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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도시 아줌마의 재미있는 시골 놀이

by 동경 미짱 2022.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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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안 하던 봄나물 뜯기를 일본 와서 하고 있다
운 좋게도 자연산 머위랑 원추리랑 미나리가 천지에 널린 동네에 살다 보니 봄 만 되면 나물 뜯으러 다니고 있다
그런데 몇 번 해 보니 나물 뜯으러 다니는게 은근히 재미있다

한 시간만 투자하면 가방 가득이다
올해는 머위 랑 원추리 뜯으러 3번을 간 것 같다
첫 번째는 나물 뜯으러 간 게 아니라 벚꽃 구경 같다가 있길래 한 끼 먹을 만큼 조금만 뜯어 왔는데
울 엄마가 많으면 묵나물 만드러 보라시길래
원추리 한 보따리 머위 한보따리 따 왔었다

4월 들어섰지만 나무 아래 음지라서 인지 머위 잎이 억세지 않고 야들 야들 했다

원추리나물은 데쳐서 물에 하룻밤 담가서 독성을 빼 주었다
뜯는 재미에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았다
지난번 된장국에 넣고 끓였더니 너무 맛이 있어서 물기 꼭 짜서 한 움큼씩 랩에 사서 냉동 보관을 했는데도 꽤 많이 남아서 이걸 어쩌나 고민하다 인터넷 검색을 하 봤더니 원추리로 김치를 만든다는 걸 발견!
듣도 보도 못한 물론 먹어 보지도 못한 미지의 음식
원추리 김치를 담궜다

근데 이게 대박이었다

물론 김치란게 양념 맛이긴 한데 진짜 맛있었다
우리 집 자기야는 라면을 끓여 김치를 얹어 먹어 보고는  진짜 맛있다며 인정을 했다
내년엔 원추리 김치  많이 많이 담궈야지 …

엄마 말대로 묵나물을 만들기 위해 머위도 데쳐 물기를 꼭 짜서 망에 넣고 말렸다
이게 진짜 잘 마를까 걱정이 되었지만 어차피 공짜로 뜯어 온 건데 실패해도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일단 시도해 보았는데

3 일만이 이렇게 바싹 말랐다
시커멓게  변한 색 …
이거 썩은거 아닌가?
진짜 먹을수 있나?라고 걱정을 하면서도
말리기기 전에 되게 많게 느껴졌는데 마르고 나니 너무 작아 보여서
또 한번 더 머위를 뜯으러 다녀왔다 

그리고 또다시 말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짝 마른걸 나물로 두고 먹을 수 있다는 게 아직은 살짝 의심이 들긴 한다 ( 중증 의심병 환자 ㅋㅋ)
울 엄마가 설마 나한테 거짓말을 했겠어
엄마만 믿고 일단 말려 보자고..

한국인 동생이 자꾸 쑥 뜯으러 가자고 며칠 전부터 졸랐다
사실 올해는 쑥을 뜯으러 가야지 하는 맘이 별로 안 생겨서 올 해는 쑥은 패스하려고 했는데 한국 동생이

“언니야 쑥 캐러 가자 . 나 그런 거 너무 좋아. 나물 뜯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 라면서 하고 졸라서 그녀와 함께 쑥을 뜯으러 갔었다
요즘 그녀가 좀 맘이 복잡한 일이 많아서 바람도 쇨 겸 기분 전환도 해 줄 겸 또 그녀의 얘기도 들어 줄 겸..
쑥 뜯는다고 쭈그리고 앉아서 그녀의 얘기를 들어주다 보니 생각보다 쑥을 많이 뜯어 버렸다 ㅎㅎㅎㅎ



쑥은 그냥 두면 금방 시들고 누렇게 변해 버리니까
집에 와서 바로 삶았다

물기를 꼭 짜고 보니 꽤 양이 많다
이걸 어쩌나 ….
냉동실에 넣을까도 생각했지만 우리 집 냉동실은 뭐가 그리 많이 들었는지 쑥까지 냉동시킬 여유가 없고 그래서 또 일을 만들었다

찹쌀밥을 지어 찹쌀밥이랑 쑥을 정구에 넣고 하염없이 찧기 시작했다
아니고 팔이야 내가 왜 싸서 고생을 하는지..
한국 같으면 방앗간이 가져가면 간단한 것을 일본에는 떡 방앗간이란게 없고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내 튼튼한 팔뚝을 믿고 일을 저질렀다
이게 언제 빻아지려나 했는데 역시 내 팔뚝의 튼튼함을 무시하면 안 되지..

쑥이 듬뿍 들어간 쑥떡이 만들어졌다
조금 식힌 후 소분해서 랩이 싸서 냉동실 보관!

울 엄마가 늘  하는 말 자기 팔자 자기가 만든다고 하시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안 해도 되는 고생을 사서 하는 나란 여자 ㅠㅠㅠ
그래도 명색이 도시 여자였는데 한국 살면서 안 하던 일을 일본 와서 살면서 이렇게 하고 있다
오히려 내가 한국에 살고 있다면
나물 뜯기나 묵 나물 만들기 원추리 김치를 담그고 팔
빠져라 절구를 찧어가며 쑥떡을 만들고 이런 일들을 안 하고 살 텐데 일본 와서 살면서 한국에서 해 보지 못 했던 이런 일들을 하고 살고 있으니
인생이란 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다
중년 아줌마가 되어서 나는 인생 첫 경험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처음으로 묵나물을 만들어 봤고
처음으로 원추리 김치를 담가 봤고
앞으로 또 무슨 첫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씩이나 하게 된다

개인적인 바람은  취나물이다
미나리도 머위도 원추리도 천지가 널렸는데 분명 취나물도 있을 텐데 명색이 도시 여자라서 취나물을 모른다
어딘가 취나물이 분명히 있을텐데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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