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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시어머니가 역귀성을 더 좋아하시는 이유

by 동경 미짱 202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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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매년 시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오셔서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 했었다
결혼 초기엔 시댁이 있는 나고야로 우리가 가서 새해를 맞이 했었는데 시부모님이 은퇴를 하신 후로는 시부모님이 우리 집이 있는 동경으로 오신다
시부모님 두 분 고향은 따뜻한 남쪽 지방이 쿠마모토 출신이다
두 분이 결혼후 정착해서 사신 곳이 나고야이기 때문에 일가친척들은 전부 쿠마모토에 계시기 때문에 명절이 나고야로 가도 달랑 시부모님 두 분만 계실 뿐이다
인사드리러 갈 친척도 나고야엔 없고 그러니 굳이 우리가 나고야로 갈 필요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가는 것보다는 시부모님이 동경으로 역귀성을 하신다
가끔은 성묘도 할겸 올해는 우리가 나고야로 갈까요?라고 여쭈면 시어머니는 질색을 하시며 “아니 우리가 갈게 “라고 하신다.
아무래도 우리가 시댁으로 가면 우리가 손님이니 시어머니가 우리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고 시어머니가 우리 집으로 오시면 당신은 손님이고 며느리 집이니 며느리가 모든 걸 다 하니 시어머니는 우리 집으로 오시는걸 더 좋아하신다
게다가 내 성격상 우리가 시댁에 가도 내 집이 아니라고 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이 못 된다
결국 시어머니랑 같이
부엌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내 집 내 부엌 내 살림이 아니니 익숙치도 않고 불편하기도 하다
어차피 해야 하는 부엌일이라면 내 집 내 살림 익숙한 내 부엌에서 하는게 더 좋아서 나도 내가 시댁에 가는 것보다 시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오시는걸 더 좋아한다
게다가 내가 시댁에 가면 시어머님이 하자는 대로 할수 밖에 없지만 내 집에선 내 의견이 더 반영이
되니  나도 내가 시댁이 가는것 보다 시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시는 게 더 편하다
시어머님도 우리가 가면 삼시세끼 다 신경을 써야하지만 우리 집으로 오시면 좋아하는 책을 읽으시며 며느리가 차린 밥상을 받으며 가끔 거들기만 하시면 되니 우리 집으로 오시는 건 당신에겐 진정한 휴가라며  한번 오시년 일주일 정도 계시다 가신다
또 돌아 가실땐 항상 “ 잘 쉬다 간다 너네 집에 오는 게  내겐 휴가다” 라며 좋아라 하시기 때문에 시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오셔서 새해를  맞은 건 근 15년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오시지 않으셨다
우리는 솔직히 신경을 쓰지 않는데 그래서 그냥 오시라고 했지만 평소에도 워낙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시는 어머니는 오시지 않으시겠다고 오미크론이 좀 조용해 지면 오시겠다고

….


그래서 올 해는 시부모님 없이
우리 가족 셋이서 단촐하고 조용히 새해를 맞이 했다
일본은 새해에 오세치요리라고 해서 명절 요리가 있는데 시부모님이 오시면 오세치 요리를 시어머니랑 함께 준비를 하는데 이번엔 부모님도 오시지 않으니 “오세요리 어떻게 할까? “라고 물으니 히로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 맛 도 없는 오세치 필요 없어 “라고 ㅎㅎㅎ
아이고 어쩌면  나랑  이렇게 의견이 잘 맞는지 …
나 또한 오세치 요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싸기만 할뿐 그리고 색색이 맞춰 눈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좋은데 결정적인 것 맛이 없다는 거!
물론 오세치 요리 하나 하나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검은 콩은 열심히
일 하라는 의미고 새우는 장수한다는 의미이며 가즈노고(청어 알) 은 자손 번창이며 연근은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며 등등등 …
오세치 요리 하나 하나 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보기엔 화려하지만 제일 중요한 맛이 없다는 거 (물론 맛있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 취향.. 나와 히로의
취향엔 안 맞다 )

일본인인 우리집 자기야도 오세치요리 없어도 된다고 대신 오죠니( 일본식 떡국)만 먹으면 된다고 하니
올 신정은 편하게 생겼다 ㅎㅎ

아무리 그래도 떡국 한그릇만 달랑 끓여내기가 뭐해서
초 간단 오세치 요리만 준비를 했다
물론 내가 다 만든건 아니고 절반은 사 온 거고 절반은 만든 거

노란색 계란말이(다테 마끼)와 니모노는 내가 만든 거

감정 콩은 사 오고 연근조림과 달걀 장조림은 만든 거
연어는 전날 저녁에 와사비 간장에 절여 두었었다

돼지고기랑 오리고기 새우는 사 온 거 ㅋㅋㅋ

섭섭하지 않게
그리고 나랑 히로가 그나마 먹는 것들 중심으로 간단히 준비한 우리 집 오세치요리다
나랑 히로가 싫어하는 곤부마끼( 다시마 말이) 나 가즈노고(청어 알 ) 같은 건 생략

우리 집 자기야가 꼭 먹어야겠다는 오죠니(일본식 떡국)이다
한국도 지방마다 집집마다 떡국 맛을 내는 게 다 다르듯 일본도 지방마다 집안마다 아주 아주 다양하다
우리 집은 시부모님의 고향인 규슈식으로 만드는데
닭고기와 굴로 육수를 낸다
굴이 들어가니 국물에 깊이가 있으면서도 시원하다
그리고 연근 우엉 곤약 당근 같은 뿌리채소를 듬뿍 넣는다
다른 집 오죠니보다 건더기가 꽤 많은 편이다

새해 첫날 첫 끼
솔직히 고백하건대 1월 1일 0시에 신사에 갔다 온후 팥죽을 먹고 잠든 게 3시쯤이었다
늦게 잔 것도 있지만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을 보내며 쌓인 피곤이 쌓여서 늦잠을 잤다
일어나니 11시가 넘었더라는 ㅋㅋㅋ
결국 아침이 아닌 첫 끼가 점심이 되었다

우리 가족 셋이서 단출하게 먹은 새해 첫끼였다
늦은 아침 아니 점심을 먹고 시댁에 전화를 드렸다
시어머니는 함께 새해를 맞이 하지 못한걸 아쉬워하시며 오미크론 진정되면 갈게라고 …
올해는 시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오시고 우리도 시댁으로 가고
또 울 친정 부모님도 일본으로 오시고 나도 한국으로 가고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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