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나는 비번이다
이번엔 대체 휴일로 놀아야 하는 날이 4일이나 있어서
그중 하루를 이번 주에 쉬기로 했다
이번 주는 쌓여 있은 유급 휴가도 소비를 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냈기에 3일만 출근을 하면 된다
게다가 게다가 다음 주엔 대체 휴가와 유급 휴가 소비를 위해 하루 휴가 낸 것까지 해서 2일만 출근을 하고 자그마치 5일 연휴다 ( 그래서 북해도로 나 홀로 여행 가는 주)
이러니 울 엄마가 “니는 맨날 놀고 월급은 받나?” 라고 하시고 때론 “ 니 잘맀나?”라고 하실 때도 있다
“ 엄마 내 맨날 안 논다. 노는 날 전화하니까 맨날 노는 거 같은 거뿐이다. 그라고 놀 땐 놀아야지 우예 맨날 천날 일만 하노. 그라고 일 그만 두라 칼땐 언제고…”
“ 니 고생한다고 안 카나 “
오늘은 우리집 자기야도 출근을 했다
일본도 한국 처럼 재택근무에서 일상적인 근무로 천천히 바꾸어 나가는 것 같다
아직까지 우리집 자기야의 회사는 반은 재택 반은 출근 체제로 가면서 점점 재택근무를 줄여 나갈 거라고 했다
난 주말이 쉬는 것도 좋아하지만 오늘처럼 평일에 쉬는것도 좋아한다
주말은 왠지 분답스럽기도 하고 어딜 나가야 하나 하는 압박감도 조금 느끼게 되는데 (주말엔 우리 집 자기야가 외식 하자 어디 드라이브 가자며 떼쓰는 떼쟁이라서..) 평일이면 어디 안 나가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게다가 요즘 우리집 자기야가 재택근무가 많아서 너무 붙어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나 홀로 조용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로 정했다 ( 어제 저녁에도 그럴 예정이었고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해도 그럴 생각 었다 )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너무나 날씨가 좋았고 아니 더웠다
이렇게 날 좋은 날은 주부 본능이 꿈틀 꿈틀 거린다
그래서 “ 그래 날이 이렇게 좋은데 그래 바로 오늘이야 “싶어서 세탁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첫 세탁은 평소처럼 어제 입었던 옷이나 타올 등등
을 돌리고 햇살 쨍쨍한 마당에다 널어 주고
두 번 세 번 네 번 …
자그마치 오늘은 세탁기를 5번이나 돌렸다
그냥 놀면 될 것을 일하는 여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주부이기에 이렇게 날이 좋은 날 할 일이 태산이다
4번의 세탁중 두 번은 두꺼운 이불을 빨아서 널었다
이젠 저녁에도 날이 따듯해서 두꺼운 이불이 부담스러워 가벼운 이불로 교체!
이쪽 벼른다에도 널고
저쪽 베란다에도 널고
베개도 햇살에 바짝 말려서 소독하고
나머지 두 번의 세탁기는 침실 바닥에 깔아 두었던 러그와 1층 거실에 깔아 두었던 러그도 빨아서 널었다
오늘은 5번의 세탁기를 돌렸지만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
히로 방은 아직 손도 안 댔다
오전 내내 세탁기 돌리느라 피곤하다
세탁기가 세탁을 하는데 니가 왜 피곤하냐고 물으신다면 세탁기 돌리는 동안 이불이랑 러그가 치워진 자리
청소도 해야 하고 무시하고 살면 눈에 안 들어오고 신경도 안 쓰이는 것들이 막상 손을 대면할 일이 왜 이리 많은지 ….
오전 내 집안일 노동으로 지쳤으니 히로 방은 내일 …
햇볕 쨍쨍 한날 이불이랑 빨래를 널어놓으니 기분은 좋다
5번의 세탁기를 돌리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아침도 안 먹고 집안일 했더니 엄청 배가 고픈데 밥 차릴려니 반찬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물에 밥 말아서 김치 한쪽이랑 먹고 싶지 않고 뭔가 만들 힘이 없고 ( 나이가 드니 한 끼 굶으니 눈앞이 노래진다 ㅠㅠㅠ
진짜로..)
만만한 게 빵이다
갱년기 아줌마 뱃살에는 빵이 치명적이어서 밀가루를 줄여야 하는데 그게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샌드위치 하나 만들고 작은 샌드위치 하나론 내 배를 채울 수 없을 것 같아서 잉글리쉬 머핀도 토스트로 구웠다
밀가루 줄여야 한다면서 빵을 이렇게나 많이 ㅠㅠㅠ
요즘 내 맘에 쏙 들어서 자주 애용하고 있는 하늘색 그릇들
이걸 보는 순간 넘 마음에 들어서 주저 없이 샀었다
늘어나는 그릇 살림 때문에 더 이상 안 사야지 하고 결심을 했건만 이 그릇을 보고는 무너지고 만 나의 결심..
그 결심 한번 가볍다 ㅎㅎ
마당에 나가 앉아 널어 둔 빨래를 보며 우아하게 즐기는 런치 타임!
현실은 오전 내내 집안 살림한 아줌마지만
마당에서 마음이 드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 혼자 즐기는 런치 시간은 마나님처럼 우아하게 …
당연히 음악도 틀어 놓았다
우아하게 클래식이 아닌 한국 가요로
오늘은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않기로 했다
또 맨날 논다고 짤렸다고 하실까 봐
엄마는 내게 힘든데 일 그만두라고 하시면서 그러면서도 혹시나 딸내미 짤릴까 봐 걱정도 되고..
멀리 떨어져 살면서 눈에 안 보여도 이래도 걱정이고 저래도 걱정인 울 엄마
엄마에겐 중년의 막내딸이 뭘 해도 걱정인가 보다
“ 내 잘 산다 걱정하지 마라 “ 캐도 늘 걱정거리인가 보다 엄마에게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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