진 땅콩을 우리집으로 가지고 온다
울 친정엄마가 삶아 주시던
가을 운동회때 먹던 그 맛이랑
똑 같다
사실 엄마가 삶아 주신것 먹어만 보았지
직접 삶아 본적은 없다
소금을 어느정도 넣어야지
적당히 간이 밴 맛난 삶은 땅콩이 되는지도 모른다
가즈짱도 삶아 본적이 없어서 모른단다
친정아버지가 삶아서
바로 먹을수 있도록 해서 가져다 주시기 때문에
한국 부모님이나 일본 부모님이나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마음은 다 똑같은것 같다
가즈짱 친정아버지의
삶은 땅콩에서
울 엄마를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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