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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일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흔적을 ...

by 동경 미짱 2022.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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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국에 떠난 여행의 첫날은 이즈반도의 아타미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관광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조용히 그리고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여유롭게 보내는게 목적이었다 

아타미는 당일치기 드라이브 겸 여행으로 자주 가던 곳이라 새로운 여행지도 아니라서 

관광지를 찾아 여기 저기 돌아다닐 필요도 없기도 했었다 

오전 시간 바다가를 거닐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찾아간 곳은 매실 정원이었다 

시기가 매실꽃이 필 때이기도 하고 또 내가 워낙 꽃을 좋아하니까 우리집 자기야가 꽃 보러 가자고 해서 

처음으로 가 본 아타미의 매실원이었다 

작은 동산하나가 전체 매실원으로 규모가 꽤 큰 공원이었는데 한참을 꽃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안내판이 있었다

한국 정원?

아타미의 매실공원에 뜬금없는 한국 정원이라니?

제일 먼저 든 생각이

" 뭐지? 아타미랑 한국이랑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아타미에 재일 한국인이 많이 산다거나 한국과 관련한 

역사적인 사건이나 관련성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는데..."

한국 정원의 안내를 보자마자 꽃구경이고 뭐고 한국 정원을 찾아갔다 

도대체 어떤 정원을 꾸며 놓고 한국 정원이라 부르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일본에서 한국 정원이라니 반갑기도 하고 

 

나트막한 기와 담장에 아직은 2월이라 잎 하나 없는 앙상한 가지의 무궁화가  담장 따라 잔뜩 심어져 있는 걸 보니

여기가 바로 한국 정원인가 보다 

담장 안으로도 온통 무궁화가 가득가득 

도대체 얼마나 많이 심어 둔 건지...

무궁화가 피어 있을 때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땅에서 무궁화가 가득 핀 한국 정원이라...

생각만으로도 살짝 설렌다 

담장과 마찬가지로 기왓장이 얹어진 대문

기왓장이 얹힌 양반님네 같은데 규모는 초가집 정도로 아주 작았다 

마루와 양반님이 책을 읽고 있는 작은 방 하나 그리고 뒤로 가면 작은  무쇠 솥 두 개가 있는 작은 부엌으로 이루어진 

규모적으로는 양반님네라 하기엔 너무 작은 집 

" 인연의 집"이라...

그러니까 뭔 인연이냐고?

인연의 집 현판 아래 

작게 주일 한국 대사 라 종일이라 적혀 있는데 라 종일 대사의 재임기간은

16대 일본 대사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였으니 한국 정원이 이곳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마루에 뒤주도 있고 

집 뒷마당에는 장독대도 있었다

나트 막 한 담장 아래 있는 크고 작은 장독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장독을 열어 보면 간장, 된장, 고추장이 가득가득 들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나만 받은 건지..

열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만지지 말라는 안내문은 없었지만 그래도 만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눈으로만 구경하고 장독 안은 간장, 된장 , 고추장이 가득 들어 있을 거란 상상만 하기로 했다 

 

내가 뒷마당에서 장독대에 빠져 있는데  우리 집 자기야가 나에게 다가와

자기야 : 이거  김 대중 대통령이랑 관계가 있네?

나 : 자기가 어떻게 알아?

자기야 : 저기에 적혀  있어. 가 봐

 

우리 집 자기야가 알려 주는 곳으로 가 보니 

우호 평화 라 크게 쓰여 있고 

아래에 일본 모리 총리와  대한민국 대통령 김 대중이라 쓰여져 있다 

모리 총리와 김 대중 대통령의 친필이라고 한다 

 

2000년 9월 23일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의 역사적인 정상 회담을 하고 다음날인 24일에 이곳 아타미의 매실 정원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걸 기념하기 위해 평화 기념비를 세우고 매실 정원 내에 한국 정원도 조성한 거라고...

2000년이라...

분명히 내 기억에도 있다 

그때 난 이미 일본에서 살고 있었고  꽁꽁 닫혀 있던 한일 문화 개방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문화개방 덕분에 일본의 라디오에서  한국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던 때 

그 와중에 김 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김 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이

일본에서도 화제였고 덕분에  일본 지인의 추천으로 일본의 라디오 생방송에 내가 출연을 했었다

20년전 아직은 어렸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무식한게 용감하다고  ㅠㅠㅠ

지금 그런 요청이 온다면 정중히 거절을 할텐데 그때는 정말 용감 했었던것 같다 

1시간 생방송이었는데  그때 난 일본에 온 지 2년째로  그다지 유창하지 않은 일본어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고

진행자가 한국 음악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그때 내가 좋아했었던 신 승훈 님의 테이프를 가져가

노래 두어 곡을 일본 라디오에서 들려주었던 일이  있었다 

(어쩌면 일본에서 신승훈 님 노래를 비록 라디오에서지만 내가 제일 먼저 알린 게 아닌가 싶은데 

아닌가?  그때 한국의 발라드의 황제라고 내가 소개를 했었다

라디오 진행자도 목소리가 굉장히 감미롭고 아주 좋은 노래라고 했었는데 데뷔곡인 미소 속에 비친 그대와 보이지 않는 사랑을 소개했었다)

그때 진행자에게서 받은 질문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한국인 최초로 김 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셨는데 

한국인으로서 어떤 기분인지..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역사적이며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때 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된 내용을 녹음해서 선물로 받았는데 아마 찾아보면 우리 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아! 그런데 카세트테이프를 어떻게 재생해서 듣지? 

매실꽃 보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김 대중 전 대통령의 흔적을 보며 잠시 

옛 생각에 빠져 들었다 

아타미를 자주 왔었는데도 왜 난 이제야 알았을까 

 

 

나트 막 한 기와 담장 사이에 또 하나의 기념비가 있었다 

한국인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박 경원 여사를 기리는 기념비였다

박경원 여사는 유튜브에서 우연히 박경원 여사에 대한 소개 영상을 본 적이 있어서 내가 알고 있었던 인물이다

한국인인 박 경원 여사의 기념비를 이곳 아타미에서 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요즘 식어가는 한일 관계를 보면서 참 답답했는데 이렇게 민간에서는 국경을 초월해서 

평화를 기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작은 희망을 느낀다 

한국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김 대중 대통령과의 인연을 기리고 

한국인 박 경원 여사의 기념비를 관리하고 기억해 주는 아타미 시민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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